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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광주에서 5.18과 12.3 계엄 그리고 윤석열 탄핵이라는 주제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전남대 5.18연구소, 그리고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 주최의 발표회였습니다.
아래 발표회 포스터, 그리고 제 발표 준비를 위한 스크립트를 올립니다.
<정태욱 발표 준비 스크립트>
<인사말>
오늘 귀한 자리에서 발표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전남대 5.18 연구소 민병로 교수님, 그리고 헌정회복 헌법학자회의 김선택 교수님, 이종수 교수님, 김종철 교수님 그리고 신옥주 교수님 등 훌륭한 교수님들 앞에서 발표하게 되어 송구하고 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 발표문은 원래 민주법학이라는 학술지에 투고한 논문 조금 보완한 것입니다. 원래의 논문은 대통령 책임과 대통령 탄핵에 관한 한국 헌정사였습니다. 오늘 발표는 그에 더하여 비상계엄의 문제 그리고 87년 체제의 문제를 추가하였습니다.
발표문에 더하여 PPT 문서를 간략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PPT 문서를 보면서 발표를 이어가겠습니다.
<머리말>
지금 87년 체제가 그 명을 다했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87년 체제에 무언가 큰 결함이 있고, 따라서 그것을 폐기해야 한다는 뉴앙스까지 풍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에 대하여 혹시 87년의 민주헌정을 격하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봅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와 반대로 이번 12.3계엄 사태에서 오히려 87년 민주헌정의 성취를 확인하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번 비상계엄을 막아낸 것은 87년 체제의 저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개헌 논의에 대하여 저는 87년 체제를 끝내는 제7공화국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87년 체제를 보완하는 제6공화국의 2.0 버전이 온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오늘 저는 먼저 우리 87년 민주헌정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합니다. 첫째 대통령 책임과 대통령 탄핵의 제도화, 둘째 12.3 비상계엄을 막아낸 성취에 대하여 평가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87년 체제의 개선, 특히 무도한 비상계엄 방지를 위한 개헌의 과제들에 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대통령 책임>
먼저 대통령 책임과 탄핵의 문제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우리 헌법은 권력분립의 입헌민주주의 헌법이지만, 국민 직선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취합니다. 대통령제 정부형태에서 가장 중요한 헌법적 과제는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 즉 대통령의 책임 문제입니다.
국민주권 민주주의 체제에서 어떤 권력기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는 군주제 정부에서 군주의 무책임 원칙과 대비됩니다. 예전에는 군주는 과오가 없다는 격언이 지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책임이 없는 권한은 없다는 격언이 지배합니다.
따라서 대통령도 주권자 국민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지금 대통령 측에서 계엄 선포행위에 대하여 ‘통치행위’를 말하고, ‘초헌법적 비상대권’ 등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위와 같은 ‘군주는 과오가 없다’는 군주제의 잔재일 따름입니다.
다만,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 그리고 국정 운영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대통령의 책임은 상당히 제한됩니다. 먼저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추궁을 받지 않습니다. 우리 헌법의 경우 대통령은 국민소환의 국민투표제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가 대통령을 해임하는 대통령 불신임권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법적 책임에서도 특권이 인정됩니다. 내란과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대통령은 군주가 아닙니다. 대통령은 주권자로서 권력을 위임받은 통치권자일 뿐입니다. 따라서 대통령도 궁극적으로 주권자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의 실정과 폭정에 대하여 그 신임을 철회하는 주권적 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민주헌정 체제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합니다. 대통령이 비록 형사불소추 특권이 있지만, 대통령이 직무상 헌법과 법률을 위배할 경우 탄핵을 할 수 있습니다.
정치학적으로 주권자 국민이 책임을 묻는 형식을 ‘수직적 책임’이라고 하고, 동렬의 다른 국가기구가 상호 책임을 묻는 형식을 ‘수평적 책임’이라고 합니다. 국민이 선거 등을 통하여 심판하는 것은 수직적 책임이고,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와 심판을 하는 것은 수평적 책임입니다.
<한국 헌정사와 대통령 책임>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제헌헌법부터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이전에 대통령 탄핵은 불가능했습니다. 공개적인 주장조차 어려웠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권위는 막강하였습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불리우곤 했습니다. 대통령의 뜻을 거역하면 ‘항명’이라고 하여 국회의원들도 치도곤을 당하였습니다.
이렇게 동렬의 헌법기관에 의한 수평적 책임 추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은 것은 주권자 국민의 수직적 책임 뿐입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를 통하여 민심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민심을 두려워한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자행하거나 국민 직선을 회피하고, 국민을 탄압하고 야당을 탄압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직접 행동의 저항권 행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이렇게 87년 민주화 이전에는 탄핵 등 제도적 차원의 책임추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저항권으로 대통령을 심판하여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4.19의거가 그러하였고, 79년 부마항쟁이 그러하였고, 80년 광주항쟁 그리고 86년 민주화운동이 그러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87년 민주헌정이 수립되었고, 그 이후에는 대통령 탄핵이 공개적으로 주장될 수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노무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국회 탄핵소추가 가결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가 기각되었으나, 박근혜대통령의 경우는 탄핵이 인용되어 파면되었고,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도 탄핵 인용이 유력합니다.
우리 헌법은 탄핵 소추 사유로 직무집행에서의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그 내용을 구체화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을 것, 그 법위반이 중대할 것, 국민적 신임을 배반하는 정도일 것,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가 결여되어 있을 것 등의 사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에서 윤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탄핵의 사유에 해당합니다.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군병력의 동원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며, 또 권력분립에 따른 통치권 위임이라는 국민적 신임을 배반한 권력남용이며, 또 대통령이 이후 진실을 호도, 은폐하고 부하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헌법재판을 요설과 궤변이 난무하는 자리로 만든 태도는 헌법수호의지가 전혀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87년 체제의 중요한 성취 1>
저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만장일치의 인용 결정에 대하여 전혀 의심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난 박근혜 대통령 사례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중대한 법위반의 권력남용을 한 대통령을 파면하여 헌법을 수호하는 입헌적 절차를 작동케하고 또 제도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국민들이 저항권의 행사라는 극단적 직접 행동에 의하지 않고, 헌법 절차적으로 대통령의 중대한 법위반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민주헌정을 확립한 것입니다.
저는 이를 87년 헌정의 중요한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87년 체제는 그 동안 국가적 그리고 헌법적 위기를 헌법 절차적으로 해소하는 입헌주의를 정립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비상 계엄과 친위쿠데타의 헌정사>
다음으로 국헌문란 비상계엄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저는 87년 헌정의 중요한 성취는 이번 12.3 비상계엄을 막아낸 것에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 헌정사는 국민들의 민주적 저항의 역사이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최고권력에 의한 국헌문란 친위 쿠데타의 역사이기도 하였습니다. 그 친위 쿠데타는 언제나 비상계엄이라는 형식으로 수행되었습니다. 말하자면, 군대라는 가장 치명적인 물리력 동원에 계엄이라는 헌법적 정당화를 기도한 것입니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의 ‘부산파동’ 소위 ‘발췌개헌’을 위한 비상계엄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국헌문란이었습니다. 출근하는 국회의원들을 버스 채로 연행하여 감금하기도 하였습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의 ‘10월 유신’도 결국 영구집권을 위한 국헌문란이었습니다. 국회를 해산하고 야당 정인들을 체포 고문하였습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5.17’ 비상계엄 확대도 정권 탈취를 위한 국헌문란이었습니다. 국회를 봉쇄하여 사실상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야당 지도자를 체포하고 내란죄 누명을 씌워 사형을 선고하였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이제 그러한 비상계엄, 국헌문란의 친위 쿠데타는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과거 군사적 강권주의의 유물로 치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87년 민주헌정의 가치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2024년 12.3 비상계엄이 다시 터졌습니다. 그 양상은 이전 강권주의 시대 국헌문란의 친위쿠데타의 재판이었습니다.
<12.3 비상계엄과 국헌문란>
우리 역사에서 비상계엄 친위쿠데타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대통령 등 최고권력자의 권력남용이었습니다. 둘째는 의회와 정치지도자를 체포하려 하였고, 국회를 무력화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셋째는 국가안보위기를 빌미로 하였다는 점입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도 같은 양상을 보였습니다. 안보위기, 반국가세력 척결을 내세웠습니다. 국회를 무력화하려고 시도하였고, 대통령에 반대하는 여야 정치지도자들을 체포하려 하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까지 탈취하려고 하였습니다. 12.3 계엄의 동기에 대하여 여러 분석이 있지만, 저는 이 역시 이전의 친위 쿠데타와 마찬가지로 최고권력의 권력 유지와 안정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친위쿠데타의 저지>
2024년 87년 체제 성숙한 민주헌정으로 생각하였는데, 비상계엄이라니! 이는 87년 체제의 어떤 결함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이전에 12.3 비상계엄을 막아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즉 그 무도한 병력동원 친위 쿠데타를 좌절시킨 것, 그것에서 87년 민주헌정의 큰 성취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헌정사에서 비상계엄 친위쿠데타, 병력 동원의 국헌문란이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 헌정사에는 ‘성공한 쿠데타’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헌정사는 ‘실패한 쿠데타’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87년 체제의 변화를 얘기하는 데에 있어 저는 비상계엄의 친위쿠데타를 막아낸 87년 민주헌정의 가치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7년 체제의 성취 2>
군대, 그것도 최정예 부대를 동원한 비상계엄임에도 여야 정치인들 국회의원들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국회로 모여 계엄 해제를 의결하였습니다.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가서 군대와 경찰에 맞서고 국회의원들을 엄호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출동한 군인들은 현장의 상황을 보고 그것이 대테러전도, 대북 작전도 아님을 확인하였습니다. 군의 사명에 어긋나고 헌법적 상식에 맞지 않음을 직감하였습니다. 다수의 현장 지휘관들 그리고 사병들은 중요한 판단을 하였습니다.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입니다. 치명적 물리력을 자제하였습니다. 대통령의 국헌문란은 좌절되었고, 어떤 유혈충돌도 없었습니다.
군인들이 제복을 입었지만, 그 제복은 헌법에 충성하는 제복이었던 것입니다. 국회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 특히 군인들이 우리 헌법수호의 주권자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87년 민주헌정의 저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80년 광주항쟁의 깨달음이 전국민적으로 내면화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87년 체제의 보완>
그러나 87년 체제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2024년에 다시 친위 쿠데타가 발생하고 그것이 비상계엄이라는 방편을 취했다는 것, 즉 과거 강권주의 독재 시대에 있던 일이 되풀이 되었다는 것은 87년 체제의 결함을 시사합니다.
그에 대하여 저는 87년 체제의 개헌 내지 입법적 보완의 관점에서 몇 가지 제안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대통령 계엄 선포권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일종의 군사통치인 계엄에 대하여 대통령은 너무 쉽게 선포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권을 배제하든지 아니면 국회의 통제를 사전적 통제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대통령 계엄 요구-국회 계엄 선포-대통령 계엄 집행-국회 계엄 해제라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둘째, 군에 대한 문민적 헌법통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법제는 군령권을 대통령-국방부장관-합동참모의장의 순으로 하고 있고, 국방부장관에 현역군인을 배제함으로써 문민통제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선 대통령이 군사적 강권주의 로망을 가지고 있고, 국방부장관의 군 장악력이 클 경우 이는 여전히 취약합니다. 따라서 저는 우선 국방부장관 그리고 차관은 모두 예편한지 최소 7년 혹은 10년 이상 지나야지만 임명될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계엄에 있어서는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사이에 국무총리를 군령권의 계통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중층적 문민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한반도 평화 체제를 헌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우리 친위쿠데타 비상계엄은 모두 북한의 위협, 안보 위기를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도 종북좌익을 말하고, 또 실제로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제 남북의 분단과 대립을 국내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적폐는 끊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헌법에 남북 사이의 모든 분쟁은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한다는 원칙을 규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유엔헌장, 그리고 켈로그 브리앙 조약의 내용과 같은 것으로 국제법의 대원칙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정전협정 상의 적대행위 금지와 분쟁 해결 절차를 헌법적으로 수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하여 남북미중 혹은 남북과 중립국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평화 기구, 정전 유지 기구를 활성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87년 체제의 사회경제적 한계>
끝으로 87년 체제의 문제는 헌법보다도 사회경제적 모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순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동조하여, 반북, 반중, 반공의 이데올로기 전선에 뛰어드는 20-30 세대들의 모습에서도 확인됩니다.
어째서 청년들이 무도한 비상계엄의 강권주의에 호응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선전선동에 감응하는가? 이는 어쩌면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반감의 표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젊은 계층이 87년 체제가 만든 세상에 좌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었다는 기성세대의 자랑은 지금 어떤 모습입니까?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로소득, 탐욕과 허영, 편법과 반칙, 특권과 차별, 모욕과 혐오의 체제가 과연 도덕적 상식으로 납득될 수 있는 일인가? 20-30 세대의 다수는 사회의 모순에 직격을 맞고 미래 없는 현재를 힘겹게 살고 있습니다. 혹은 절망적으로 투기에 매달리고 혹은 절박한 노동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울분이 없을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들의 울분에 대상을 찾아 주었습니다. 우리 사회 ‘악의 근원’을 공식 지정해 주었습니다. 북한, 중국, 좌익은 원래 ‘대한민국의 주적’이기도 하였으니, ‘애국’의 프레임에도 맞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식도 제시해 주었습니다. 바로 힘입니다. 강력한 힘을 호쾌하게 휘두르는 것입니다. 억눌린 20-30 청년들에게 강권주의는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그에 동참함으로써 인간적 존재감, 정치적 효능감을 향유할 수도 있게 됩니다.
87년 체제는 헌법적 상식을 북돋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도덕적 상식을 북돋는 데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이것이 87년 체제의 가장 큰 결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87년 민주헌정의 주역이었던 우리 사회 민주진영이 돌이켜 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