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막(fetal membrane)은 발육중인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체이다. 임신 중 불의의 사고(예: 의료진이 의료기구로 태아막을 잘못 찌르는 경우)로 인하여 태아막이 파열되거나 구멍이 뚫리면 양수가 누출되어 조산(premature labor)이나 유산(miscarriage)을 초래할 수 있다. 웬만한 태아막의 결손은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저절로 복구되지 않는 태아막 손상을 효과적으로 복구하는 방법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가능한 해결방법 중의 하나는 생체적합성을 지닌(biocompatible) 소재를 이용하여 파열된 태아막을 밀봉하는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진은 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홍합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밀봉제(sealant)를 이용하여 손상된 인간의 태아막을 복구하는 데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어떤 물체에 달라붙는 힘이 가장 센 생물을 꼽으라면 단연 홍합이다. 홍합이 한 번 바위에 착 달라붙으면 칼로 긁어내야 가까스로 떨어질 정도다. 홍합의 다리에서는 끈적끈적한 접착제가 생성되어 홍합을 바위나 기타 구조물에 고착시킨다. 홍합은 이 접착제 덕분에 엄청난 파도에도 쓸려 내려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홍합이 보유한 이처럼 가공할만한 접착력의 비밀은 1980년대에 일부 밝혀졌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타바러라 캠퍼스(UCSB)에 재직 중인 허버트 웨이트(Herbert Waite) 교수는 당시 홍합의 접착패드에 있는 DOPA(dihydroxyphenylalanine)가 접착력의 근원임을 밝혀냈다. (DOPA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하나인 티로신이 변형된 물질로서, 파킨슨씨병의 치료에 이용되는 DOPA와 동일한 물질이다.)
보통 접착제는 물에 약하지만 홍합은 오히려 물 속에서 접착력이 더 세진다. 홍합의 접착단백질(mussel adhesive proteins)이 골절이나 수술부위를 봉합하는 의료용 접착제로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접착력이 워낙 세다 보니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개발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생의학공학/재료과학공학과 박사과정 이해신 연구원은 PNAS 2006년 8월 14일자에 발표된 `홍합접착력의 단일분자 역학`(Single-molecule mechanics of mussel adhesion)이라는 논문에서 "홍합을 바위에 달라붙게 하는 접착단백질의 힘을 단일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했으며, 그 힘은 지금까지 생물체에서 알려진 가장 센 결합력의 4배"라고 밝혔다. 홍합은 지름 2mm의 가는 실 모양의 접착패드를 이용하여 바위에 달라붙는데, 이 연구원의 측정에 의하면 접착패드 하나가 12.5kg의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합은 보통 10개 정도의 접착패드를 만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합 하나가 무려 125kg의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나노기술을 이용해 홍합을 또 하나의 접착생물로 유명한 게코 도마뱀(
GTB2008020459)과 결합해 명실공히 최강의 생체 접착물질을 개발하고자 연구중이라고 한다.(조선일보 2006년 8월 31일)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진은 2002년 홍합의 접착단백질을 응용하여 주사용 밀봉제(injectable sealant)를 개발한 바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밀봉제는 2개의 상이한 용액으로 구성된 혼합물이며, 이 2 가지의 용액들이 결합하면 10~20초 후에 겔을 형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 2가지 성분 중의 하나는 홍합 접착단백질의 핵심 아미노산인 DOPA이고, 다른 하나는 촉매제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밀봉제가 태아막 조직의 손상을 안전하게 밀폐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in vitro에서 투관침(trocar)으로 인간의 태아막 조직에 3.5mm의 구멍을 뚫어 태아막 파열을 시뮬레이션하였다. 그리고는 다양한 의료용 접착제로 태아막의 구멍을 처리한 다음, 각 밀봉제별로 효능(접착력)과 부작용(세포독성)을 비교분석하였다.
연구진이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의료용 접착제들은 Dermabond(Ethicon Inc, 독일), Histoacryl (B. Braun GmbH, 독일), Tissucol (Baxter AG, 스위스), 그리고 3개의 「폴리(에틸렌글리콜) 기반 폴리머하이드로겔」[poly(ethylene glycol)-based polymer hydrogels, 홍합유래 밀봉제 포함]이었다. 연구진은 이 접착제들을 태아막과 24시간 동안 직접 접촉시키고 급성독성을 테스트하는 한편, 방출물질의 독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밀봉제의 추출물을 72시간 동안 양막세포(amnion cells)와 함께 배양하였다. 접착력과 독성을 평가하는 데는 형태학적 분석(morphologic analysis) 및 생화학적 분석법들이 이용되었다. 분석 결과 홍합유래물질의 접착력이 가장 우수한 반면 세포독성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사용된 모든 접착제의 추출물은 배양세포에 독성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티슈콜(Tissucol)과 홍합유래 밀봉제만이 효능과 비파괴성, 비독성을 겸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홍합유래 밀봉제는 투관침에 의한 구멍을 밀봉하여 내용물의 유출을 막고 인장강도 테스트(stretch test)를 견뎌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의료용 순간접착제란 넓은 의미로는 반창고로 대표되는 점착제로부터 의료용구의 포장, 외과용 점·접착제 및 지혈제 등을 포함한다. 좁은 의미로는 피부, 혈관, 소화기, 성형외과 등 의료분야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접착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용 순간접착제는 피부에 접촉하는 관계로 생체적합성이 요구되며, 생체 내에서 독성과 위해성이 없어야 한다. 또한 생분해성이고 지혈효과가 있어야 하며, 수분이 있는 곳에서도 순간적으로 접착이 종결될 수 있고, 생체의 치유가 방해되지 않아야 한다. 현재 실용화되고 있는 의료용 접착소재로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계, 피브린 글루(fibrin glue)계, 젤라틴 글루계, 폴리우레탄계 등이 있지만(KISTI 기술뉴스 브리프),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 학자들은 홍합이나 게코 도마뱀 등의 접착성질을 이용하여 수술부위 등을 봉합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홍합의 접착단백질에 대한 선행연구결과를 발표했지만(
GTB2009090041), 이번 연구는 홍합의 접착단백질를 생체막의 손상 치료에 실제로 사용해 보고 그 결과(접착력, 독성, 생체적합성)를 기존의 의료용 접착제와 비교평가하였다는 데 있다.
Reference: 1. "Injectable candidate sealants for fetal membrane repair: bonding and toxicity in vitro.", 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2010; 202 (1): 85.e1 DOI: 10.1016/j.ajog.2009.07.05
2. "Single-molecule mechanics of mussel adhesion", PNAS Published online before print August 18, 2006, doi: 10.1073/pnas.0605552103, PNAS August 29, 2006 vol. 103 no. 35 12999-13003.
▲그림설명: 홍합은 실같은 접착 단백질을 표면에 붙이는데 칼로 긁어내야 접착 부위를 겨우뗄 수 있을 정도로 접착력이 강력하다.(출처: 조선일보 2006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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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0/01/100122102845.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