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의 삼국지(三國志) .. (352) 하후 도독(夏侯 都督)의 출병(出兵)
공명은 조운에게는 정병 이만과 그를 보호할 열 명에 이르는 부장을 따로 주어, 전부 대선봉군(前部 大先鋒軍)이라는 칭호의 깃발을 주면서 본군(本軍)보다 하루를 앞서 성도(成都)를 출발하게 하였다.
촉국 건국 이후로 이렇게 거국적인 군사가 원정길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기에 공명의 본군이 출사(出師)의 길에 오르자 후주 유선은 문무 백관들을 거느리고 북문 밖까지 전송을 나왔다.
성도의 백성들은 가는 곳마다 깃발을 높이 휘두르며 장병의 출정을 환송하였다.
공명이 탄 수레가 지나가자 늙은이들은 땅에 엎드려 전도를 축복하였고, 부녀자들은 떡과 고기와 술을 군사들에게 나누어 주며 무운장구(武運長久)를 빌었다.
...
제갈공명이 삼십만 대군으로 조위(曺魏)를 공격하기 위해 한중(漢中)에 주둔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 위국에 알려지자, 위제 조예(魏帝 曺叡)를 비롯한 조정의 상하는 마치 벌집을 쑤신 듯이 들끓게 되었다.
더구나 노신(老臣)들은 그 옛날 장판교(長板橋)에서 위명(威名)을 떨친 조자룡이 최선봉으로 쳐들어 온다는 바람에 더욱 겁을 집어 먹었다.
이에 조예가 국가 원로들과 문무 백관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입을 열었다.
"경들, 들리는 바로는 제갈양이 삼십오만 대군을 이끌고 북벌에 나서, 현재 한중에 주둔하며 장안과 낙양을 압박하고 선봉인 조운은 국경을 넘었다 하니 말해보시오. 어찌 대응해야겠소?"
그때, 대장군 조진(曺眞)이 대청 중앙으로 나와 고한다.
"폐하! 제갈양이 한중에 주둔한 것은 동정을 살피려 함이니, 신이 볼 때는 각군 도독들에게 성을 방비하며 지키도록 하고 후에 조운에 맞설 장수를 보내심이 좋겠습니다."
"조운은 촉의 오호상장으로 천하 맹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누가 나가서 맞서겠소?"
조예가 이렇게 말하는 도중에 조진은 그 자리에서 그의 말을 듣지 아니하고 <쪼르르>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는 필시 자신이 촉의 선봉인 조운과 대적할 장수로 지명되는 것을 피하려는 행동이었으리라...
그런데 갑자기 잠깐의 적막을 깨고
"폐하!"
하고, 나타나는 사내가 있었으니, 그는 일찍이 명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장군 하후연(夏侯淵)의 아들 하후무(夏侯楙)였다.
*여기서 잠깐 !
조조의 명장 하후연에 대한 기억이 있으십니까?
본 소주병의 삼국지 <280편> 초반에 유비의 한중 공략중, 정군산 산성을 방어하면서 조조의 지원군을 하나도 못 받은 상태에서 싸우다가 황충의 군사에게 전사한 조조의 최측근 장수라는 것을 ...
...
대청 중앙으로 달려나온 하후무는 단상의 천자 조예를 향하여 자신의 의지를 이렇게 밝힌다.
"신의 아비가 한중에서 전사함에 촉군에 대한 신의 원한은 골수에 맺혀 있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본부 맹장 부대와 관서 군사를 내주신다면 신은 기필코 공명의 군사를 쳐부숴 아비의 원수를 갚겠나이다."
일찍이 조조는 어려서 아비를 잃은 하후무를 친자식처럼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딸인 청하공주(淸河公主)를 주어 그를 부마(駙馬)로 삼았었다. 그런 그가 은혜에 보답코자 자원을 하였으나, 실상은 병법만 연구했을 뿐 하후무는 실전 경험이라곤 하나도 없는 속칭 <때깔만 훌륭한>장수였던 것이다.
"오오, 장군이 젊은 나이에 공명의 지략을 막아낼 수 있겠나?"
조예가 하후무의 청원을 듣고, 좌중을 둘러보며 이렇게 묻는 까닭은 실전 경험이 일천한 신예 장수가 이름도 드높은 상산 조자룡에게 맞서려고 나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그러자 황제의 의중을 간파한 사도 왕랑(司徒 王郞)이 대청 중앙으로 나와
"폐하, 하 장군의 말은 갸륵하오나 실전 경험이 없어 조운의 적수가 못 되며 특히 그 뒤에는 제갈양이 버티고 있습니다. 신이 볼 때는 대장군 조진을 수장(首長)에 봉하시고, 조휴를 부장(副將)으로 삼아 내보내는 것이 옳은 듯 하옵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었다.
(어, 엉?)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조진이 <흠칫> 놀랐다. 그것은 천하의 명장으로 이름 난 촉장 조운을 대적하는데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후무는 그 소리를 듣고 크게 노한다.
"흥! 이보시오 왕랑! 병법에 능통한 나에게 감히 경험을 논하다니, 혹시 제갈양과 내통(內通)할 뜻을 품고서 나를 모해하는 것이 아니오?"
"허! 장군의 그 말만 들어도 장군의 불같은 성격을 알 수가 있소."
왕랑은 하후무에게 이렇게 말한 뒤에 황제 조예를 향하여 다시 아뢴다.
"폐하, 보신 것처럼 하후무 장군과 같이 급하게 모든 일을 처리한다면 사리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운 법이고, 이것은 적 앞에서는 금기사항 입니다."
그러자 즉각 하후무의 반론이 터져나왔다.
"아뢰옵니다. 신이 제갈양을 생포하지 못 한다면, 귀환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사도 왕랑과 장군 하후무의 <옥신각신>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조진이 앞으로 달려나온다.
"폐하! 하후 장군은 선제(先帝:조조를 가리킴)의 부마이며, 용감 무쌍하여 조운과 결전을 벌이는데 전혀 손색이 없는 장수입니다."
조진은 이렇게 하후무를 추켜 세우면서 자신을 대신하여 사지(死地)인 전쟁터로 몰아 넣는 술책을 부렸다.
이것을 지켜 보던 조예가 드디어 하명한다.
"음, 하후 장군."
"예 !"
"그대를 정서 대도독(征西 大都督)에 봉하니, 관서군 이십만으로 대적하되, 제갈양을 필히 생포해서 선친의 넋을 위로하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에 왕랑은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만을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