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의 인증 취소와 판매 중단, 디젤 엔진 진영에 불어 닥친 한파 등 수입차 시장은 많은 숙제를 안고 2017년을 맞이했다. 두 변수(폭스바겐 그룹과 디젤 승용차)는 2000년대 말부터 가팔라진 수입차 시장 성장의 주 동력원이었기에 어떤 결과를 빚어낼 지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어쨌든 뚜껑은 열렸고 3분기 결산까지 끝났다. 남은 1분기 동안의 영업 활동이 시장의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제 아래 차급별 판매집계 자료를 토대로 2017년 수입차 시장의 흐름을 되짚어봤다. 수많은 관전 포인트가 있겠지만 딱 잘라 네 가지 궁금증만 끄집어내 이면을 파헤쳐봤다.
결론을 살짝 말하자면 수입 B SUV 시장은 국산 B SUV 시장만큼 활발하지 않았고, 수입 C 세그먼트 승용차 시장은 골프 이탈의 충격이 상당했다. 반면 수입 C SUV 시장은 티구안 없이도 굳건했고, 프리미엄 E 세그먼트 세단 시장은 점점 비대해지고 있었다.
긴 이야기가 될 듯해 칼럼은 둘로 쪼개 구성했다. 심심풀이 삼아 1부와 2부 칼럼 끄트머리에 판매 집계를 토대로 한 토막 데이터를 곁들였다.
(1부에서 계속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
◆ 질문 3: 티구안 없는 수입 C SUV 시장 상황은?
지난 9월까지 수입차는 17만3,561대 판매됐다. 전년 동기(16만5,189대)와 비교하면 8,372대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C 세그먼트 이하 시장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B 세그먼트 미니카 시장은 4,703대에서 4,267대로 436대 빠졌고, C 세그먼트 승용 부문은 5,400대 가까이 판매량이 줄었다. 수입 C SUV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9월까지 1만4,507대가 공급됐지만 올해 9월까지는 10만497대로 4,010대나 감소했다. C 세그먼트 승용 부문과 마찬가지로 디젤 게이트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하지만 승용 부문에 비하면 그 충격파는 아주 크지 않은 모습이다.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지난해 폭스바겐 티구안은 4,301대, 닛산 캐시카이는 519대가 팔렸다. 그리고 올해 두 차의 판매량은, 당연히 ‘제로’다. 즉 4,820대의 수입 C SUV가 시장에서 자취 없이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동급 시장의 올해 판매량 합계는 5,098대로 지난해(8,851대) 같은 기간 대비 3,753대 빠지는 데 그쳤다. 경쟁력 있는 신규 모델들이 분전한 덕분이다. 푸조 3008 SUV 판매량(950대)은 지난해보다 511대 늘었고,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인피니티 Q30도 659대로 힘을 보탰다. 토요타 RAV4는 하이브리드 모델(950대, +379대)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동급 시장 판매 1위에 올라 있고, 완전 신형인 혼다 CR-V는 ‘녹차’ 파동으로 주춤한 와중에도 1,222대(-61대)나 팔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혼다 CR-V
프리미엄 C SUV 시장도 디젤 게이트 역풍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전체 시장 규모는 5,531대에서 5,302대로 229대 줄었다. 하지만 아우디 Q3(619대)가 올해 내내 시장에서 빠지고 소형 디젤 엔진 모델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츠 GLA 판매가 488대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기존 제품들의 수요를 흡수하고 시장 침체를 막은 주역은 BMW 그룹의 두 크로스오버(미니 컨트리맨, BMW X1)였다. 올해 초 출시한 2세대 미니 컨트리맨은 지난해보다 285대 늘어난 1,344대 판매량을 보였고, BMW X1은 5,000만원 초반대의 엔트리 모델(x드라이브 18d)을 주력으로 삼으면서 지난해에 비해 519대 늘어난 1,214대 판매를 기록했다. 여기에 C~D 세그먼트에 걸쳐 있는 렉서스 NX도 하이브리드 모델(NX 300h, 1374대, +304대)의 판매 호조 속에 묵직한 성장을 이어갔다.
BMW X1
◆ 질문 4: 프리미엄 D SUV 시장은 얼마큼 커졌을까?
고급 중형 SUV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프리미엄 D SUV는 최근 가장 들썩이는 수입차 시장 중 하나다. 가격대는 5000만원 중후반~7000만원 미만으로 이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프리미엄 E 세그먼트 세단 시장과 정확하게 겹친다. 여기에 최근 풀 체인지로 기량을 끌어올린 모델, SUV 쿠페와 컨버터블 등 색다른 캐릭터의 신제품 출시도 연이어 이뤄지면서 주목도가 가장 높은 시장이 됐다.
지난해는 전통의 강호 아우디 Q5와 BMW X3가 주춤한 사이 말끔한 도심형 이미지로 거듭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고급 승용 감각을 강조한 메르세데스 GLC 220d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최종 승자는 3,689대의 판매량을 보인 디스코 스포츠(GLC 220d는 3,198대). 이 흐름은 올해도 여전하다. 지난 9월까지 디스코 스포츠 판매량은 3,09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9대 늘었다. 반면 GLC는 220d와 250d를 합쳐 1,662대 판매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프리미엄 D SUV 전체 판매량도 1만292대에서 8,811대로 1,481대 줄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GLC
하지만 이는 아우디 Q5(지난해 9월까지 1049대)의 판매 중단 등으로 인한 시장 위축을 의미하지 않는다. 쿠페형 SUV 판매가 1,086대에서 3,207대로 2,121대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GLC 쿠페(220d/250d)의 출시가 가져온 결과로 이 차는 지난 9월까지 1,667대가 판매되며 맞상대이자 시장 개척 모델인 BMW X4(1411대)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SUV와 쿠페 두 차종을 합하면 GLC 판매량(3,329대)은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 230대 많다. 프리미엄 D SUV 전체 시장 규모도 쿠페형과 고성능 모델까지 보탤 경우 지난해(1만1,991대)에서 357대 늘어난 1만2,348대로 올라간다. 성장하고 있는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최근의 왁자지껄했던 분위기에 비하면 그 성장세는 꽤 소박하다.
프리미엄 E 세그먼트 세단 시장에의 위협? 지난 9월까지 프리미엄 E 세그먼트 판매량은 4만9,600여 대를 기록했다(4도어 쿠페 등 상급 틈새 모델과 고성능 모델군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5만6,189대로 커진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7,800여 대)에 비해 1만1,800대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짐작처럼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한 세그먼트는 없다.
이 시장의 가파른 성장 동력은 신형 BMW 5시리즈와 벤츠 E 클래스다. 5시리즈 판매량은 지난 9월까지 1만3,965대 판매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48대 늘었다. 그런데 E 클래스 판매량은 지난해 9월까지 1만2,561대, 올해 9월까지는 2만6,262대로 무려 1만3,701대 늘었다. 이밖에 렉서스 ES 300h(5802대, +1802대), 캐딜락 CT6(476대, +199.4%), 링컨 컨티넨탈(529대) 등도 의미 있는 성장을 보인 한해였다.
링컨 컨티넨탈
◆ 토막 데이터: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컨버터블은?
올해 출시한 메르세데스 벤츠 C 200 카브리올레(6,310만원)로 819대를 기록했다. 그 뒤를 BMW 428i 컨버터블이 467대로 쫓았다. 2인승 로드스터 최다 판매 모델은 포르쉐 718 박스터 S(339대), 4인승 2도어 쿠페 최다 판매 모델은 벤츠 E 220d 쿠페로 520대가 판매됐다.
◆ 토막 데이터: 그 밖의 부문별 판매 1위 모델은?
B 세그먼트 미니카: 미니 쿠퍼(839대). 프리미엄 C MPV: BMW 액티브 투어러(666대). D 세그먼트 중형 세단: 혼다 어코드 2.4(3771대). 하이브리드카: 렉서스 ES 300h(5802대). 풀사이즈 럭셔리 세단: 메르세데스 벤츠 S 350d 4매틱(2002대). 프리미엄 E SUV: BMW X5 3.0d(1786대). 프리미엄 E SUV 쿠페: 메르세데스 벤츠 GLE 350d 4매틱 쿠페(1892대). 풀사이즈 럭셔리 SUV: 메르세데스 벤츠 GLS 350d 4매틱(474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