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 인큐베이팅役-수입멀티샵
패션 유통街 메가트렌드로 부상
수입 멀티샵이 해외 브랜드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7년 갤러리아가 ‘gstreet494’를 오픈하면서 시작된 국내 이 멀티샵시장은 2000년대 들어 크게 확대돼 현재 50여 점포가 성업중이다.
특히 명품에 식상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멀티샵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브랜드 구성도 유럽과 일본, 미국의 기성복 위주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백화점의 상품 차별화, 고급화 정책과 맞물려 수입 멀티샵은 가두점과 백화점 유통을 통틀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성·데님존이 가장 활기
수입 멀티샵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분더샵’, 한섬의 ‘무이’는 대형화, 토틀화, 세분화되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프리미엄 데님 멀티샵 열풍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더랩’, ‘쇼룸’, ‘어나더에디션’ 등 3파전에서 ‘쇼퍼홀릭’, ‘비비부스’, ‘셀렉트’ 등이 가세,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내년부터 한층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남성’이다. ‘분더샵’은 내년 청담동에 남성 전용 멀티샵을 단독으로 분리할 예정이며 기존 매장은 여성 전용 상품만으로 채워 리뉴얼한다.
‘에크루’도 지하층을 개조해 남성 전용샵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쇼퍼홀릭’의 경우 지난 8일 오픈한 새 매장에 남성 라인을 따로 구성했다.
이에 앞서 롯데백화점의 멀티샵 ‘라비엣’, 신세계 본점의 ‘MSF 꼴레지오니’와 ‘루키블루’, 영호의 ‘매스티지밀라노’ 등이 올해 오픈했다.
또 갤러리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성 액세서리 전문 매장인 ‘벨그라비아’를 통해 화장품부터 커프스링, 넥타이까지 토틀 컬렉션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수십개의 수입 멀티샵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자체로 수익모델이 된 경우는 드물다.
‘쇼퍼홀릭’의 이은혁 부장은 “멀티샵을 찾는 소비자들은 브랜드 네임 밸류보다는 희소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수익모델은 시기상조
대부분의 수입 멀티샵은 강남 상권을 중심으로 직영점 1개만으로 운영되거나 백화점 1개점을 동시 운영하는 형태를 취한다.
고객층이 한정된 탓에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유통망이 많아지면 같은 컨셉의 유지가 힘든데다 재고에 대한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이들을 중심으로 ‘프리-트렌드(pre-trend)’에 대한 테스팅이나 브랜드 인큐베이팅 역할에 비중이 실릴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분더샵’에서 마켓 테스트를 통해 검증받은 브랜드를 단독으로 런칭하는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에밀리오푸치’, ‘마르니’, ‘마르탱마르지엘라’ 등이 이렇게 해서 런칭된 브랜드들이다.
내년 상반기 런칭 예정인 ‘디스퀘어드2’나 하반기 준비 중인 ‘드리스반노튼’ 도 ‘분더샵’을 통해 먼저 선보였다. 한섬도 ‘무이’를 통해 수요를 짐작하고 ‘발렌시아가’와 ‘끌로에’를 도입,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소 업체에서도 이같은 작업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일본의 신진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주로 선보였던 ‘얼빙플레이스’는 내년 상반기 ‘츠모리치사토’를 단독샵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시작한 ‘제이로즈로코뉴욕’도 ‘안나수이’, ‘토카’ 등의 브랜드를 별도 매장을 통해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고유 컨셉 찾아야 장수
하지만 최근 생겨나고 있는 멀티샵들은 고유의 컨셉을 가지지 못한 채 여러 브랜드를 한 군데 모아 놓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또 멀티샵 수가 증가하면서 브랜드 구성도 비슷하게 겹치는 경우도 속출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스티븐알란’의 강민곤 바이어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상품을 골라 구성하는 셀렉트샵 개념이 아직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 디렉터를 통해 바잉의 방향이 통일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이나 뉴욕, 유럽 등지의 셀렉트샵처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만한 특색이 있어야 생명력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또 자체 기획상품으로 부족한 아이템을 채워주고 중심을 잡아줄만한 대표 적인 아이템이 갖춰져야 수익모델로써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가장 활성화된 존인 ‘데님 멀티샵’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브랜드 런칭에 드는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유명 브랜드는 대부분이 도입돼있는 현재 상황에서 수입 멀티샵 시장에는 당분간 뛰어드는 업체도, 포기하는 업체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볼륨을 갖추고 ‘브랜드화’되면서 롱런하고 더 나아가 국내 유통업계의 구조를 새롭게 바꾸는 역할까지 갖출 수 있을지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슈즈 멀티샵 시장 불꽃경쟁
ABC마트 이어 10여개 업체 가세
 ◇ABC마트 등 10여개 업체가 가세하면서 내년 슈즈멀티샵 시장에 큰 경쟁이 예상된다. |
슈즈 멀티샵 시장이 내년에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금강이 최근 명동에 ‘레스모아’를 오픈, 슈즈 멀티샵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내년에는 미국의 풋락커 등 대형 멀티샵 업체의 진출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문 판매점 진출로 대리점과 백화점 위주로 전개되던 슈즈 유통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소비자의 쇼핑 형태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슈즈 멀티샵 붐은 ABC마트가 성공을 거두면서 어느정도 예상됐다. ABC마트가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02년으로 당시 국내 시장에는 멀티샵이 다소 생소했던 시기였다. ABC마트는 설립 직후 명동과 코엑스몰 등 핵심 상권에 매장을 오픈, 완전 재고 소진을 목표로 영업을 펼쳤다. 신상품이 많고 할인을 자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 않거나 같은 디자인이 몇 족 안 남았을 경우 바로 할인에 들어간다. 현금 매입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빠르게 소비자 니즈를 분석, 제품 회전율을 높인 것도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특별 행사를 진행, 마진을 낮춰서라도 재고를 완전히 소진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따라서 동종 업계에서 점당 가장 높은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명동 1호점은 월평균 7억원을 올리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3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중이다. 현재 100평 규모로 전국에 3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입점 브랜드는 ‘반스’, ‘호킨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리복’, ‘락포트’ 등 40여개로 대부분 글로벌 브랜드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직영점 체제에서 대리점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통 전략을 바꾸면서 가맹점 관리 프로그램과 점장 및 영업사원 교육 프로그램, 각종 영업 및 마케팅 관련 지원 등을 통해 대리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에 신림, 노원점을 비롯 부산에 3개, 원주, 대구, 진주, 구미, 강릉, 안산 등지에 직영점과 대리점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ABC마트가 성공을 거두자 슈즈 멀티샵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타푸코리아와 오마이솔 등 유통 전문회사가 진출했으며 랜드로바, 플랫폼 등 브랜드 업체들도 멀티샵 형태로 전환, 한국형 카테고리 킬러 매장 형태로 영업 중이다. 이들은 패션 스니커즈나 아웃도어, 최신 유행 부츠 등으로 세분화해 스포츠 캐주얼류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ABC마트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금강의 ‘레스모아’는 스포츠 캐주얼 군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드레스 슈즈 존까지 포함해 고객층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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