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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생명이란 무엇인가_<무질서가
만든 질서> 스튜어트 A. 카우프만(1편)
인류와 우주의 진화 코드
무질서가 만든 질서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된 카우프만 박사의 책은 <혼돈의 가장자리>, <다시 만들어진 신> 두 권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무질서가 만든 질서>만 보아도 큰 뼈대는 파악할 수 있다. 간략하기 때문에 깊이 이해하기는 어렵지만.그동안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책들을 리뷰해 왔다. 〈에르빈 슈뢰딩거>의 책으로 시작하였는데 처음 만든 리스트에서 카우프만의 책들은 가장 심오하고 첨단이라고 보고 뒤에 두었다. 카우프만은 미국의 <산타페연구소> 복잡계 과학 Complexity 그룹의 대표 과학자였으며, 우주와 생명에 관해 가장 앞서가는 시각을 가진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생명의 진화: 물리학 너머의 세계
이 책에 나오는 농담으로 시작해 보자. 물리학자와 생물학자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한 물리학자가 이렇게 말한다. "생물학자들이 갈릴레오와 함께 피사의 탑에서 돌을 떨어뜨린다면 빨간 돌, 노란 돌, 파란 돌 등을 떨어뜨렸을 것이다." 이 말에 모두들 폭소를 터뜨린다.
하하하.
물리학자들이 우주의 법칙을 찾기 위해 세상을 '단순화'하는 동안 옆에서 생물학자들은 생명이 어떻게 '복잡'해졌는지를 궁리한다.
생물학은 해삼, 비둘기, 고릴라, 복숭아 중 어떤 것이 빨리 떨어지는가가 아니라 그것들이 다 어디서 왔는가를 궁금해한다. 당연히 물리학은 이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그것은 "물리학 너머의 세계 A World Beyond Physics" 다. 이 구절이 바로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의 하나이며 원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카우프만은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물리학의 <열역학>과 <비평형 복잡계> 이론, 수학의 <랜덤 그래프〉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이런 분야를 이론생물학/생물물리학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환원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전형적인 시스템적, 전일론적 관점이다.
초기 생명은 물질로부터 생겨났다
생명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지구에서 생명은 천둥번개가 치는 가운데 뜨거운 원시 바닷속 물질들이 화학반응을 하면서 생겨났다. 이때 생긴 〈원시세포가 점차 온화해져 가는 지구환경과 함께 진화하여 오늘날의 생명의 다양성을 만들었다. 최초에 생긴 이 생명(단세포)만 물질에서 생겼고, 이후 모든 생명은 이전의 생명으로부터 생겨난다. 이것이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과학계의 설명이며, 많은 부분이 추측과 가설이다.
오늘날 모든 생명은 생명체로부터 생긴다. 최초의 생명은 물질의 조직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생명은 자기 재생산 체계 System
카우프만은 이런 '추측' 설명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생명의 가장 큰 특성의 하나는 <자기 재생산〉이다. 바위는 바위를 만들지 못하지만 생명은 자기와 같은 생명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랜시스코 바렐라의 <자기생성:오토포에시스 Autopoesis〉와 같은 개념이다. 어떻게 처음에 이런 자기 재생산 체계가 생겨났을까?
1. <집단적 자기촉매 집합 시스템>의 출현
카우프만에 의하면 자기 재생산 체계는 분자들의 '집합적' 상호작용으로부터 '저절로' 생성될 수 있다. 원시 지구의 바닷물에서는 다양한 단백질, 핵산과 같은 유기 화합물들이 생성되었을 것이다. 이들 중의 한 무리가 집단적으로 서로가 서로의 생성을 촉매 하는 '자기촉매' 시스템으로 조직화하였고, 집단적으로 그 집단 자체가 재생산되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집단적으로 자기촉매 하는 집합 체계, 바로 '생명'이 출현한 것이다.
이런 집단적 '조직화'가 저절로 나타나는 게 정말 가능할까? 그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복잡계 Complex System〉에 대해 아시는 분은 <자기조직화 Self Organization〉, 〈창발 emergent>이라고 하는 복잡계의 대표 특성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 생명은 복잡계다.
a, b 와 같은 단순한 분자가 붙어서 aa, bb, ab, ba 와 같은 2량체 4가지 만들어지는 반응을 한 예로 시작해 보자. 시간이 지나면 aba, bab, abba... 와 같은 것들이 이어져 abbabbabba... 와 같이 긴 <폴리머(중합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 긴 폴리머는 두 조각으로 잘라지고 그 조각이 다시 다른 조각과 붙기도 하는 등 더욱 다양한 폴리머가 만들어진다. 일단 폴리머가 생기면 분자배열이 다른 다양한 폴리머가 더 빨리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분자들의 상호작용의 진화를 수학적으로 나타내는 방법이 있는데 <그래프 이론>이라고 한다.
에르되시 레니 <랜덤 그래프>
Erdos Paul 과 Alfred Renyi의 랜덤 그래프는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의 집합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이다. 무엇이든지 상호작용하는 것은 점으로, 상호작용은 선으로 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연결이 많아지거나 적어지면 어떤 구조가 나타나는가를 연구한다.
자발적 구조의 창발: 상전이와 임계점
랜덤 그래프를 단추를 두 개씩 실로 꿰는 것으로 생각해 보자. 연결이 점점 많아지면 놀랍게도 어느 순간 갑자기 단추들이 직접 간접으로 연결되어 하나로 덩어리지게 된다. 그 상전이 phase transition>가 일어나는 점(임계점)은 선의 양쪽 끝 수 2E가 점의 수 N과 같아 질 때, 즉 E/N 이 0.5이다. 이 임계점을 넘으면 갑자기 거대한 연결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컴퓨터 모의실험
잘라지거나 이어지는 등 펩타이드나 핵산 폴리머에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폴리머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것은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여기에 이 폴리머들이 그 자체로서 반응을 촉진시키는 <촉매〉로 작용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반응의 효율은 더 커진다. 이것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보이고, 후에 실험실에서 실제 화학 분자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아래 도형은 집단적 자가촉매 집합을 에르되시 레니 그래프로 표시한 예다. 이중 타원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단순 먹이 분자이고, 실선은 기질 분자가 반응하여 생성물을 합성하는 것, 점선은 촉매 하는 반응을 표시한다. 문자열 분자는 RNA, DNA, 단백질 어느 것도 될 수 있다.
RNA, DNA, 단백질
자가촉매를 하는 폴리머로는 1981년 발견된 RNA가 가장 유명하다(리보자임). 이후에 DNA와 펩타이드도 집단적 자가촉매 집합을 형성한다는 것이 화학실험에서 발견되었다! 여기서 강조할 점은 이들 분자가 자기 자신의 형성을 촉매 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로서 서로가 서로의 형성을 촉매 한다는 점이다. 즉 자가촉매 성질은 한 분자가 아니라 집합이 <전체>로서 나타내는 성질이다. 계 전체가 자가촉매적이다. 그러므로 집단적 자가촉매는 <전일론>적 개념이다.
2. 조직화가 어떻게 전파될까? : 제약 일순 Constraint Work Cycle
집단적 자가촉매 집합이 저절로 조직화하여 원시세포가 생겨났고 그로부터 37억 년간 생명은 다양성이 폭발하였다. 다양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번식은 안정되게 지속 되었다. 다윈의 유전적 변이와 자연선택이 생명의 다양성을 가져온다면,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는 '바 탕'은 무엇이고 어디서 왔을까?
여기서 열역학의 <엔트로피> 개념이 등장한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이 세상은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질서의 상태에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무질서의 상태로 가고 있다. 무질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를 엔트로피라고 한다.
엔트로피가 최대로 되면 쓸모 있는 에너지가 다 없어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생명은 열린 시스템
우주의 모든 것이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로 가는데 생물권은 어떻게 계속 움직이고 계속 복잡해져 가는 것일까? 한 가지 답은, 생물과 생물권이 '닫힌 계'가 아니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열린계 Open System〉이기 때문이다. 생물은 외부에서 질서를 수입하고, 쓰고 남은 무질서를 밖으로 내보내는 열린 시스템이다. 사실은 생물은 열역학 제2법칙으로 질서가 무너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질서를 만들어낸다고 말하는 게 더 맞다.
일 제약 Constraint Work Task
증기기관을 생각해 보자. 피스톤이 움직이는 실린더 안의 뜨거운 기체는 실린더가 없다면 사방으로 다 흩어져 버릴 것이다. 실린더의 <제약>에 의해 실린더 안에서만 팽창하여 피스톤을 밀게 되고 〈일〉이 수행된다. 실린더가 피스톤에 <경계 조건>을 주었다. 제약이 있어야 에너지 방출이 〈일>로 전환된다. 일 전환이 바로 생명이 열역 제2법칙을 깨는 방법의 일부다. 엔트로피는 여전히 증가하지만 제약이 없을 때보다 그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살아있는 세포, 생명체, 생물권은 위에서 예로 든 실린더 제약에 해당한다. 에너지 방출을 제약하여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생명이다.
제약 일 순환 회로 Constraint Work Cycle
에너지 방출을 제약해야 하여 수행된 일은 다시 더 많은 제약을 만들 수 있다. 새로 만들어진 제약은 또 더 많은 에너지의 방출을 제한하고, 이 제약들이 더 많은 에너지의 방출을 제한하고, 더 많은 일을 해서 또 다른 일을 하는 제약을 만들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질서는 계속 전파된다.
위에서 든 예에서 실린더가 일을 하여 우물물을 퍼올리고, 이 물을 고랑을 따라 흘러가게 하면 아랫마을의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다. 고랑이라는 제약이 없으면 물은 다 흩어져 버리고 말 것이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면 논에 물을 대는 일을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비평형 과정에서 연결된 제약들에 의해 생긴 일은 더 많은 제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연결된 과정들이 돌고 돌아 첫 번째 과정으로 간다고 해 보자. 즉 마지막 과정이 최초에 일을 하도록 하는 제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래 도형을 보면 비평형 과정 A, D, G가 각각 이전 단계에서 일어난 일 Ci, Ck, CI에 의해 제약되고 마지막 일 CJ는 첫 번째 과정 A의 제약이 된다.
그러면 이 계는 <일 순환>을 해서 자기의 제약을 만들고 자기 자신의 일부를 조립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자기재 생산계>가 된다.
자기재생산 체계
제약일순환 회로와 앞서 본 RNA, 펩타이드와 같은 폴리머의 집합적 자가촉매 집합계들이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만드는 자기재생산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조직화된 계가 계 자체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그렇게 조직화는 전파되어 나가고, 지구에 다양한 생물권을 이루었다. 다윈의 유전적 변이와 자연선택이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체계'라고 카우프만이 설명한다. 이런 체계는 유전적 변이를 보이고 자연선택이 일어날 수 있고, 고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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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전일론적
1편)에서 생명은 물질로부터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다양성이 폭발할 수 있음을 <제약 일순환 회로>와 <집합적 자가촉매 집합>의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이런 회로나 집합은 구성 성분들 전체가 나타내는 집단적 <전일적> 성격이다. 전체를 구성하는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구성 성분들이 서로가 서로를 구축한다. 구성 성분들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일관된 움직임과 특성을 보일 때 이 집합을 체계/계/시스템 system〉이라고 한다. 대개 수많은 성분/요소들의 유기적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복잡계 complex system〉라고도 한다.
부분과 전체 : 유기적 관계
계의 성질은 구성 성분들 하나 하나에는 없다. 부분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성질이 부분들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돌연 나타난다. 이것을 <창발 emergence〉이라고 한다. 흔한 표현으로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1 더하기 1은 2보다 크다". 구성 부분이 모여서 전체를 만들지만, 부분의 성질이 전체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성질이 부분의 성질을 결정하기도한다. 이렇게 부분과 전체는 유기적 관계에 있다.
대상에서 <관계>로
따라서 생명체를 이해하기 위해 생명체를 구성 성분으로 최대한 작게, 기관, 조직, 세포, 분자, 원자, 아원자 우주의 궁극의 입자가 될 때까지 쪼개서, 그것들의 성질을 세세하게 모두 알게 되더라도 생명체를 이해할 수 없다. 구성 성분으로 작게 쪼개는 순간 '상호작용/관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복잡성의 과학 complexity)에서 관건은 대상이 아니라 관계다.
그래서 생물학은 물리학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심장은 전체를 위해 존재한다
심장은 이 우주에서 아주 복잡한 물질의 하나일 것이다.
빅뱅 이후 우주는 단백질로 만들 수 있는 물질 중에서 극히 일부만을 만들 수 있었고 (우주는 복잡한 분자에 있어서 '비에르고르드적'), 그중의 하나가 우리가 '심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심장은 왜 존재하는가? 다윈은 심장이 생명체의 생존에 이롭기 때문에 (자연선택되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시각에는 뭔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 생명체가 없다면 심장도 없고, 코도 없고, 날개도 없다. 코, 심장 등의 기관은 생명체의 부분으로써 전체를 위해 존재한다. 생명체를 빼놓고 심장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생명체는 번식할 때 전체의 조직화, 즉 모든 것이 함께 어울려 움직이는 방식을 묶음으로 '통째' 전달한다. 생명체는 자기를 지탱해 주는 부분들과 함께 <전체>로서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생물권 다양성의 폭발은 어디서 오나
원시세포: 주체자와 중요성의 진화
세포는 자기촉매 자기 재생산 분자 시스템이라고 하였다. 세포는 심해저 뜨거운 열수공에서 기름막에 싸인〈리포솜〉을 통해 〈원시세포>로 진화하였을 것이다. 세포는 자기 재생산을 하는 <행위의 주체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행위 주체자가 자신의 외부 세계를 감지할수 있다면 큰 이점이 될 것이다. 먹이와 독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것들이 '나에게 이롭다, 해롭다'를 구분할 수 있다면 대단한 강점이 된다. 행위 주체자를 중심으로 〈중요성>, 즉 <의미>가 무의미한 물질 우주에 탄생한 것이다.
여과 섭식자에서 포식자로
원시세포는 주변에 떠다니는 먹이 분자를 수동적으로 섭취하다가, 우연히 <운동성>을 갖게 되자 능동적으로 먹이를 찾아다니게 되었을 것이다. 물속에 흘러 다니는 먹이 분자들은 언젠가는 고갈되고, 이제 다른 세포를 섭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포식〉이 진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초의 <먹이 사슬>이 생겨난다.
<다윈의 쐐기>를 박지 않아도 된다
다윈의 <뒤엉킨 강둑 tangled bank> 논리에 의하면 온갖 식물과 동물이 빽빽하게 사는 강둑에 다른 생명체가 들어가 살려면 쐐기를 박듯이, 기존 생명체를 밀쳐내야 한다. 그러나 생태계도 하나의 자가촉매집단으로 보는 카우프만의 시각에 의하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생명체는 존재함으로써 오히려 다른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 즉 생태적 지위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하여 강둑 자체가 확장될 수 있다.
생태계는 '집단적 자기촉매 집합'이기 때문
생태계에서는 풀을 뜯어 먹는 영양을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 사자의 생태적 지위가 궁극적으로 광합성을 하는 풀의 생태적 지위에 연결되어 먹이사슬은 순환된다. 사자의 사체나 배설물은 미생물에 분해되어 풀의 영양분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또 사자의 몸에는 다양한 기생 동물이 살고 사자가 먹고 남은 영양은 다른 동물들이 마저 먹을 수 있다. 사자의 존재가 다른 생태적 지위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태계는 서로가 서로를 위한 생태적 지위를 창조하는 생물 종들의 촘촘한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집단적 자기촉매 집합〉로 볼 수 있다.
다양성은 <자기증폭>적 : 스스로 생태적 지위 창조
각 종들은 새로운 종을 위한 생태적 지위를 만들고, 새로운 생태적 지위는 또 다른 새로운 종을 위한 생태적 지위를 만들고... 이렇게 생명권은 폭발적으로 확장해나간다. 자연의 들판은 경쟁>으로 부글거릴 뿐 아니라, 새로운 종이 또 다른 새로운 종을 끌어들이며 함께 공간을 확장해 나간다. 생물권의 복잡성은 이렇게 창발한다.
사회 경제에서도 PC 가 워드프로세싱을 가능하게 했고,워드프로세싱이 파일 공유를, 파일 공유가 월드와이드 웹을, 웹은 온라인 판매를.... 가능하게 하였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생산력은 더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게 길을 열어준다.
생명은 물리학 너머의 세계
진화에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적응〉을 예로 들어보자.
다윈의 전적응 Pre-adaptation / 외적응
Exaptation
생물의 특성들이 모두 처음부터 현재의 목적으로 자연선택된 것은 아니다. 생물의 특성 중에는 원래 진화된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진화된 것도 있다. 원래의 기능이나 특성이 후에 다른 목적으로 적응한 것을 다윈은 <전적응 pre-adaptation〉이라 불렀다. 예를 들어 새의 깃털은 원래 체온 보호를 하던 몸의 털이 후에 새의 비행에 적응하여 깃털로 된 것이다. 나아가서 숫공작의 꼬리처럼 짝짓기의 과시 목적에 적응하기도 하였다.
다윈의 '적응'은 후에 스티븐 제이 굴드가 Pre-adaptation보다는 Exaptation으로 부를 것을 제안하였는데, 우리말로는 <외적응>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외적응)을 사용하기로 한다.
진화는 스스로 가능성을 창조한다
물고기의 부레는 원시 폐어(폐로 숨쉬는 물고기)의 허파에서 진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폐어의 폐에 물이 차게 되었고, 공기와 물의 비율로 부력을 조절하는 기능이 진화했을 것이다. 부레가 생기자 기생충이나 박테리아가 부레에서만 살도록 진화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폐는 부레의 <원인>이 아니고, <가능하게 함)이었다. 부레 역시 기생충의 원인>이 아니고 가능하게 함〉이었다고 카 우프만은 설명한다.
생물학에는 법칙이 없다
부레나 깃털의 출현은 결코 미리 알 수 없다. 동전 던지기 1000번에 앞면이 550번 나올 확률은 계산할 수 있다. 표본 공간 2의 1000승의 값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적응에 의한 진화의 표본공간은 알 수 없다. 앞으로 무슨 일이 가능한 지, 어떤 발명이 나올지 짐작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적응은 <임시변통>적 해법이다. 임시변통에 대한 '연역적 법칙'은 만들 수 없다. 유전법칙외에 생물학에는 물리학같은 법칙이 없는 이유의 하나가 이것이다.
생명은 기계가 아니다
생물권의 진화에 대해서는 어떤 법칙도 만들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다. 진화하는 생물권은 기계가 아니다. 자연의 생명은 스스로 방대하게 창조해나간다. 다양성의 폭발은 물리학을 넘어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물리학을 바탕으로 한다.
진화하는 생물권은 기계가 아니다.
A World beyond Physics
무질서가 만든 질서
책 제목 <무질서의 질서>는 사실 이 책 내용과 맞지 않는다. 원서대로 하면 <생명은 물리학 너머의 세계> 정도가 될 것이다. 환원주의 과학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다. 무질서의 질서는 저자 카우프만교수의 이전 책 <혼돈의 가장자리>의 개념이자 카오스, 복잡계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