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립기념일이 언제일까. 미국 13개 식민지 대표자들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결의하고, 대륙회의에서 독립선언문을 승인한 1776년 7월 4일을 기념하면서 시작되었다. 바로 그날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지금부터 불과 245년전 이야기다. 조선에서는 정조가 왕위에 오른 해이며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출판한 해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대혁명을 불과 13년 남긴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이였다. 그렇게 미국은 탄생했다. 미국은 역사가 짧은 것이 콤플렉스이다. 그래서 독립이 되고 난 뒤 미국 지도자들은 미국인들을 통합하고 나라의 힘을 한군데 모을 아이디어 창출에 골몰한다. 결론은 스포츠를 통해 국민의 역량을 결집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유행하던 축구와 럭비, 골프 등을 제외한 새로운 경기를 만들기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미식축구와 야구이다. 하지만 미국은 1860년대 들어 노예제도 폐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남북전쟁을 겪는다. 한국의 한국전쟁을 능가하는 비참한 전쟁을 미국은 치렀다. 흑백의 인종갈등은 사그러들지 않고 더욱 심화되는 길을 걷는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흑인 야구 백인 야구가 갈라져 경기를 치뤘다. 그런 과정을 다룬 영화가 바로 42이다. 그러면 42는 무엇인가. 그냥 숫자가 아니다. 바로 특정인의 유니폼 넘버이다. 그 특정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영화는 메이저리그에서 인종차별을 딛고 자신의 등 번호 42번을 영구 결번으로 남긴 야구 전설 재키 로빈슨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로 매년 4월 15일 “재키로빈슨 데이”에는 모든 선수를 비롯해 스탭까지 등번호 42번의 유니폼을 입는다. 영화속으로 들어가 보자.
1946년, 브루클린 다저스 (현 엘에이 다저스의 전신)의 구단주 브랜치 리치 (해리슨 포드)는 재키 로빈슨 (채드윅 보즈먼)을 팀에 영입하면서 메이저리그의 흑인차별에 반대입장을 취한다. 미국 백인 구단사상 최초의 흑인선수 영입이었다. 구단주가 흑백 인종차별 열렬한 반대론자는 아니였지만 그의 옛 선수시절 흑인선수와 인연이 작용했다. 이 일로 두 사람은 일반인뿐 아니라 언론 및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표적이 된다. 강한 인종차별에 직면하리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예상한 일이었다. 구단주는 재키 로빈슨에게 제안한다. 성질을 죽이고 흑인에 대한 반감어린 질타에 의연하게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영입하겠다고 밝힌다. 로빈슨은 유니폼만 입혀준다면 구단주가 바라는 바대로 경기를 해나가겠다고 응답한다. 로빈슨은 대단한 용기와 재능으로 팬과 팀 동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만 했다.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아니 아주 어려웠다. 로빈슨의 야구재능은 탁월했지만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기도중 경찰이 개입해 로빈슨을 체포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백인과 흑인이 함께 경기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상대 감독과 선수들의 야유는 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럴때 마다 로빈슨은 라커룸에서 배트를 벽에 때리며 울분을 참아야 했다. 그럴때 구단주의 충고는 그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는 다시 홈플레이트에 우뚝 섰다. 그리고 그는 해냈다. 그는 야구를 통해 모든 비난을 잠재우고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래서 매년 4월 15일 “재키로빈슨 데이”에는 모든 선수를 비롯해 스탭까지 등번호 42번의 유니폼을 입는다. 그의 업적 그리고 그가 미국 야구에 바친 그 정렬과 참을성 그리고 미국에 대한 사랑을 기리면서 말이다.
우리나라도 어제 (2021.4.3)부터 프로야구 본경기가 시작됐다. 어제는 비때문에 한경기밖에 열리지 못했다. 실제로 오늘부터 진짜 경기가 시작된다. 물론 올해도 코로나 사태로 많은 제약속에 경기가 치뤄지지만 그래도 경기에 굶주렸던 팬들의 가슴은 뛸 것이다. 미국 본토 경기에서 오랫동안 경험한 추신수 선수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한국은 역사상 유래가 없는 갈등구도속에 놓여 있다. 인종갈등보다 더한 보수 진보의 대 갈등, 세대 갈등, 고부 갈등, 장서 갈등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갈등속에 국민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는 스포츠맨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만방자한 짓거리를 행하지만 참된 야구경기에서 새로운 희망과 힘을 얻는 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오늘 우리는 생각하자. 미국 야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재키 로빈슨 선수를 말이다. 그리고 야구나 스포츠를 통해 인종 갈등 등 모든 갈등과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해소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해 봐야한다. 그래야 스포츠를 진정으로 즐긴다 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4월 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