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호미곶끝마을`은 어디?
호미곶면 구만2리… 150가구 290명 생활
예로부터 국운상승‧국태민안 상징 ‘명당’
기암괴석 즐비‧일출 광경에 탄식 절로
세계지질공원‧향토문화재 등재 추진 중
대동여지도 제작한 김정호 7번 방문
‘호미곶 끝 마을’ 입간판 하나 없어
마을 이장 “정부‧지자체‧언론 관심 절실”
“관광객들, 천혜의 땅에서 쉼‧새 힘 얻길”
한반도 지도에서 호랑이 꼬리끝 마을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포항시 호미곶면 구만2리다. 이곳엔 150가구 290여 명의 어민이 살고 있다.
마을 앞바다 해저의 해안단구(호미곶 해안단구)는 경북도에서 포항지역 6곳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신청했으며, 인접한 독수리바위는 포항시 문화재로 등록됐고, 모아이상바위(큰 바위 얼굴), 비둘기바위는 마을발전위원회에서 향토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앞바다 해저는 해면 수위가 낮아지는 봄과 여름에 해안단구의 모습을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이곳은 인근에 방파제가 조성되기 전 풍파가 심한 날이면 청어와 과메기 떼가 밀려와 까꾸리(갈퀴의 방언)로 물고기를 끌어 잡았다고 해서 ‘까꾸리계항’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을 앞바다에서부터 구룡포에 이르는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해안 지형이 계단 형태로 연장되는 해안단구를 쉽게 볼 수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호미곶 해안단구는 지난 7월 현장실사를 마쳤다. 이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아시아·태평양 총회(베트남)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공원이사회 심의로 등재 여부에 대한 윤곽이 나오며, 내년 5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봄 정기총회에서 최종 지정 여부가 결정, 발표된다.
호미곶 해안단구를 포함한 경북 동해안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자연유산 보유 지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 일본 대학 실습선 침몰로 설치된 물등대
마을 앞바다 다릿돌 위에 설치된 물등대도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일본이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조선에 대한 침략이 본격화될 1907년 9월 9일 일본 강습소(현 동경수산대) 실습선이 동해안을 조사하다가 구만2리 앞바다 교석초 인근에서 좌초됐다. 이 사고로 교관 1명과 학생 3명이 조난당했다.
당시 주민들이 기금을 모아 사고지역에 물등대를 세워 지금까지 포항항으로 입항하는 어선과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 탄성을 부르는 독수리바위‧모아이상바위
독수리바위도 이 마을의 명물이다.
오랜 세월 동안 풍화작용으로 인해 조각된 바위의 형상으로 독수리 부리를 닮았다.
이 바위를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바닥에 독수리 트릭아트가 그려져 있다. 인근에는 갈매기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호미곶의 땅끝인 이곳에서 서쪽으로 지는 석양의 노을을 바라보면 대흥산 너머로 층층의 산과 시가지, 일렁이는 포스코 굴뚝이 보인다. 그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모아이상바위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모아이상바위는 포항시에서 데크로 바다 위에 조성한 해파랑길과 인접해 있다.
구만2리 마을 뒤에는 봉화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국토 최동단을 측정하기 위해 이곳을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동쪽임을 확인하고 호랑이 꼬리 부분이라고 기록했다.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격암 남사고는 ‘산수비경’에서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기술했다. 백두산은 호랑이코,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육당 최남선은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삼키는 형상이라고 묘사하면서 이곳의 일출을 조선 십경의 하나로 꼽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며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며 “우리 동네는 예로부터 국운상승과 국태민안의 상징으로 최고의 명당, 명승이라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에서 온 30대 관광객 이해진 씨 부부는 “삶의 활력을 얻기 위해 구글지도를 검색해 구만2리를 찾았다”며 “우리나라 지도 호랑이 꼬리 끝 마을을 알리는 표지석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호미곶광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호미곶 끝 마을’이 제대로 알려지면 호미곶 해맞이광장과 연계해 더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관 구만2리 이장(57)은 “호미곶 끝 마을이라 바람과 파도가 빚은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고 동해바다 일출은 경이로움에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며 “많은 관광객들이 저희 마을을 찾아 쉼과 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 언론의 관심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언론인홀리클럽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