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사상은 현실의 고난과 주관적인 차별에서 벗어난 무위 자연의 도의 경지를 꿈꾸는 사상이다. 그래서일까? 자칫 노장 사상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자체를 도피해서 숨어버리는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장자의 사상을 비롯한 노장사상이 지나치게 현실에 집착해서 다른 면은 생각할 틈도 없이 상대적인 물질 축적에만 힘을 쏟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지, 인생은 모두 덧없고 허무한 것이니 현실에서 힘들게 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생활에서 단순하게 일어나고 찾기 쉬운 사소한 일에서부터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일상 생활에서 가장 하기 싫고 도피하고픈 것은 바로 과제들과 리포트가 아닐까? 솔직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도 나에게는 힘이 들고 도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이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내가 결코 모범생이기 때문은 아니다. 나도 이 모든 것들을 그만 두고 놀이 동산에 놀러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지독한 현실 주의자이다. 어렸을 때부터 점수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것이다. 그렇다. 학점을 위해서, 미래의 성공을 위해서 도피에의 욕망을 버리고 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 일이 절대 즐거울 리는 없다. 아마도 나는 마지못해 현실에 집착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해 편안히 살고픈 일반적인 현대의 사람일 뿐인 것 같다.
만약 장자라면 그런 피할 수 없는 현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처음 언급했던 것처럼 장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는 장자는 원치 않는 현실은 허무하고 덧없으니 그냥 도피해 버릴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예로 들자면, 현실은 덧없기 때문에 과제나 리포트는 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놀이동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장자의 사상을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장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모든 현실 자체를 도피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황폐화되어 버린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현실의 이익만 쫓아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행동들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다만 학점만을 위해서 ,즉 현실적 이익만을 위해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현실 상황에 대처할 때 다만 보이는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연구하면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장자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즉, 단순히 현실 자체를 피하고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이익을 초월해서 그 자체를 즐겁게 수행하고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정신적인 현실 초월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장자 사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