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민주화와 군대식 경찰대학 존폐 문제
우리에게는 1980년 5.18 민중항쟁과 1987년 6월 시민항쟁 등을 통하여 군사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정치를 이룩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제 정치민주화는 상당 수준에 올라섰으나, 다만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미흡한 정도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군대와 더불어 국가 물리력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경찰 분야에서 민주화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시민과 경찰은 마치 정치적 민주화와 더불어 경찰도 당연히 함께 이미 민주화된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대와 검찰에서는 당연한 문민통제가 어찌된 일인지 경찰분야에서는 비껴가고 있으며, 주민참여 지방자치의 기본인 자치경찰 역시 극구 반대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현재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마치 정권 혹은 대통령의 전유물인 것처럼 활용 혹은 악용되기 일쑤이다. 그러면서도 마치 우리나라 경찰은 일선 법집행기관으로서 일선경찰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경찰대학 출신 간부 문제로 인하여 엉뚱하게 일반 공무원에 비하여 중상위직 비율이 너무 작다며 온갖 핑계를 대가며 고위직이나 중상위 간부직 만들기에 여념이 없으며, 자신들은 힘도 약하고 시위대에 얻어만 맞으며 주취자에게 시달리기만 한다는 식의 오도된 인식들이 마치 그럴싸하게 횡행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아직 경찰에 대한 별도의 독립적인 민주적 통제 제도가 없다. 국회의 감시나 경찰위원회 제도가 있기는 하나 유명무실하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김승연 보복폭행 은폐늑장 수사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거짓말과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문민 아닌 현직 경찰관 출신 경찰청장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국민 대다수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임기제와 대통령의 신임만을 방패삼아 버티면서 경찰사기를 떨어뜨리고 경찰쇄신을 가로막고 있다.
경찰대학의 경우 우리나라 경찰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켰다는 인식도 없진 않지만, 경찰대학 출신에 대한 위헌적이며 과도한 특혜로 인하여 경찰조직을 붕괴시켜가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을 장악하고 있는 경찰대학 출신들은 국민혈세 5천만 원을 들여 경찰대학 폐지 반대여론이 80% 이상이라고 여론을 조작해가면서 경찰대학에 대한 특혜 제도를 고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21세 이하만 입학자격을 부여한다는 경찰대학 학사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이지만, 위헌적인 경찰대학 특혜의 핵심은 졸업생에 대해 아무런 경찰간부 시험 통과절차 없이 곧바로 경위로 전원 자동 특채한다는 점에 있다. 일선경찰 사이에서조차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과거 경찰이 정권하수인으로 전락했던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김승연 보복폭행의 늑장은폐 수사사건을 책임지고 청장퇴진을 요구한 군대식 경찰대학 1기 출신인 황운하 총경에 대해 경찰 측이 보복성(?) 징계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경찰조직이 경찰청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대통령과 청장이 합세하여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고 그야말로 경찰조직을 사병화하는 후진적인 경찰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노출하였다.
문제는 경찰 내외부에서 민주경찰로서의 언로가 이른바 집단행동이나 경찰노조 금지라는 법규정으로 인하여 숨 막힐 정도로 질식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일선경찰 스스로조차도 경대폐지나 경찰노조 허용을 요구하는 청원서명운동이나 헌법소원 제기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경찰을 이미 장악한 경대출신의 해꼬지나 억압 때문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경찰의 후진성을 거듭 확인하는 것 같아서 그저 처연할 따름이다.
결국, 제대로 된 국가경찰위원회와 자치경찰위원회 도입, 위헌적이며 경찰조직의 붕괴를 재촉하고 있는 경찰대학 특혜의 폐지, 경찰직장협의회 혹은 경찰노조의 허용, 경찰청장과 시도 지방경찰청장 문민화, 독립적인 경찰외부감시기관 혹은 경찰옴부즈맨 도입 등이 빠르면 빠를수록 우리나라 경찰민주화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 이제 경찰민주화는 경찰에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며 시민사회가 나서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군사독재 종식에 이어 경찰민주화에 있어서도 시민사회가 자기 몫을 다해야 할 때가 되었다.
첫댓글 정말 공감하는 말씀입니다.
9월 10일자 시민사회신문 사설로 쓰였습니다. 퍼나르기는 9월 12일 이후 <시민사회신문> 사이트에서 직접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전에 퍼나르기 하신 분들도 이점을 추가로 명확히 밝혀주세요. 저는 한국자치경찰연구소장 문성호으로서 <시민사회신문>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