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6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기억하라. / 이성우 목사
2008년 한 해의 상반기 육 개월의 시간이 벌써 다 지나가고 6월 마지막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감을 새삼스럽게 느껴보게 되는 아침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느낄 때 마다 하나님 앞에서 자꾸만 더 초조해지고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비단 저 혼자만이 가지는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 서서 셈을 해야 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하며, 그것에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지게 될 상급이 달라짐을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어차피 완전하지 못한 존재요 늘 부족하고 어리석은 존재라서 기회가 지나가고 나면,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그제야 늘 후회하게 됩니다만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 바로 하나님 앞에 서게 되는 순간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 때 후회하게 되면 정말 그것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며, 그것은 곧 우리의 영원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앞에 서는 그 날에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날마다 주어지는 하루하루의 시간을 마치 마지막 날을 사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야 할 줄로 믿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신앙생활의 다짐과 각오를 다질 때마다 우리에게 도전을 주고 용기를 주는 말씀이 바로 사도 바울의 서신중에서 디모데후서 4장 7-8절까지의 말씀입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또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신령한 목표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빌립보서 3장 12-14절까지의 말씀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사람이 이 땅의 다른 피조물, 특히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지나간 시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에 대해서 소망을 가지고 지나간 시간 속에서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삶의 자세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결국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후회하지 않는 인생의 종말의 순간을 맞이하고자 하는 바램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우리는 두 가지의 서로 상반된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를 향해서 한없이 신실하신 하나님의 모습과 그 하나님 앞에서 한없이 부족한 우리들의 삶의 흔적들입니다.
하나님은 시내 산에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과 맺은 은혜의 계약을 통해서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고 약속하시고 그들에게 하신 언약을 신실하게 지키신 이야기가 구약 성경의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시기 위해서 그들의 인도자요 보호자요 돕는 자요 때를 따라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분으로서, 그리고 대적을 물리쳐 주시고 승리를 주시는 분으로서 쉼 없이 일하신 분이심을 성경을 펼쳐보면 누구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고 속상한 것은 그토록 신실하신 하나님의 모습과는 정 반대인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성경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면서 많은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안타깝고 놀라운 사실은 그런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과 우리의 삶의 모습을 비교해 볼 때 너무도 똑같이 닮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우리의 모습은 그들의 모습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요 진솔한 고백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육 개월의 삶을 뒤돌아보면 이토록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놀랍고도 크신 은혜와 축복, 한없는 사랑의 씨줄과 끊임없이 방황하며 불신앙적이고 불평과 원망을 한없이 늘어놓으면서 감사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이 채워지지 않는 탐욕스러운 속내를 드러내고는 헐떡거리는 우리들의 욕심스러운 못난 자화상이 날줄이 되어서 한데 엮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상상할 수조차도 없는 일인데, 만약 우리의 지나온 세월 속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일하시지 않았더라면 과연 현재 우리의 모습이 가능할 수 있었겠습니까? 따라서 오늘 우리의 모습은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일하신 결과인줄로 믿습니다. 물론 오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신실하지 않으시거나 하나님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결코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할 줄로 믿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며, 하나님께서 하신 일은 반드시 의미와 이유와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과거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구약 성경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결국은 한 마디로 말해서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일하신 흔적들을 모아놓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한없이 부족하고 허물진 자신들의 삶 가운데 함께 하시며 일하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두고두고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후손들에게도 기억시키기 위해서 그 흔적들을 역사적인 자리에 반드시 남겨 놓았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인 절기를 지키면서 그 절기에 담겨 있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억하고 다시 되새기면서 하나님 앞에서 감사하고 하나님 앞에서의 새로운 삶을 결단하곤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이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잊지 않도록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명령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여러 절기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절기라고 할 수 있는 유월절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 바로의 손에서 그들을 구원하시고 해방시키신 위대한 역사를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한 절기입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 흔적을 남겨 놓은 것들 가운데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출애굽기 17장 8-16절까지의 말씀을 보면, 광야에서의 처음 전쟁이었던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승리하고 나서 ‘여호와 닛시’라는 기념비를 세운 것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나아가서 힘들고 답답한 현실 가운데서 부닥쳐 오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앞날에 대해서도 기대와 소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가장 분명한 힘이 되는 줄로 믿습니다. 왜냐하면 신실하신 하나님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동일하신 분이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인 여호수아 12장 1-6절까지의 말씀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과 더불어서 하나님께서 축복으로 주신 가나안 땅을 정복해 들어가면서 그 땅을 분배하기에 앞서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요단강 동편에서 정복한 땅의 경계들을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본문에 이어지는 7-24절까지의 말씀은 요단강을 건너서 정복한 나라들을 다스렸던 여러 왕들의 명단을 기록해 놓고 있는데, 그 수가 무려 서른 한 명이나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정복하고 차지하게 되었던 모든 땅들, 그리고 그들이 물리쳤던 모든 왕들에 관한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지도자 여호수아의 지도력을 후세에 전하기 위함이 아니요 자신들의 능력과 용맹스러움을 두고두고 기억하기 위함도 아니며 오직 자기들의 삶 가운데 함께 하시며 능력으로 일하심으로 신실하게 약속을 지키시며 축복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당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고 오는 후세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한 것임을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오늘 본문 말씀 속에는 그런 고백이 직접적으로는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은 더 강력하게, 약속한 땅을 주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찬양하고 있는 것이며, 도우시고, 인도하여 주시며, 보호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찬양과 감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하나님께서 은총으로 주신 땅을 차지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앞으로 그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며, 축복의 땅과 은혜의 율법을 주신 하나님께 순종하며 살아가겠다고 하는 각오와 결단이 이 말씀 속에 함께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이것이 바로 과거 역사 가운데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신앙의 고백을 가장 인상 깊게 남겨 놓은 사람이 바로 믿음의 사람 다윗입니다. 그는 시편 23편에서 자신의 인생 가운데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회고하면서 깊은 감사와 찬양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면서 남은 날을 하나님 앞에서 살아갈 것을 결단하면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 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께서 은총으로 허락해 주신 이 한 해의 절반을 살고 나서 하나님께서 지나간 시간 속에서 하신 일들을 기억하면서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돌려드리기를 바라는 믿음의 고백으로 이제 맥추감사절을 맞이하게 되는 여러분 모두의 가슴 속에도 앞서 말씀드린 다윗의 고백과 감사가 넘치시게 되
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