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에 다다른 이슥한 골목길에서
어머니, 달빛 아닌 칼이 내렸어요
조각난 나이테
흩어진 중심
어머니, 제가 죽은 채로 살아있어요
마른 장작 같은 육십의 몸
잘게
더 잘게 패 주세요
눈물이 마를수록
단단한 서러움은 더 활활 타오르겠지요
그러나 어머니,
저는 오솔길이었어요
있을 듯 없을 듯 낮은 산과 산 사이에서
가끔은 멍석딸기 같은 기쁨을 데리고
잔돌과 이끼들, 날치 버들치가
멋진 필기체로 햇살 물살을 휘감는
저는 작은 물줄기였어요
빌등 적시며 물수제비뜨는 어린아이가
이맛살 찌푸리며 바라보는
한낮의 적막한 구름이었고
어린 겨드랑이의 산들바람이었어요
그런데, 어머니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어머니
세상은 저에게 칼을 내렸어요
어머니의 서러운 치마폭에
죽은 채로 살아서 이렇게 피를 닦아요
괜찮아요, 어머니
이제 어머니의 추운 부엌에서
오래오래 타다가 잉걸불로 살겠어요
아시잖아요, 어머니
어머니의 마른 젖가슴 같은 늙은 호박 속
못난 자식의 등을 쓰다듬듯 한나절
긁어서 긁어서
애끓듯 끓인 호박죽
그 뜨거움에 눈물 젖어 한 대접 수북하게
따숩게 다시 먹고 싶어요
흐르는 땀 닦으며
주름진 어머니, 어머니의 젖무덤에
이 부끄러운 얼굴을 파묻고 싶어요
그래도 살고 싶어요, 어머니
제 어린 자식과
아내와
한겨울 자작나무숲의 착한 떨림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