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죽이다 / 김별
본존께서
인연을 끊고 살라 했던가요
헛된 인연을 끊고 살라 했던가요
아주 잠시 스친 인연도
생에 아주 소중한 것이라 여기기에
죽는 날까지 소중하게만 지키려 하는데
그리하여
한 순간 잠시 사랑했던 사람일지라도
영원히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만
간직하려 했는데
잔인하게도
인연을 끊고 살라 했던가요
헛된 인연을 끊고 살라 했던가요
무엇이 헛된 인연이고
무엇이 좋은 인연인가요
달면 좋은 인연이고
쓰면 헛된 인연이던가요
내 몸을 베고 간 인연조차
나를 완성하는 가르침을 주었기에
고마운 인연이라 여겼는데
그리하여 나쁜 인연
헛된 인연이란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
헛된 건 오히려 헛되다
생각하는 나쁜 마음
그 어떤 인연도 헛된 건 없다 믿었는데
무엇이 헛되다 하시는 가요
그래요
다 버리면 편한 줄 알지요
얽매여 갈등하고
아파 할 일 없고
바람처럼 자유롭고
구름처럼 한가로울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편하자고만 사는 게 인생이던가요
그리고 인생이
정말 편할 수나 있는 건가요
인생이란 고요히 머물 수 있는
거울 같은 호수가 아닌 것을
잔잔히 머물다가도 거친 파도가 일고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가 아니던가요
그 예측 할 수 없는 두려움 속에
미지의 섬도 꿈꾸는 게
사는 일 아니던가요
오늘도 나는
흔들리고 아파하고
후회하고 용서를 빌며 무릎까지 꿇었지만
잔인하게도
그게 사랑 아니던가요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 하던가요
헛된 인연,
그건 도망 친 비겁자의 변명일 뿐,
헛된 인연이라 한 그 비정함을 끊기 위해
오늘 나를 죽입니다
부처를 죽입니다.
*****
카페 게시글
‥‥김별 ♡ 시인방
부처를 죽이다
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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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3
22.05.08 10:1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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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담아갑니다 복된하루 되세요
ㅎㅎ
안녕하세요 ~~
부처님 오신 날에
의미있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
ㅎㅎ 미지의 섬도 보이고..
크 ~~
아카시아 엄청 좋아하는데.
ㅎㅎㅎㅎㅎ
향기가 코를 찌릅니다
해피 휴일 보내세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