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8개국 문학기행-인천공항에서 네덜란드 암스텔담공항으로＞

[김윤자]

       서유럽 8개국 문학기행

영국,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2006년 4월 10일 월요일 ∼ 4월 21일 금요일까지 10박 12일

<서유럽 8개국 문학기행-인천공항에서 네덜란드 암스텔담공항으로>

2006년 4월 10일 월요일 인천, 네덜란드, 영국

인천공항 출발, 시베리아 툰드라 설원, 태양과 낮달, 내가 지나가는 비행기의 길, 아직도 하늘에는 햇살이 가득하다, 두 아들에게, 시베리아 상공에는 구름도 없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도착, 영국 런던 도착

* 인천공항 출발

 지난해 국제펜 동유럽 행사에 이어, 금년 6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제72차 국제펜 행사가 열린다. 계획은 그때 행사에 참여하여 서유럽 문학기행을 하려 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요번에는 우리 문인 부부 둘이서 서유럽 8개국 문학기행에 나섰다. 나는 시인이고 남편은 수필가이니 동일한 문학적 감성과 열정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탑승할 비행기는 네덜란드 KL866 항공으로 인천 공항에서 14:05분에 출발한다. 11:05분까지 가야함으로 집에서 오전 9시에 콜택시를 불러 국제공항버스정류장까지 와서 9시 30분경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에 10시 30분경 도착했다. 집을 나설 때는 비가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공항은 맑게 개여 다행이다.
 B와 C 사이 5번 테이블에서 하나 투어 가이드를 미팅하여 수속 밟고, 짐 탁송하고, KLM 항공 마일리지 영문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탑승 게이트는 9번, 모든 수속을 마치고 대기실 의자에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유럽은 물이 귀하다 하여 패트병에 식수를 받아 가방에 넣었다. 13:20분부터 보딩타임,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했다.
 인천공항에서 암스테르담 공항까지는 10시간 45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한국시간 14:12분, 모니터에 남은 거리가 8574km, 현지 암스테르담 시간은 오전 7:!2분이라고 나온다. 그곳은 아침이고 한국은 7시간 빠르므로 점심이 지난 오후다. 원래는 한국이 8시간 빠른데 3∼4월부터 실시하는 섬머타임제로 1시간이 당겨져 7시간 차이다.
 15:14분, 지금 약 1시간을 날아온 상공은 베이징 부근이다. 시베리아 상공을 거쳐 네덜란드까지 가는데, 목적지의 날씨는 온화하며 섭씨 10도, 현지 시간으로 18:10분경 도착 예정이라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기장이 영어로, 여승무원이 한국어로 말한다.
 기내 중식은 15:50분∼16:20분 쇠고기 요리로 맛있게 먹었다. 네덜란드 항공을 탔다는 것이 좋다. 교과서에서나 공부했던 나라가 아닌가. 히딩크의 나라, 축구 세계 4강 신화로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었던 축구 감독의 나라다. 지금 그 나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북경을 지나 몽골을 지나 시베리아 상공으로 진입하는데 창 밖은 운무로 뽀얗다. 39H, 39J, 39K, 이 세 자리가 창 쪽에 붙어 있는데 나는 39J, 남편 39H이다. 그런데 윈도우쪽 39K가 공석이어서 세자리를 우리 둘이 앉아갔다. 커피를 좋아하는 유기섭 수필가님, 나의 그대는 홍차에 설탕을 넣어 마신다. 속이 좀 좋지 않아서다. 나도 함께 홍차에 설탕을 넣어 마셨다. 물과 쥬스와 차를 마시며 상공에서 모자란 산소를 보충하는 것이다.
 고비사막 상공에서 비행기 날개 끝에 씌여진 KLM 알파벳과, 위에 점 4개를 찍은 글씨만 선명하고, 땅도 하늘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운무 혹은 황사인 것 같은데 색깔로 보아서는 운무에 가깝다. 비행기 날개 위에 그림자가 서리는 것으로 보아 햇살은 왼쪽 서녘 하늘에 나온 것 같다.
 16:45분, 모니터에 비행기는 고비사막 위에 떠 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상공을 지나가고 있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행복한 여행을 한다. 생은 참 아름답고 즐거운 것이다. 기쁜 여정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그렇다고 외치고 싶다. 두 아들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기에 가능하며, 자신의 인생길을 빨리 찾아 순조롭게 걷기에 가능하다. 고등학교 교사인 큰 아들과 약사인 둘째 아들에게 그저 고맙고 대견하다.
 이번 서유럽 8개국 장기 여행도 두 아들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고 쾌히 밀어주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문인의 눈으로 많은 것을 보고 담아갈 것이다. 그래서 먼 후일에 내가 이 세상에 없을지라도 나의 문학 홈페이지에, 나의 문학 기행 자취록을 올려놓음으로 후손에게 빛이 되게 할 것이다. 또한 나는 시인이니 시를 써서 송화의 시화방에 명소의 사진과 함께 올려놓으면 영원한 시향이 그윽하리라. 나의 족적을 아름답게 남기고자 하는 뜨거운 목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해,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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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베리아 툰드라 설원

 운무를 뚫고 힘차게 날아가는 KLM 항공은 16:55분경 하얀 설원을 지나고 있다.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시베리아 평원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산도, 물길도 모두 하얗다. 지난해 6월 동유럽 갈 때 지난 그 길이건만, 지금 4월의 길은 툰드라 설원이다. 설산이다. 하얀 구름이 땅 위에 두둥실 그림자를 띄우며 고요하고, 평지의 땅은 눈이 녹아 살빛 토양이 야무지다. 저곳에는 생명이 정녕 존재하지 못하는가. 간간이 보이는 침엽수림이 오롯한 생명으로 산에 덩어리로 뭉쳐있다.
 이런 풍경이 눈 앞에서 눈 끝까지 아득하다. 크고 작은 하얀 뱀이 아시아 대륙 상단을 가로질러 실크로드인양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저 아래 툰드라 설원의 신비로운 땅은.
 나는 와보지도 않은 이곳 시베리아 땅, 툰드라 설원 지대를, 저런 풍경을 어찌 알고 졸시 〈설원을 걷는 독수리〉, 〈인동의 꽃〉에 동토의 강인한 힘을 부여했을까. 나의 영혼을 저 무원의, 불굴의 광야에 세워 채찍하였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의 시인이 되었고, 미래의 영원한 시인이 되리라.
 어젯밤에 육필시비 건립 문제로 통화한 이양우 선생님이 떠 오른다. 아우님의 시가 좋아서, 한국은유문학상을 받고, 작품성이 뛰어나고, 국제펜, 한국 문협에서 문학활동을 활발히 하기에 충분히 육필시비를 건립해 줄만한 시인이라고 칭찬하시던 말씀이 들린다. 정확한 눈으로 나를 보아주심이 고마웠다. 1시간을 통화하며 고향 보령에 대하여, 개화예술공원에 건립되는 나의 시비 〈깊은 소리〉, 아버지에 대한 효심에 대하여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순간들이, 지금 뇌리를 스친다.
 문학의 길에서 충실하리라는 다짐을 하며 저 드넓은 설원, 광활한 우주의 시심으로 나의 시적 영역을 넓혀 나가리라. 시의 길에서 고마운 분들게 겸손하며, 알차게 여문 시인이 되리라.
 17:35분 아직도 시베리아 상공은 하얀 툰드라 설원이다. 동토에서 사심을 키우며 나는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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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과 낮달

 나의 오른쪽은 낮달이, 왼쪽은 태양이 떠 있다. 왼편 사람들은 윈도우 덮개를 내리고, 오른편 사람들은 더러 내리고 자거나 나처럼 창 밖을 보고 있다. 땅에만 시선을 고정하다가 하늘을 보니 하얀 낮달이 따라온다. 창공에도 해와 달은 함께 공존하며 동일한 하늘에서 살고 있다. 참으로 눈물 고운 풍경이다.
 17:46분, 왼편 창가로 와서 보니 눈부신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다. 아래는 하얀 구름밭이다. 태양이 뜬 지구 대륙은 구름이 살고, 달이 뜬 북극 대륙은 눈과 얼음이 산다.
 비행기 후미, 주방 곁 비상구 앞에 놓인 외톨이 의자에 홀로 앉아 기이한 풍경을 본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한국에서 아시아 북쪽을 가르며 네덜란드로 가니까 왼편은 남쪽 대륙이고, 오른편은 북쪽 설원이다. 대륙 위에는 지상에서 태양열에 올라온 수증기가 구름층을 이루고, 설원 위에는 증발된 수증기가 없어 구름보다는 툰드라 설원지대가 더 뚜렷이 보이는 것이다.
 4월의 서유럽 기행, 참으로 기묘한 창공의 비경을 본다. 시속 900km가 넘게 비행기가 날아가는데도 창가에 걸린 낮달은 여전히 그 자리에 박혀 있다. 지구 표면보다 10km이상 높은 고도 위에 있기에 태양과 낮달을 동시에 보고 있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말이다.
 하늘 색깔이 무공해 청정 영역으로 푸르게 선명한만큼 낮달의 하얀 몸집도 선명하다. 태양은 여과없이 쏟아내는 빛에 볼 수 없지만 낮달은 고운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 예쁜 모습이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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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나가는 비행기의 길

 모니터에서 영화가 끝나고 잠시 비행하고 있는 상태와 주변 환경, 길에 대하여 나온다. 내 시계(한국시간)로 18:52분, 모니터 자막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현재 속도 875km/h, 남은 거리 5109km, 고도 10700m, 외부 온도 -42도, 남은 시간 5:14분, 도착시간 18:10분, 도착지 현재시간 11:56분, 현 위치 현재 시간 16:56분
 지도는 티벳고원 상공에 비행기가 그려져 있다. 디카에 담았다. 내가 지나가고 있는 비행기길과 지금 지나는 곳의 고도, 속도, 시간, 온도에 대하여. 먼 후일 환희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지금 한국 시간으로는 19:10분, 어둠이 깔렸을 시간인데, 이곳은 17:10분 환한 대낮이다. 창공의 밤은 언제나 짧고 늦게 온다. 지상의 툰드라 지대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조금 다른 것은 사람이 일군 듯한 산비탈의 계단식 농토가 보이고, 쭉 뻗은 차도같은 선이 보인다. 그리고 아직 일어서지 못한 나무와 이끼들이 검은 색에 가까운 녹빛으로 눈밭에서 누워있다.
 지난 해 2005년 6월, 이 길을 지날 때 푸른 물감으로 쫙쫙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하던 곳에 금년 2006년 4월에 지나는 길은 붓으로, 강한 터치로 하얀 물감을 듬뿍 묻혀 쫙쫙 그림을 그려 놓은 듯 하다. 참 아름다운 길이다. 아까는 모스크바 도심 주변인지 광채나는 자동차 같은 물건과 도시 형태가 보이기도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낮이다. 한국시간 20:45분에 모니터에는 비행기의 위치와 상황이 또 뜬다. 비행기는 시베리아 평원 중앙에 있다. 현재 속도 827km/h, 남은 거리 3485km, 고도 11600m, 외부온도 -56도, 남은 시간 4:22분, 도착시간 18:11분, 도착지 현재시간 13:49분, 현재 위치 현재 시간 17:49분
 지금쯤 한국에서는 저녁 8시 25분에 시작하는 KBS1 드라마 〈별난 남자, 별난 여자〉를 하리라. 캄캄한 밤이리라. 그런데 지금 지나고 있는 시베리아 평원은 아직도 17:49분, 파란 하늘, 화창한 대낮이다.
 한국시간 21:00분경 창 밖은 구름밭이다. 이제 시베리아 설원은 끝난 것일까. 구름층 아래에 있는 것일까. 아, 툰드라 지대가 구름 사이로 보인다. 아직도 시베리아 설원은 끝나지 않음이다.
 가이드가(김상미) 준 가이드 북을 공부한다. 서유럽에 대하여 하나투어에서 나라와 명소를 박아낸 작은 책자다. 여행 일정표와 대조하여 공부한다. 집에서도 책과 인터넷상에서 많이 공부하였지만 더욱 알찬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개될 여정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시베리아 상공에서,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시심을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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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하늘에는 햇살이 가득하다
 
 한국시간 22:45분, 지금쯤 나의 두 아들은 집에 돌아왔겠지. 그리고 하루의 일상을 접고 밤시간을 보내겠지. 그런데 이곳은 아직도 하늘에 햇살 가득한 한낮이다. 낮을 계속 만나며 간다. 낮을 버리지 못하는 시간이다. 서녘으로 넘어가는 태양을 계속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나의 나라, 한국에서 아주 멀리 날아와 있다.
 지금은 온통 구름밭이고, 푸른 창공이 지붕을 이루고 있다. 거대한 비행기 날개가 나의 옆구리에서 고독한 비행을 계속한다. 밤도 없이 달리는 장엄한 비행이다. 여전히 하늘은 햇살로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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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들에게

 아가야, 나의 보물 큰 아가와 작은 아가야. 너희들이 컸다고 영근 열매로 으젓하게 다녀도 엄마에게는 영원한 아가다. 엄마와 아빠를 서유럽에 10박 12일이라는 2주간의 긴 여행을 보내놓고, 조금은 마음이 놓이지 않겠지.
 그러나 세상은 참으로 넓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단다. 후일에 너희들도 드넓은 대륙을 넘나들거라. 하늘에서도 수많은 것을 배우고, 먼나라에 가면 그 어느 책도 가르쳐 줄 수 없는 소중한 양식을 얻고 온단다. 적당한 부와, 적당한 명예와, 적당한 욕심으로 세상을 살며, 자신의 행복에 충실하거라.
 여행보다 큰 투자는 없다고 했다. 결혼하여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살 때도 배우자와 자식과 여행에 아낌없이 투자하거라. 오픈된 국제사회에서 국가와 국가의 벽을 허물고, 두려움도 지우고, 광활한 가슴으로 살거라.
 창 밖은 시베리아 툰드라 설원을 지나고, 한 동안 구름밭이더니 지금은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여린 툰드라 지대가 보인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게 된다. 한국에서 약 11시간 비행이다. 지금쯤 너희들은 자고 있을까.
 아가야, 밤 11시 아직은 취침 전이겠구나. 엄마는 햇살을 안고 날아간다. 참 행복하다. 가을 추수를 마친 농부의 배부른 축복이다. 평화다. 엄마, 아빠 바라보며 우리 아가들도 행복하게 살거라. 배부르게 살거라. 평화롭게 살거라.
 서유럽 8개국을 둘러보며 견문을 넓히고, 디카에 풍경과 역사를 담아 보여줄께. 4월 21일 금요일 인천공항에 11:00분 도착이다. 집에는 오후 4시경까지는 갈거야. 그날까지 우리 함께 생활에 충실하여, 여행에 충실하여 큰 기쁨으로 만나자. 2006년 4월 10일. 월요일. 한국시간 23:01분에. 너희들을 많이 사랑하는 엄마 김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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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제 : 시베리아 상공에는 구름도 없다/松花 김윤자

고독하구나
시리구나
툰드라 동토에
증발할 물기도 메마르고
사람의 입김이 없으니
올라갈 물기도 없고
하여, 창공에 그 흔한 구름 이불도
네게는 머물지 못하니
땅도 시리고
바라보는 하늘도 시리구나
고고하게 드러누운 설원에
아직도 눈뜨지 못하는 봄이
사월의 땅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저 하얀 지대에는 내리지 못하고
고독한 생이구나
그래서 아름다운 나의 시밭이었구나
너를 만나기 전에
나는 이미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 동토에서
하얀 눈밭을 걸으며
나의 시밭을 일구었으니
향기로운 땅, 향기로운 상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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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도착

 한국시간 23:40분에 기내 석식이 나왔다. 점심과 저녁 2회다. 길어진 낮으로 중식과 석식 사이 시간이 길어 배가 고프다. 베를린 상공을 지나 바다 위로 비행기가 날아간다. 육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케헬름, KLM 항공에서 암스테르담 스치폴 공항 안내방송을 한다. 바다보다 40%의 땅이 더 낮다는 네덜란드, 점점 땅에 가까워질 때 바다 위에 꽃처럼 땅덩이가 떠 있다. 바닷물을 막아 땅을 일군 나라, 그것이 육안으로 보이고 있다.
 지금 한국시간 0:28분, 바다와 땅이 만나는 곳에 뽀얀 경계선, 흙 색깔 같기도 하고 어쩌면 제방 둑 같은 예감의 선이 길게 있다. 북해를 지나 암스테르담 스치폴 공항에 접근하고 있다. 현재 현지온도는 섭씨 8도, 30분 뒤에 착륙한다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한국시간 0:38분, 반듯반듯하게 다듬은 땅에 파란싹이 한 가득이다. 이곳이 한국보다 훨씬 위쪽 나라인데 벌써 봄기운이 완연히 감도는 빛이다. 기와지붕 색깔이 빨갛다. 목가적인 풍경이 아름답다. 역시 히딩크의 나라는 짙은 낭만이다.
 아직 햇빛은 화창하다. 극지방일수록 밤이 늦게 온다는 말이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하얀 구름덩이가 땅 위를 떠다닌다. 그 구름 사이로 네덜란드의 도심 풍경이 서서히 드러난다. 신기한 것은 바닷가의 나라인데 공항은 바닷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육지 가운데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나라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개 바닷가에 공항이 위치해 있었는데 네덜란드는 예외다.
 2006년 4월 10일 네덜란드 현지시간 18:15분에 비행기는 착륙했다. 이제 다시 20:15분 런던행 비행기로 영국에 간다. 오늘은 네덜란드를 그냥 떠나고 마지막 날에 여행하기로 되어 있다. 긴 시간 동안 날아온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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