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오욕을 참는다는 스토마크(Stomach), 위
먹는데 이골이 난 위를 밥통이라고 하는데
밥만 먹고 밥값을 못하면 '밥통 같은 놈'이라고 비꼬고,
그런 사람을 밥벌레(식충)라고 한다.
입에서 위까지 30--35cm 정도의 관을 식도라고 하는데
이것을 우리말로는 밥줄이고,
직업을 잃었을 때 "밥줄 떨어졌다",
"목 날아갔다"고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입에 거미줄 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목에 힘도 못 주고
목줄 보호에 안달한다.
알기 쉽게 하기 위해 위와 식도를 나눠 설명한다.
1. 식도(Esophagus)
목구멍의 식도 입구를 인두라고 하고
인두에서 위에 이르는 관을 식도라고 하며
식도는 숨관의 뒤, 목뼈의 앞에 놓여 있어
손으로 만질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포식했을 때
"목 때 벗겼다"고 하는데,
혀가 음식을 인두 쪽으로 밀어 넣으면
음식은 연동운동(꿈틀운동)으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녹여 먹던 사탕이 잘 못 넘어갔을 때
가슴이 뻐근하면서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그것이 식도의 연동운동이다.
그런가 하면 차멀미나 과음을 했을 때
반대로 음식이 입으로 나오는 것을 토한다고 하는데,
위의 강한 수축과 함께
위식도 괄약근 (위분문괄약근)이
열려야 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든다.
젖먹이 때는 위식도괄약근이 발달하지 못해
먹은 젖을 잘 토하나
나이를 먹을수록 음식을 먹고
물구나무를 서도 나오지 않는다.
이 괄약근이 열려 있어 위액이 식도로 흘러들어
식도 점막이 상하는 이상 체질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한다.
흔히 토하는 것을 고상하게
오버잇(overeat) 오버리트 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것은 과식했다거나
과식하여 배가 아프다는 정도의 의미가 되겠는데,
어쨌든 귀에 거슬린다.
꼭 영어로 쓰고 싶으면 바미트(vomit) 보미트 라는 단어가 옳다.
2. 위(Stomach) 스토메츠
미국에서 보면 TV의 약 선전은
거의가 수면제(신경안정제)인데
우리나라는 위 아니면 간이요,
그 중에서도 위장병약 선전이 제일이다.
신경 불안이나 위장병은 모두가 신경과 관계 있으니
어느 곳이나 살기가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소 밥통을 양이라고 하는데
소나 사람의 밥통 근육은 신축성이 좋아
많은 먹이(음식)를 저장할 수 있고
거구인 씨름 선수가 소고기 20인 분을 너끈히 먹는다고 하는소 밥통만큼이나 크다.
위는 가슴뼈 (흉골) 아래 명치뼈 아래에 있고
소화불량이나 위궤양일 때는 그 부분이 거북하고 쓰리다.
위에 음식이 들어오면
처음에는 들어온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이나
3--4시간 머무는 동안 15--20초 간격으로 일어나는
연동운동으로 분비되는 위액과 섞이고
특히 유문무의 맷돌 같은 운동으로 1mm 이하의
작은 입자가 되어 소장으로 내려간다.
위에는 위쪽에 위식도 괄약근이 있고
아래에 유문 괄약근이 있어 끝을 묶어놓고 있으며
유문 괄약근은 시간이 차면 열었다 닫았다 하여
음식을 조금씩 아래로 내려보내니
이를 유문반사라고 부른다.
위액은 하루에 2--3리터가 분비되는데
위에서 분비되는 가스트린(Gastrin) 이라는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위벽에 분포한
3만 5천 개 정도의 위샘에서 분비된다.
위샘은 점액분비세포, 주세포, 부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점액 분비 세포에서는
뮤신(Mucin)이라는 점액 단백질을 분비하며
이것이 위벽을 덮고 있어
세균이나 자극성 물질에서 위를 보호하고
특히 위 자체에서 분비된
단백질 분해효소인 펩신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한다.
위가 분비하는 펩신이 단백질인 자체의 위벽을
가수분해 (소화) 시키지 못하는 것은
펩신이 항펩신 물질인 뮤신을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 신통한 일이다.
그러나 위염이나 위궤양일 때는
점액층에 상처가 나 펩신의 공격을 받게 되어
위가 아프고 쓰린 것이다. 그 독한 고춧가루
또는 위스키나 빼갈을 먹어도
건강한 위에는 이 뮤신 점액층이 위벽을 보호하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세포에서는 전효소인
펩시노겐 (Pepsinogen), 레닌(Rennin),
위리파아제(Gastric lipase)가 분비되는데
우유의 카제인 응고 효소인 레닌과
지방 분해 효소인 위리파제는
크게 활성을 갖지 못한다.
펩시노겐은 부세포에서 분비하는
염산의 촉매로 펩신으로 활성화되어
단백질 (폴리펩티드Polypeptide) 을
분해하는데, 많은 아미노산이
결합된 폴리펩티드 중에는
페닐알라닌과 타이로신 아미노산의
양쪽 옆과 루신과 글루탐산 사이의
펩티드 결합을 자른다(가수분해한다).
긴 단백질 분자를 중간중간 큰 토막을 치는
단백질 분해가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부세포에서는 염산 (HCL) 이 분비되는데
강한 산성인 pH 1--2 (0.4-- 0.5%) 로
위벽은 문제가 안 되나 식도가 상하게 된다.
신물을 토했을 때 코가 따갑고
목 (식도) 이 화끈하는 것은 바로 염산 때문이고
이 정도의 농도면
화장실 바닥의 때도 쉽게 녹인다고 한다.
입에서 음식에 묻어 들어온 수많은 세균은
이 염산의 살균작용으로 거의 전멸된다.
또 염산은 십이지장의 세크레틴 (Secretin)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 촉진시키고
펩시노겐이라는 비활성 상태의 전구 물질을
펩신으로 활성화시키는 일도 한다.
이 염산의 분비가 과다할 때 신트림이 나고
소화가 안 되는 위산과다 증상이 생기는데
그래서 이때 제산제를 먹는다.
위경련은 담석증이나 위궤양,
위염 등의 병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나는 병으로
근육이 수축되어 그 기능이 일시 중지 된 상태로
일종의 쥐가 났을 때를 말한다.
이 아픔은 대단하여 극통에 속한다.
의학이 발달하고 생명공학이 어쩌고저쩌고 해도
아직 만성위염의 정확한 원인도 모르고 있는 것은
인간의 어떤 한계성을 말하고 있다.
"밥은 굶어도 속이 편해야 산다."는 말이 있다.
속이 편하다는 말은
위가 신경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말이 숨어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위장병은
신경성이라고 한다.
여기서 신경이란 자율신경으로
제 10 뇌신경에서 나온 부교감신경 (미주신경) 과
척수에서 나온 교감신경을 말하고
'하트는 심장의 모양을 닮았다' 에서
설명 했듯이 상쾌하게 마음이 안정된 상태는
부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았을 때로
식욕도 나고 소화도 잘되나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우울하고 분노,
질투심에 불탈 때다.
기차를 놓치지 않고 타야겠다고 달음박질칠 때는
다리 팔의 근육은 물론이고
위의 근육도 긴장되어 있다. 이런 경우에
위는 느긋하게 음식을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나를 기분 나쁘게 하지 말라'는 말은
'나의 교감신경을 자극하지 말라'고 해도
그 의미가 통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교감신경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것이다.
위에는 물, 알코올, 약 등이 흡수된다.
독한 술은 입, 식도에서도 흡수된다.
과식을 하고 나면 위의 운동과 효소,
염산의 제조를 위한 산소와
양분의 공급이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피가 위로 많이 모이게 되고,
그 대신 뇌나 다른
기관에 혈액 공급이 줄어 식곤증이 온다.
우리가 잠을 잔다는 것은 뇌의 피로 회복은 물론이고
팔, 허리, 등뼈 등 모든 기관을 쉬게 하는 일로
위도 푹 쉬게 해주는 것이 옳다.
그래서 잠자기 전에 위를 비워주는 것은
위 학대를 피하는 첫걸음이다.
위를 가득 채우면 위 위에 있는 가로막을 눌러
호흡에 지장을 주어 '씩씩' 된다.
과식은 여러가지로 이롭지 못한 행위다.
튼튼한 소 같은 위를 가져서 아무거나 맛있게 먹고척척 소화를 시키는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다.
먹는 재미로 사는 저 프랑스 사람들은
그래서 '먹는 것은 예술' 이라고 하는가 보다.
"삼 일 굶어 도둑질하지 않는 사람 없다."고 한다.
영어에 배고프면 화난다 (Hungry is angry)
항그리 이즈 엥그리 란 말도 있고,
어쨌거나 위는 비어 있어도
가끔 움직이고 있고
제때에 먹거리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위가 좋지 못한 사람은 닭의 사낭 (모래주머니) 과
소의 양을 먹는다 .
간에는 간이 좋고 눈에 눈알이 좋다고 믿었으며
이것을 되돌이효과라고 한다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지네 허리가 유연하다고 허리 아픈데 좋고,
고양이가 지붕에서 사뿐히 뛰어내린다고
관절염 환자들이 즐겨 먹는 것도 그렇다.
위를 의미하는 영어 스토마크 (Stomach) 는
갖은 고통과 오욕을 '참는다' 는 뜻도 들어 있다.
그래서 '밥통같은 놈' 이라고 해도 참고 견딘다.
느긋하게 사는 것은 밥통의 건강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