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수년 전 동원증권에서
유오성을 광고모델로 쓰면서부터로 기억된다.
사실 가치투자라는 용어는 상당히 동어반복적인 용어다.
'역전앞'과 같은 말이다. 투자의 정의 안에 가치와 가격의 개념이 들어가는데,
왜 굳이 가치투자라는 말을 썼을까? 이것은 시대적인 차별화의 필요성 때문
이었으리라 추측된다. 기술적 분석에 근거한 챠트 투자가 판을 치던 시절에
뭔가 신선한 차별화 요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투자 앞에 '가치'라는
용어를 덧붙인 것이다.
우리나라 증시에 있어서 기본적 분석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가치(value)'라는 단어가 쓰인 것도 불과 몇년 전부터이다.
그런데 요즘 많은 투자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중에 하나가 '가치투자'가
투자의 전부인줄 착각하는 것이다.
가치투자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많은 분들이 투기나 챠트 투자를 떠올리
겠지만 가치투자의 반대편에는 성장주 투자가 있다.
투자의 반대말은 투기이며, 챠트 투자(기술적 분석에 근거한)와 극을 이루는
것은 기본적 분석에 근거한 투자를 말하는 것이다.
가치주는 성장주와 대별되므로 당연히 가치투자의 반대편에는 성장주 투자가
있어야 마땅하다.
물론 가치투자가 투기나 챠트 투자의 반대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투기나 챠트 투자의 반대편에 가치투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가치투자 말고도 성장주 투자라는,
걸출한 투자의 영역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복리 수익의 엄청난 힘은 가치투자가 아니라 장기 보유에서 오는
성장주 투자에 있다. 버펫이 오늘날 부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성장주 투자 때문이다. (성장주 투자를 IT 등 기술주 투자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성장주 투자를 협소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닷컴버블이 횡행하던 99년과 2000년만 해도 가치주 vs. 성장주라는
화두가 종종 언급되곤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성장주 투자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성장주 투자=위험한 투기 쯤으로 인식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성장주 투자는 기술주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
라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성장해왔듯이, 농심
과 롯데칠성, 동서와 한섬, 신세계, 태평양 등도 역시 성장해왔다.
이들이 기술주가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다.
성장주를 볼 때, 중요한 것은 성장율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익의 성장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 확율이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가 성장주 투자의
관건이 된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오마하의 현인,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렌 버펫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필자의 관점에서는 가치투자가가 아니다.
스승인 벤 그레이엄으로부터 가치투자를 물려받았지만 버펫의 8할을 차지할 뿐
가치투자가 버펫 투자의 모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8할의 영역은 나머지 2할을
완성시키기 위한 초석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버펫의 나머지 2할은 무엇일까?
이 2할이야말로 버펫을 템플턴과 그레이엄 등 다른 가치투자자들로부터
돋보이게 하는 비밀의 무기이다.
그 2할은 필립 피셔(Philip A. Fisher)였다.
피셔는 벤 그레이엄과 템플턴 등 정량적 가치투자자들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그는 재무제표 등으로 파악되는 수치보다 10년, 20년 지속될 수 있는 경쟁우위의
원천인 조직과 시스템, 즉 '사람'에 주목했다.
모두들 PER과 PBR을 이야기한다. 혹은 배당수익율과 자산가치를 이야기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비즈니스 시스템과 경쟁환경, 산업 전망을 이야기한다.
과연 이러한 요소들이 10년 뒤 기업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실마리는 숫자나 전망에 있지 않다.
기업 가치의 원천은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는 일종의 'bargain hunting'이다. 백화점에서 바겐세일을 하면,
싼 값에 나온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가듯,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가치투자자들은 헐 값에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달려든다. 여기까진 좋다.
그러나, 가격이 가치보다 조금이라도 비싸다 싶으면 미련없이 팔고 나오는 것이
가치투자의 본질인데, 경험있는 투자자들이라면 과거에 잘 팔고 나왔다고 생각했던
기업의 주식이 지금 돌아보니 열배, 스무배로 올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잘 팔았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꽤 있겠지만.)
좀 비싸다 싶은 주식은 아예 사지 못하는 경험도 있었을 것이다. 가치에 비해 좀 많이
비싸다고 생각했던 주식들이 잘도 올라가는 걸 보면서 뭔가 잘못 되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겐헌팅, 가치투자의 한계점이다.
또한 가치투자를 하면 항상 바쁘다. 어떤 기업의 주식이 상승하여 팔고나면 또 다른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서 매입해야하기 때문이다. 투자기간은 길어야 1년이다.
메뚜기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열심히 매매를 하지만 몇년이 지나서 돌아보면
참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 것을 결국 깨닫게 된다. (이것은 필자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그냥 처음에 샀던 주식을 그냥 보유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무엇때문에 수없이 많은 기업의 주식을 분석하고,
매매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오랫동안 묵묵히 보유한 사람들보다
훨씬 초라한 수익율을 올리기 위해서? 넌센스다.
그렇다면 성장주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역설적이지만 가치투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단 가치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은 성장주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
성장주 투자는 가치투자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영역이다.
기업의 가치와 가격을 비교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성장주 투자로 넘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버펫이 자신의 80%가 그레이엄에서 배운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성장주 투자의 초석은 가치투자에 있다.
우선 정량적 분석이 기본이 되어야한다.
정량적인 분석의 기초 없이 성장주 투자를 하게 되면
효율성이 나질 않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사실 성장주 투자는 매우 어렵다.
벤 그레이엄이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것과 달리, 피셔는 제자가 없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뚝딱하고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성질이 아닌 것이다.
직접 공부하며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10년 뒤에 10배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한번 찾아보자.
어떤 경영자가 있는가?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회사에는 활력이 넘치고 있는가?
내부에서 미래의 경영진을 배출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스템은 있는가?
이러한 물음들은 메뚜기처럼 바겐세일되는 주식들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뛰는
가치투자자에서, 비로소 장기 보유를 통해 엄청난 복리수익을 누릴 수 있는,
편안한 성장주 투자자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피셔와 버펫의 성장주 투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은 많은 가능성을 시사한다.
엄청난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전인미답의 성장주 투자에 올인해보자.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20년, 30년 뒤에는 복리 수익의 엄청난 위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추천 도서 :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 Phil A. F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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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노트
[이야기]
From Value to Longterm Growth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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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8
05.05.17 15:0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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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백만장자님 많이 많이 아주 많이 고맙습니다.
추천도서 한글판은 없나여 ? 파는 곳도 별루없고..
아쉽게도 한글로는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교보문고나 아마존에 주문하시면 됩니다.
"8할의 영역은 나머지 2할을 완성시키기 위한 초석" 가슴에 담아두겠습니다.
한명의 실력자로서 백만장자님이 번역해 보심도 좋을거란 생각이 드는되요. 최준철씨가 좋은 일도 하고 돈과 명예를 얻은 것 처럼여.. 짧은 제 생각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번역은 어려울 것 같네요. 제 영어 실력으로 번역은 역부족입니다.^^; 그리고, 번역권을 사간 출판사가 이미 있는 것으로 압니다. 몇년 전에 아는 분으로부터 들었는데, 출판사 사정으로 번역본이 못나왔다고 합니다.
아쉽네여. 쩝!!
정말 좋은 책입니다. 지금 실력으로 안되시면, 영어공부 하셔서 꼭 읽어보십시오. ^^; 힘들지만 독파하시는 것도 좋은 영어공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코스톨라니도 자신의 저서에서 투자자인 자신의 친구의 예를 들면서,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정보에 뒤지는 친구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검신검귀님 감사합니다. 원문을 구입해서 노력해 봐야 겠습니다. :>
다시 읽어도 멋진 글이네요, 어렵지만 더큰 성과를 주는 성장주 투자, 백만장자님의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성장주 투자에 대하여 새삼 느낍니다. 성장주에 대하여 언론이 우리에게 각인 시킨 부분은 it버블 밖에 없는것 같아 아쉽습니다. 성장주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실력에 대해서도요...
참!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에 열중할 때 행복은 자연히 따라온다. 무슨 일이든 지금 하는 일에 몰두하라. 그것이 위대한 일인지 아닌지 생각하지 말고..." 라즈니쉬의 말인데요.... 백만장자님은 행복하신것 같네요...^^
라즈니쉬...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요. 제 20대 초반을 지배했던 사람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