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무더위의 연속이었다. 날씨가 무덥지만 바쁜 50대 남자는 일에 치여 숨 가쁜 한여름을 보내고 있다. 직업도 일도 없이 동가식서가숙 하는 일부 또래들 처지에 비하면 정말 행복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날에는 좀 쉬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1박 2일간 일본 벤치마킹을 다녀온 뒤 다음날 새벽에 곧바로 출근해 일과 업무에 집중했다.
가끔 보양식 삼아 몸에 좋다는 음식도 여럿 먹었다. 그러나 더운 날씨는 여전히 입맛을 무력화시켰다. 지난 주 여러 식당을 다녀왔는데 가장 입에 맞았던 음식은 서울 논현동 <논현갈비>의 한우갈비구이와 갈비찜이었다. 도쿄에서 먹은 멘치카츠와 더불어 근래에 먹었던 음식 중 최상의 맛이었다.
지난주 토요일 업무로 늦은 점심을 <논현갈비>에서 해결했다. 필자와 지인의 선택은 한우갈비였다. 좀 과용이지만 큰맘 먹고 하는 외식이었다. 서울에서는 한우갈비 가격도 비싸지만 한우갈비를 취급하는 식당 자체가 거의 없다. 이 집은 오픈 한지 4년 정도 지났는데 작고 아담한 규모지만 한우갈비 전문점으로 나름 기품이 있는 식당이다.
<논현갈비>는 한우갈비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지만 1인분에 4만원이 넘는다. 두 명이 먹으려면 15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마음 먹고 찾아간 이유는 이 갈빗집만의 비장의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갈비를 다 먹고 난 후 서비스로 갈비찜을 내오는데 그 맛이 단연 발군이다. 이 식당을 선택한 것은 표면상 갈비구이 때문이었지만, 바로 이 갈비찜 맛이 내입에 딱 맞아서였다. 조연이 주연을 압도하는 격이다.
우리 두 명은 한우갈비 2인분을 주문했다. 숙련된 솜씨로 작업을 한 갈비가 나왔다. 간만에 먹는 한우 소갈비다. 그래도 필자는 외식 관련 업무를 하기 때문에 아주 가끔 소갈비구이를 먹어보지만 요즘 일반 사람들이 소갈비 먹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에 소갈비구이를 취급하는 식당도 별로 없고 있다고 해도 외국산이거나 가격이 천정부지다. 대구광역시, 경북 안동, 전북 군산 등에 괜찮은 소갈비집이 있지만 소갈비 먹으러 일부러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갈비는 적당한 등급이 느끼하지 않고 좋아
친절한 여자 점장이 직접 갈비를 구워준다. 생갈비를 올리고 뼈를 포함한 일부 부위는 따로 챙긴다. 주방에서 갈비찜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날 먹은 한우 소갈비는 1+ 정도의 등급이다. 지금도 높은 등급의 한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소갈비는 1+나 1등급 정도가 적당하다. 일부 소비자들은 1++를 선호하지만 갈비는 등급이 높으면 마블링이 지나쳐 맛이 기름지다. 기름진 갈비는 느끼해 많이 못 먹는다.
<논현갈비>는 고기 굽는 로스터를 하향식으로 사용한다. 하향식 로스터는 연기가 밑으로 빠지기 때문에 옷에 고기 냄새가 거의 안 밴다. 갈비가 금방 익었다. 역시 맛있다. 동행한 지인도 갈빗살을 먹은 적은 있지만 아마 근래에 갈비뼈가 붙은 소갈비를 먹은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역시 잘 먹는다. 평상시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필자는 지인에게 갈비를 계속 옮겼다.
등심과 안심도 맛있지만 갈비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소싯적 <조선옥>, <홍릉갈비> 등에서 소갈비를 부단히도 많이 먹었다.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넉넉하기도 했지만 작고한 모친께서 서울 태생으로 돼지고기는 고기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도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를 더 많이 먹었다. 국에는 꼭 소고기를 넣고 끓이셨다. 전형적인 서울 음식이었다. 그런 탓에 어렸을 때부터 탕으로는 육개장, 구이로는 갈비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다. 어린 나이였지만 소갈비는 어른 이상의 양을 먹은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갈비는 양념육이 기본이었다.
우리 일행은 갈비 2인분을 먹고 추가로 1인분을 주문했다. 사실 2인분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었지만 음식 가격을 감안, 절제를 했다. 동행한 지인은 독일 생맥주 하나를 주문해서 마셨다. 추가로 주문한 갈비구이를 다 먹고 나니 갈비찜이 나왔다. 물론 갈비찜은 서비스로 제공한 것이다.
한여름 보양식으로도 해물갈비찜이 딱
갈비찜은 남은 갈빗대와 여분의 갈비로 조리하는데 가리비, 새우, 낙지 등 해물이 들어간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해물갈비찜’이 맞다. 칼칼한 국물의 갈비찜은 냄새부터 좋다. 점장이 갈비찜을 로스터 위에 올렸다. 날씨가 더운데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이다. 이열치열의 이치다. 국물을 떠먹었다. 맛이 정말 좋다. 입에 딱 맞았다. 매콤하면서 감칠맛이 미각을 장악한다. 한우갈비를 우려낸 국물 맛의 위력이다.
예전에도 이 맛 때문에 갈비구이를 먹은 적이 있다. 그 때도 맛있었지만 여전히 맛있다. 가장 먼저 가리비를 건져 먹었다. 해물 맛도 괜찮았지만 갈비는 구이보다 찜으로 했을 때 더 맛있는 것 같다. 점장 이야기에 따르면 어떤 손님은 갈비를 주문하고 나서 통째로 갈비찜으로 해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 손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추가로 갈비를 주문했을 때 반 이상을 갈비찜으로 돌릴 걸 하는 후회도 순간 생겼다. 다음에 이 식당에 오면 그땐 반드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갈비 건더기도 맛있고 국물이 아주 기가 막히다. 무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콤한 갈비찜을 먹으니 이것이 진짜 보양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힘이 나는 기분이다. 이 식당 냉면도 꽤 맛있지만 공깃밥을 주문했다. 매콤한 갈비찜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천상의 궁합이 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외국산 갈비로는 이런 맛이 안 난다는 것이다. 좀 저렴한 외국산 갈비로 이런 찜을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이 식당에서 외국산으로 여러 번 테스트를 했지만 이런 맛이 절대 안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한우 가격은 천정부지인지 답답하다. 이제 한우는 중산층과 부자들이나 먹는 고급 육류가 됐다.
그날 저녁 경기도 분당에서 후배와 저녁 약속을 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소갈비찜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이었다. 후배와 필자는 음식을 1/4도 못 먹고 식당을 나와야만 했다. 맛도 맛이지만 위생에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외국산 갈비의 문제라기보다는 음식을 조리하는 실력과 마인드의 문제였다. 입맛이 무던한 필자가 음식을 남기고 식당을 나서는 법은 정말 어쩌다 있는 일이다.
지난 토요일은 극상의 한우갈비찜과 최악의 갈비찜을 모두 경험했던 날이다. 지금 이 기사를 쓰면서도 그 칼칼한 맛있는 갈비찜이 눈에 아른거린다. 지출 내역 (2인 기준) 한우갈비(1인분 4만9000원×3인분=14만7000원)+크롬바커 생맥주 6000원+공깃밥 1000원= 15만4000원 <논현갈비> 서울 강남구 언주로113길 10, 02-3448-4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