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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덕화만발(德華滿發) 원문보기 글쓴이: 김덕권
*德華滿發*
성자(聖者)와 복자(福者)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5월 4일 오전 3시, 원불교 최고령의 원로이시자 소태산(少太山) 성존(聖尊)의 친시(親侍) 제자이신 상산(常山) 박장식(朴將植) 종사님이 101세를 일기로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리고 이어 5월 5일에는 또 한 분의 성자이신 항산(亢山) 김인철(金仁喆) 종사님이 78세에 연이어 열반하셨습니다. 참으로 두 분의 열반이 교단(敎團)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두 분 다 교단과 회상(會上)에 끼친 공덕이 하늘에 사무칠 정도의 거목이셨기 때문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좌산(左山) 이광정 4대 종법사님이 탄생 했을 때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 때 56세인 새 종법사님에게 당시 84세였던 상산 종사님이 원로 법사님들을 이끌고 마침 취임 인사차 원로원으로 들어오시던 새 종법사님을 맞아 맨 땅에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셨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모든 원로님들이 따라서 새 종법사님에게 큰 절을 올렸습니다. 이로써 원불교의 법통(法統)이 타 종교와는 다르게 전혀 잡음이 없이 세워지는 전통이 확립 된 것입니다. 이 전통 하나를 세우신 것만으로도 상산 종사님은 불멸의 공덕을 세우셨다 할 수 있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열반당일 교단에서는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首位團會)에서 상산 종사님을 정식 대각여래위(大覺如來位)로 추존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로써 새 부처님, 정산 종사, 대산 종사, 주산 종사님에 이어 다섯 번째 부처님이 탄생하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부산의 유산 정유영 동지께서 한 감상(感想)을 보내 오셨습니다. 때 마침 천주교의 전 교황(敎皇)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식(諡福式)이 보도 되어 한 번 쯤 성자(聖者)와 복자(福者)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덕산님! 덕산님이 보내주신 5월 2일 자 *덕화만발*『꿈에 그리는 사람은』정말 감동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눈시울이 적셔집니다. 어제 신문을 장식한 기사 가운데 천주교 시복식에 대한 것이 있습니다. 교황 요한 바로로 2세가 선종(열반)한지 6년 만에 복자로 인정되었다고 하는 군요.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시복되었다고 합니다. 복자는 성자의 아랫단계지요.
이렇게 복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야 하고요. 복자는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사람 가운데 공경할 만한 사람, 그리고 기적을 행한 사람을 심사해서 교황이 복자로 선언합니다. 교황 바오로 2세의 시복식에는 약 150만 명의 카톨릭 신자들이 모여 축하를 해 주었다는군요.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이 기사를 읽으면서 원불교 법위(法位) 승급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원불교에서는 법강항마위(法强降魔位), 즉 성인(聖人)을 교무님이 추천하여 종법사님이 인가(認可)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천여래(千如來) 만보살(萬菩薩)이 나는 회상이라지만 그것도 살아생전에 그 숫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축하 해 주는 사람 많지 않은 법강항마위! 새 부처님께서는 법강항마위만 되어도 천인(天人) 아수라(阿修羅)가 먼저 알고 숭배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 수많은 원불교 법강항마위 성인들을 누가 알아주고 축하 해 주는 지요? 카톨릭 시복식에는 16개국의 정상들을 비롯한 90개국의 대표들과 사절단이 축하해 주러 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이 명박 대통령도 교황 앞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하네요.
원불교는 생전에 대각여래위에 오른 도인이 있어도 각국의 정상(頂上)은 커녕 이웃 종교인인 한국의 대통령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도 천인 아수라가 알고 숭배하는지는 참으로 모를 일입니다. 덕산 회장님께서도 천주교 시복식에 관한 기사를 관심 있게 보셨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이제 그 소감을 한 번 말씀해 보시지요.
소태산 성존님께서는 서동풍, 박동국 두 분의 선진님에게 항마위를 추존하면서 백지혈인(白指血印)의 기적과 충천(衝天)의 서기가 있어서 좀 부족해도 승인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학생시절 때만 해도 법강항마위는 사후 추존으로 했습니다. 또 몇 분 안 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많습니다. 성자가 많은 것은 염려할 일이 아니고 축하하고 자랑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한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원불교 교도는 물론 인류가 공경을 드려야 하겠지만 이 일이 알려지면 오히려 세인의 웃음거리를 면치 못할 것같이 심히 우려가 됩니다.
천주교에서는 성인이 아닌 그 아래 단계인 복자가 되는 데 가장 짧게 걸린 분이 사후 6년입니다. 그것도 교황을 지낸 분이십니다. 이것을 원불교에 대입한다면 원불교 종법사를 지내고도 수 십 년이 흘러서야 수많은 종법사 가운데 몇 명이 선택적으로 법강항마위 법위를 드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법강항마위가 성위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존께서도 생전에 인정하시지 않은 법위를 후대 종법사님이 마음대로 추존하는 것은 법위를 문란 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새 부처님님께서 밝혀주신 대로 그에 따라서 성위를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희소가치도 있고 법위에 권위가 섭니다. 각국 정상들은 물론 세계적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하여 축하는 가운데 시성식을 하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덕산님! 우리의 법위가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엄격한 잣대와 공적을 심사해 법위의 존엄을 세웠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다시 한 번 덕산님께서 *덕화만발*에 경종을 울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때는 울릉도 여행을 다녀오시고 난 다음이 아닐까 싶네요. 즐거운 여행 되셨으리라 생각 됩니다.
원기 96년 5월 5일 부산에서 정유영 합장】
도반 동지 여러분! 정말 맞는 말씀이네요. 자신의 불이익을 생각지 않고 교단을 향해 옳은 말씀 해주시는 유산 정유영 회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언제나 천인 아수라가 다 무릎 꿇고,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경배하는 그런 성성식(聖成式)을 볼 수 있을 런지요?
원기 96년(2011) 5월 9일 덕 산 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