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靑雲 황보 완 시인의 서정시 모음 **
1) ♣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저무는 황혼의 인생길에
하늘이 내게
마지막 큰 선물 하나 주신다면
그 선물
바로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물감으로도 채색할 수 없고
이 세상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고
이 세상
그 어떤 악기로도 노래할 수 없는
내 인생에 마지막 종합 예술인 당신
하늘이 내게
이 세상에서 못다 한 남은 사랑
다 불 태우고 오라시면
그 사랑
당신과 함께 사르고 슆습니다
2) ♣ 봉숭아꽃 ♣
앞마당 장독대 옆
한여름 햇살 받아
앞 가슴 풀어헤친
농(濃)익은 진홍의 순정
손톱 끝에 물들인 연심(戀心)
겨울로 이어지면
백마(白馬)에 몸 실은 님
인연으로 찾아 온다기에
명주 실로 꽁꽁 묶어
잠 못 이루던 설레임
뒷산 저 멀리
님 부르는 뻐꾸기 소리
귓전을 울릴 때면
손톱 끝에 봉숭아 꽃 물드려
고개 넘어 낯선 남자 따라 시집간
청순하던 누나가 보고 파 진다
 3) 당신의 남은 세월
정절(貞節) 하나로 지켜온
당신의 남은 세월
이제 내가 가져가고 싶습니다
고독으로 채색된
당신의 빈 가슴
이제 내 몫으로 하고 싶습니다
스쳐 간 세월의 바람 속에
아직도 아파해야 할 고통
남은 눈물의 무게가 있다면
이제 내가 지고 가겠습니다.
그리움을 지척에 둔 체
인연의 고리 못 찾아
방황의 먼 길 돌아온
나그네 긴 한숨, 갈증의 세월
노루 꼬리만큼 짧아진 세월에
당신과 함께 부를 나의 노래는
사랑의 세레나데입니다.

<4> ♣ 너와 나의 사랑 밭에 ♣
너와 나의 사랑 밭에
믿음의 꽃씨 하나 심어두자
어느 날 홀연히
불신의 진드기 날아와
행여라도 우리 사랑 병 들 때
곱게 곱게
신뢰의 향기로 피어나
아픈 사랑 치유(治癒)하자
너와 나의 사랑밭에
용서의 꽃씨 하나 심어두자
언젠가 예고 없는
다툼의 회오리바람 불어와
행여라도 우리 사랑 흔들릴 때
곱게 곱게
화해의 향기로 피어나
아픈 마음 달래주자
너와 나의 사랑 밭에
추억의 꽃씨 하나 심어두자
먼 훗날 행여라도 우리 사랑
믿음의 색깔 변질되고
세월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곱게 곱게
회상의 꽃으로 피어나
그리움의 향기만은 간직하자
6) ♣ 그대는 어떻게 ♣
바람처럼 구름처럼
잡을 수 없어 떠나가 버린 인연
먼 훗날
아주 먼 훗날
저무는 황혼의 길목에서
우연히 그대를 만난다면
서리서리 맺힌 긴 한숨 몰아쉬며
나는 물으리
그대는 어떻게 견디었나요
사랑보다 더 아린
그리움의 긴 세월을
그대는 어떻게 물리쳤나요
뿌리쳐도 뿌리쳐도
소리 없이 쫓아오는
추억의 그림자를
그리움은
이별 뒤에 눈물로 쓰는
긴 회상의 일기장
그대는 어떻게 달래었나요
재워도 재워도
계절 따라 피어나는
보고 싶음의 긴 한숨을

7) ♣삶에 사랑이 없다면 ♣
삶에 사랑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
얼마나 살벌하고 삭막할까
삶에 사랑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밋밋하고 무미건조할까
사랑은 우리가 사는 세상
아름답게 하진 않지만
한결 가치 있게 해 준다
사랑은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진 않지만
한결 행복하게 해 준다
사랑은 무언의 징검다리
너와 나의 빈 가슴 채워주는
무형의 반려자
애모(愛慕)의 눈길로 심어져
가슴으로 피는 사랑
당신은 모르리, 알지 못하리
가로등도 졸고 있는 긴 겨울밤
그리움이 병이 되어
고뇌의 포말로 부서지는
불면(不眠)의 파도 소리
당신은 모르리 알지 못하리
허기진 저녁연기 피어오르듯
소리 없이 치솟는 연정의 불길
침묵의 자장가로 잠재운 체
홀로 달래야 하는
당신은 아시나요 그 아픔을
한여름 지친 눈까풀 무게 위로
오수(午睡)처럼 찾아오는
그리움의 갈증을
당신은 모르리 알지 못하리
9) ♣ 침묵하는 바위도 때로는 ♣
표정 없는 침묵의 바위도
산새들이 잠든 밤
때로는 그대 이름을 부르며
남모르는 가슴앓이를 한다
한 사람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게
이토록 힘든 고통인 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애모(愛慕)의 나래 펴지나 않았으리
사랑이여
이룰 수 없는 쓰라린
가슴앓이 사랑을 원망하며
뼛속 깊이 파고든 순애보 사랑이여
소유할 수 없는 이 아픔
사랑의 포로가 되어야 치유된다면
나 영원히 그대의 사슬에 묶여
만월(滿月)을 꿈꾸는 초승달이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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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건강하시죠?
서정시 모음의 글씨가 흰바탕에 노랑색 글씨로 보이지
않네요 읽을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 컴에선 잘 나오는데
다른 컴 에서는 호환이 잘 안되나 봅니다
산악회 일로 바쁘신 중에 관심 가져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珠玉 같은 아름다운시 10편 하나하나 감동적입니다
글씨 질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랜 인연
두분께 거듭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