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은 1998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국내 최대의 자연 늪이다. 소벌(우포늪), 나무벌(목포늪), 모래벌(사지포), 쪽지벌 등 4개의 크고 작은 늪이 있다. 보통 이 4개의 늪을 모두 합쳐 우포늪으로 부른다.
우포늪은 생태의 보고다. 늪가에, 늪 위에, 늪 속에 수많은 생명이 살아간다. 우포늪의 존재만으로도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자그마치 천여 종에 달하는 동식물이 분포한다. 크기도 축구장 21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늪가로 둘레길이 생태환경을 해치지 않고 따라간다.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우포늪의 모두를 둘러볼 수 있다. 우포늪 생태관을 비롯해, 우포늪 생태체험장, 우포생태촌, 산토끼 노래동산, 잠자리 나라 등 체험공간도 다양하다.
과거 우포늪은 참 보잘 것 없었다. 무척이나 괄시받았다.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툭하면 공장이나 농경지 조성 후보 부지로 거론됐다. 생활 쓰레기가 묻히는 일반적인 장소였다.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려다 중단되기도 했다.
1998년 정부가 나섰다. 보호구역 내 사유지 20만 평을 사들였다. 이때부터 우포늪의 생태와 경관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생태 보존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 덕에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생태공원이 됐다.
우포늪은 이제 생태 천국 우포로의 비전을 달성하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됐다. 국내 생태관광 1번지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형 생태관광 10대 모델 사업 '내륙 습지' 분야에 선정됐다. 일종의 지역별 특성을 살린 모델 발굴이다.
아무튼 이 사업은 우포늪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우포늪의 생태학적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게 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때마침 지난달 25일 경남 창녕이 람사르 습지도시에 선정됐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지 20년 만이다.
우포늪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1억4천만 년의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당연히 생태자원 보존·복원에 비중을 둬야 한다. 주민들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길 원하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은 우포늪을 알리고 보존하는 좋은 방법이다.
자연은 "나를 제발 가만히 내버려둬!"라고 외친다. 하지만 사람의 귀는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 걸핏하면 파고 묻고, 찢는다. 이제 사람들이 자연이 외치는 들어야 한다. 사람이 낸 상처를 치료해줘야 한다,
우포늪 오솔길로 늪의 향이 번진다. 비릿하고 축축하고 퀴퀴하다. 늪의 원초적 향이 번진다. 늪가 억새와 줄풀, 창포와 마름이 내는 냄새다. 물 위나 물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각자의 갈망으로 생명을 지속한다.
늪은 명백한 생명의 전당이다. 물과 태양과 땅의 조화가 있어야 살 수 있다. 늪가와 늪 안의 생명들은 모두 굳건히 연결돼 있다. 겉으로 보기에 고요하지만 실상은 소란스럽다. 생명들의 소용돌이로 들끓는다.
우포늪으로 가 생명의 숲을 보라. 생성과 생동과 창의의 도가니다. 질척한 욕망을 내려놓고 생명의 귀함을 알게 된다. 물풀이 사는 의미를 내 가슴에도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