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클래식 듣기를 좋아해서 눈뜨면 눈 감을 때까지 들었어요. 최근에 악기를 배우면서 악기 연습에 대한 정보를 얻을까 하고 여러 클래식 커뮤니티를 들어가 봤는데요. 악기 연습은 반복적인 거라 염불처럼 마음 닦는데 도움이 될것이고 또 클래식은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좋은 것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거기가 얼마나 끔찍하던지 트라우마가 생겨서 음악에 대한 회의가 생겼어요. 저는 그냥 서투르나마 다음생의 직업으로 해볼까하고 시작한 거였는데 깊은 회의가 생겨서 불교에서는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참... 꽃들은 어디로 갔는가... 영상 감동적이었어요.
답변입니다.
속가에서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던 스님이 계셨는데, 출가하신 후 그 동안 당신이 모으셨던 클래식 음반을 모두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리셨답니다.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흔들어서 수행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답니다. 20여 년 전 아주 가까웠던 스님께 들었던 얘긴데, 그 말씀이 너무나 인상 깊었기에, 누군가가 클래식 음악에 대해 물으면 저는 항상 그 스님의 체험담을 소개합니다.
얄팍한 감성을 건드리는 대중음악보다 클래식이 낫긴 하겠지만, 클래식 음악 역시 감각과 감성을 자극하기에 '번뇌를 없애는 수행'에는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음악과 관련한 불교의 가르침을 팔재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재가불자의 경우, 스님처럼 250계 또는 348계의 구족계를 받지는 못했지만, 스님의 삶을 지향하고자 매달 육재일이 되면 여덟 가지 계를 지켰습니다. 여덟 가지 계를 팔재계라고 부르는데, 육재일과 팔재계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육재일(六齋日) - 불교에서 팔재계(八齋戒)를 닦는 매달 음력 8·14·15·23·29·30일을 지칭하는 용어. 불교행사.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팔재계 - 재가의 신도가 육재일, 곧 음력 매월 8·14·15·23·29·30일에 하루 낮 하룻밤 동안 지키는 계율. (시공불교사전)
(1) 이살생(離殺生).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말라.
(2) 이불여취(離不與取).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말라.
(3) 이비범행(離非梵行). 청정하지 않은 행위를 하지 말라.
(4) 이허광어(離虛誑語). 헛된 말을 하지 말라.
(5) 이음제주(離飮諸酒). 모든 술을 마시지 말라.
(6) 이면좌고광엄려상좌(離眠坐高廣嚴麗牀座). 높고 넓고 화려한 평상에 앉지 말라.
(7) 이도식향만이무가관청(離塗飾香鬘離舞歌觀聽). 향유(香油)를 바르거나 머리를 꾸미지 않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말라.
(8) 이식비시식(離食非時食). 때가 아니면 음식물을 먹지 않음. 곧, 정오가 지나면 먹지 말라.
팔재계 가운데 일곱 번째인 '이도식향만이무가관청(離塗飾香鬘離舞歌觀聽)' 계를 보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않음"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보듯이 "노래하는 것을 듣는 것"조차 '수행자 답지 못한 행동'으로 간주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것 역시 수행자 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 서두에서 말씀 드린 한 스님의 체험담에서 보듯이, '고상하다는 클래식 음악' 듣기를 취미로 삼는 것조차 수행자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불교가 널리 전파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범패와 같은 불교음악, 승무와 같은 불교무용이 생겨난 것을 보면, 음악과 춤을 수행과 교화를 위한 방편으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