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숲에서 가장 이채로운 모습은 참나무들이 갈색 잎들을 달고 겨울을 나는 풍경입니다. 넓은 잎들은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숲공부를 하고 난 뒤 숲에 가면 분명 참나무들은 새 봄까지 바스라질 듯한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꽂혀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가설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참나무라는 우주>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참나무의 위대성을 재확인하고 싶어 읽다가 겨울에 잎을 달고 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을 보았습니다. 역시 가설만 적어놓았습니다.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 나온 다음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생태학은 첨단과학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까다롭다.”
자연 하나하나를 낱낱이 볼 때마다 세상 모든 건 동일하지 않고 각자 고유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이름의 풀도 같은 이름의 나무도 같은 종(種)의 사람도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존재 이유도 다를 것입니다. 그 셀 수 없는 존재들을 인정하는 인식의 과정, 그게 숲공부가 아닌 듯싶습니다. 당연히 모든 걸 알 수 없는 멀고도 험한 길이지요. 그 길에서 얻는 앎이 삶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이번 뉴스임팩트에서는 북서울꿈의숲을 거닐며 불거진 생각들을 글로 담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