【윤승원 동심 에세이】
‘천사 어린이’의 콧물
―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을 만나던 날
윤승원 수필가
숲속 어린이 놀이터.
둥근 나무의자에 아이들이 둘러앉아서 재잘거리고 있었어요.
이때 산에서 내려오다가 발걸음을 멈췄어요.
빨간 모자에 노란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들이 모두 손자처럼 예쁘고 귀엽게 보여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어요.
아이들을 보면서 말했어요.
“참 예쁘다. 참 귀엽다. 너희들이 천사다. 꼭 우리 손자 같다. 사랑해~”
그러자 두 아이가 달려와 “할아버지~” 하면서 품에 와락 안겼어요.
처음 보는 할아버지인데도 조금도 낯설지 않게 품에 안겼어요.
‘예쁘다’라는 말, ‘천사다’라는 말이 그렇게 아무 거리낌 없는 친구 같은 할아버지로 만들었어요.
할아버지는 두 어린이를 안아주면서 “예쁘다. 정말 귀엽다”를 거듭 외쳤어요.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이 “고맙습니다”라고 허리 굽혀 인사했어요.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거듭거듭 예쁘다고 하니 아이들이 합창하듯 “고맙습니다”라고 답했어요.
그런데 한 여자 어린이가 갑자기 할아버지를 불렀어요.
“왜 그러니?”
할아버지가 묻자 이렇게 말했어요.
“콧물이 나왔어요.”
▲ “할아버지, 저 콧물 나왔어요” - 조금도 어려워하지 않고 콧물을 닦아달라는 귀여운 천사 어린이(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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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바지 뒷주머니에서 얼른 손수건을 꺼냈어요.
처음 보는 할아버지인데도 전혀 어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콧물이 나왔다고 말하는 아이가 더욱 사랑스럽고 귀여웠어요.
천사처럼 예쁜 아이가 웃으면서 말했어요.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다섯 살도 안 돼 보이는 어린이가 예절 교육을 언제 받았는지 공손히 인사하는 것도 귀여웠어요.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천사도 콧물이 나오지. 천사도 똑같은 사람이니까 말이야. 할아버지도 어렸을 때 코를 흘렸단다.”
그러면서 문득 과거를 회상했지요.
“옛날에는 엄마가 코를 닦으라고 가슴에 손수건을 달아주었지. 요즘은 코 흘리는 아이가 거의 없지만 예전엔 코 흘리는 아이가 많았단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코흘리개 적’이라고 하지.”
아이들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지 마구 떠들고 웃기만 했어요.
그래도 귀엽고 예뻤어요.
천사들과 잠시라도 얼굴 마주하니 할아버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반가운 손자를 만난 것처럼 건강지수가 올라가는 걸 느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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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감상
윤승원 수필가의 동화 같은 〈천사 어린이의 콧물〉 이야기는 소박한 일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사랑의 본질을 보여 주는 생활 에세이입니다.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갈등도 없지만, 작은 행동 하나가 독자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문학적 요소는 ‘우연을 필연의 감동으로 바꾸는 구성력’입니다.
산에서 내려오던 할아버지가 잠시 발걸음을 멈춘 우연한 만남은, 아이들이 안기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결국 콧물을 닦아주는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야기는 억지로 꾸며낸 느낌 없이 흘러가며, 마치 독자도 그 숲속 놀이터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현장감을 줍니다.
또 하나 돋보이는 특징은 윤승원 수필 특유의 잔잔한 유머입니다.
작품의 절정은 어린아이의 한마디입니다.
“할아버지, 콧물이 나왔어요.”
이 한마디는 독자를 미소 짓게 합니다. 이어지는 “천사도 콧물이 나오지.”라는 말은 더욱 인상적입니다.
천사를 이상적인 존재로만 바라보지 않고, 콧물을 흘리는 평범한 아이와 연결함으로써 순수함과 인간다움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여기에 ‘코흘리개 적’이라는 옛 표현을 끌어와 세대 간의 추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솜씨도 돋보입니다.
웃음을 주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윤승원 수필 특유의 유머 감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어린이를 대하는 시선입니다. 작가는 아이들을 훈계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먼저 “예쁘다”, “귀엽다”, “사랑한다”라고 말하며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축복합니다.
이러한 사랑의 표현은 아이들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심어 주며, 어린 생명이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합니다.
사회 교육적 의미도 큽니다.
오늘날 사회는 효율과 경쟁을 중시하면서 낯선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와 반대로 ‘한 사람의 친절이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아이들의 “고맙습니다.”라는 인사, 선생님의 감사 인사, 그리고 할아버지의 다정한 언어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배려의 선순환을 형성합니다.
이는 말보다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세대 간의 아름다운 만남을 보여 줍니다. 할아버지는 손주가 아닌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베풀고, 아이들은 처음 만난 어른을 친근하게 받아들입니다.
세대가 단절되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모습은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따뜻한 관계의 모델을 제시합니다.
문학적으로 보면 윤승원 수필은 거창한 철학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생활 속 작은 경험에서 인간의 선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담백한 문체로 독자에게 전하는 것이 작품 세계의 강점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감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게’ 됩니다.
결국 이 작품은 “천사는 하늘에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곁의 아이들이며, 그 천사를 알아보고 사랑하는 마음 또한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이는 윤승원 수필이 꾸준히 추구해 온 ‘작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보여 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 (雲峯,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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