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원칙은 그 미란다가 만든 원칙이 아니라 미란다에게 내린 판결에서 유래한 원칙입니다. 그 스토리는 꽤나 흥미진진하죠. 조금 극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종차별이 채 없어지지 않은 1963년 3월 13일 미국, 아리조나주의 경찰서에 한 백인소녀가 비틀거리며 나타났습니다. 옷은 찢겨있었고 여기저기 생채기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강간당하고 도망쳐온 피해자였죠. 소녀의 말에 따르면 가해자는 어네스토 미란다, 21세인 멕시코 출신의 남자였습니다. 평소에 성적환상들을 가지고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하던 사람이었죠.
소녀는 미란다에게 납치당해 사막으로 끌려가 2일 동안 강간을 당했던 겁니다. 감히 어디서 백인 여자아이를 건드려! 분노한 백인 경찰들은 단박에 달려가 미란다를 잡아왔습니다. 미란다는 자신이 무죄라고 계속 주장했죠. 그러나 어디 그 말이 먹힐까요, 피해자가 지목했고 이미 경찰들은 충분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조용히 경찰들은 미란다는 '제 2호 신문실'에 데려갔고 2시간 후 미란다의 자백이 담긴 진술서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 진술 과정 속에 과연 조용히 말로만 자백을 요구했는지는 모를 일이죠. 그 진술 과정에서 경찰은 미란다에게 변호사 선임 권리라던가 묵비권이라던가 '미란다 원칙'은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진술서 상단에는 '나의 법적권리들에 대한 완전한 지식을 지닌 채로, 내가 하는 진술은 무엇이든 나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이해하면서' 진술한다는 문구가 있었고 미란다가 사인을 했지만요.
영화 세븐데이즈에서 나오는 '이 xx새끼야, 너는 묵비권 같은거 없고 변호사 그딴거 필요없을거다, 너 모든 발언이 법정에서불리해도 말해'는 전형적인 미란다 원칙 위반입니다.
그 변호사가 도착하기 전의 2시간 동안 폭행과 협박이 난무하지 않았을까 추정되는데요, 일단 재판이 시작되고 미란다는 다시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진술서는 무효라고 주장했죠. 그러나 아리조나 주법원은 20~30년의 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리조나 주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여전히 유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방대법원에 상고했을때, 미란다는 미국의 헌법(우리나라 헌법에도 있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5명의 찬성, 4명의 반대로 미란다가 무죄라고 판결했습니다.
"우리는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경찰관들의 증언과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미란다는 여하튼 그의 변호인과 상담하고 신문 중 변호인을 입회시킬 수 있는 권리를 고지받지 않았고 그는 어떠한 방법에 의해서라도 유효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자기부죄를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다. 이러한 피고인의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증거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피고인이 부동문자로 그의 법적권리를 숙지하고 있다고 인쇄된 진술서에 서명했다는 단순한 사실로서 그가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는데 필요한 지적이고 이성적인 권리 포기를 했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결국 미란다는 무죄로 풀려나게 됩니다.
온 미국이 들고 일어났죠. 죄가 뻔한 사람을, 그것도 백인도 아닌 남자가 백인 미성년자를 강간했는데 무죄로 풀어주다니. 상식 밖이라고 보수적인 언론들은 대법원을 비판했습니다. 대법원이 범죄피해자보다 범죄자를 더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