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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료 스크랩 [디토씨의 음악여행수첩] 빈티지 좋아하세요?
휘목 추천 0 조회 44 14.12.05 06:3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빈티지 좋아하세요?” 따뜻한 옛날 음악들을 찾아서

갑작스런 한파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요즘입니다. 한동안 예년보다 따뜻했던 늦가을 날씨에 자신만만했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 사실 겨울추위란 늘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또 매년 매서웠는데도 말입니다.

추운 날씨에는 온기를 담은 따뜻한 것들이 그리워집니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도 좋고, 따뜻하게 데워놓은 조용한 방 안에서 즐기는 호젓한 독서도 무척 즐겁습니다. 진공관 앰프를 데워 약간의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즐기는 옛날 레코딩들이 그리워지는 것도 이즈음입니다.

오랜만에, 추억의 음반들을 기억 속에서 하나씩 꺼내어 봅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키릴 콘드라신 지휘, 소비에트 국립교향악단)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은 선 굵은 음색과 화롯불처럼 안온한 온기가 특징입니다. 빈티지 음악으로 이보다 더 좋은 연주가 또 있을까요. 콘드라신의 지휘와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 솔로. 온통 얼어붙은 동토의 땅 소련에도 이런 따뜻함이 살아 있었습니다.
(비제 <진주조개잡이> 중 2중창 ‘이 성스러운 사원에서’,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 바리톤 헤르만 프라이)
추억의 이름들입니다.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와 바리톤 헤르만 프라이가 조르쥬 비제의 프랑스 오페라를 독일어 가사로 부릅니다. 가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베를린에서 즐기는 이탈리안 파스타, 영국에서 먹는 프랑스식 정찬처럼 ‘2중의 엑조틱’이 주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3번> 2악장 아다지오, 마우리치오 폴리니, 카를 뵘 지휘,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폴리니와 카를 뵘이 들려주는 완벽하게 정제된 모차르트입니다. 사실 옛날 음반 느낌이 난다기보다는 ‘영원한 아름다움’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하고 싶은 연주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보듬어주는 듯한 2악장 아다지오입니다. 들을 때마다 훌쩍 비엔나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빌라-로보스 <브라질풍의 바흐 제5번> 중 아리아, 소프라노 비두 사요)
비두 사요(Bidu Sayao)는 1930~50년대를 풍미했던 브라질 태생의 최고 소프라노였습니다. 작은 우울함이 깃든 부드러운 벨벳 질감의 목소리와 따뜻한 로맨티시즘이 넘치는 그녀의 음색은 그 자체로 빈티지한 미감의 절정입니다. 무엇을 노래하든 그녀의 노래 속에는 삶에 대한 페이소스와 아련한 희망의 흔적들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포레 <엘레지>, 첼로 피에르 푸르니에, 피아노 제랄드 무어)
푸르니에의 첼로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패인, 그윽한 목질의 사운드가 마음을 뒤흔드는 그야말로 빈티지한 연주입니다. 언젠가 한옥을 개조해 만든 어느 커피집에서 조용히 흐르는 푸르니에의 음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그곳을 다시 찾아 이 음악을 청해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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