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 없는 위력으로 1위를 줄달음치다 막판 대역전을 허용,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예기치않았던 실족에 이어 틀림없는 것처럼 보였던 프리미어쉽 타이틀마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넘겨준 아스날과 알센 벵거 감독은 곧바로 새로운 문제들로 인해 고뇌해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다. 물론 그 문제들의 핵심은 ‘돈’이다.
실망스러운 시즌의 마무리에 그래도 FA컵 2연패를 이루었다는 사실 한 가지는 아스날에겐 분명 커다란 위안이었다.
이 트로피마저 놓쳤다면 아스날 진영은 전반적인 심리적 공황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FA컵 결승전을 바로 앞둔 상황에서 가히 최고의 재능을 과시 중인 티에리 앙리가 자신의 전성기를 아스날에 바칠 것을 약속하며 3년 더 계약을 연장, 2007년까지 아스날에서 활약하기로 했다는 사실 또한 클럽을 크게 고무시켰다.
그러나 아스날은 여전히 ‘최대한 현명하게’ 올 여름을 보내기 위해 고심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물경 4억 파운드짜리 애쉬버튼 그로우브의 새 홈구장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초 아스날의 야심은 6만여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애쉬버튼 그로우브에서 2005-2006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그 구장의 건립이 천문학적 예산과 물류 문제 등으로 말미암아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어 원래의 바램대로 2005년까지 그 계획이 완료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거의 ‘제로’에 가까와졌다.
결국 아스날의 ‘새 집 입주’는 빨라야 2006년으로 늦춰질 전망.
재정적 암초와 지지부진한 상황에 기인, 심지어 일각에서는 애쉬버튼 그로우브에 대한 ‘중도 포기론’까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나, 아스날의 수뇌부는 클럽의 ‘백년 대계’를 위해 빼어든 큰 칼을 다시 칼집에 꽂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이야기.
아스날이 이 육중한 계획을 추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료하다.
쉽게 말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견줄 수 있는 거대한 재정 능력을 갖춘 클럽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것.
아스날은 현재 세계적인 인기와 지명도에 비해 ‘작은’ 하이버리 구장의 한계로 인해 ‘매상고’에 있어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클럽이기 때문이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는 올드 트래포드에 67,721명의 ‘유료’ 관중들을 불러들이는 반면, 아스날의 유료 관중 수는 38,127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관중 수용 능력의 격차로 말미암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스날보다 연평균 2100만 파운드가 더 많은 입장 수입을 벌어들이는 효과를 거둔다.
그리고 이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적 라이벌’임에 틀림없는 아스날이 그들의 ‘재정 규모 상의 라이벌’이 되지 못하는 이유의 ‘출발점’이다.
(물론 아스날이 재정 규모 부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따라잡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보다폰(Vodafone)과의 3000만 파운드짜리 스폰서 계약을 비롯, 1억4천6백만 파운드라는 가공할 ‘turnover’(물론 이것은 농구 용어가 아니며, ‘순이익’과는 다른 개념)를 기록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turnover’에 접근하고 있는 클럽은 지멘스(Siemens)와의 2000만 파운드짜리 스폰서 계약을 비롯, 1억2천만 파운드를 기록하는 레알 마드리드 정도.
하지만 아스날이 ‘거대한 구장’을 소유하면서 현재의 실력과 인기를 유지한다면, 언젠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길’에 접어드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애쉬버튼 그로우브 대형 구장 건립 계획은 또한 알센 벵거 감독 및 클럽의 수퍼스타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하나의 ‘동인’으로도 작용해 왔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등의 새로운 감독 후보로 끊임없이 물망에 올라왔던 벵거 감독이 아스날에 계속 머무르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바로 이 대형 구장으로 인한 ‘미래의 푸른 꿈’을 간직하고 있는 까닭이며, 선수들 역시 이 구장에 대한 솔직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아 왔다.
그것은 이 구장을 갖게 되는 날, 아스날 또한 비로소 세계 정상급의 이적료와 주급을 뿌려가며 선수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클럽이 된다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벵거 감독과 선수들은 명문 아스날의 ‘새 역사’가 열리는 순간, 자신들이 그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현장에 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바로 이러한 제반 사실들이 아스날 경영 수뇌부로 하여금 한번 빼어든 칼을 도로 집어넣을 수 없게끔 만든다.
애쉬버튼 그로우브 프로젝트의 중도 포기는 클럽의 ‘야망의 포기’를 의미하며, 이는 우선 벵거 감독부터 아스날을 등지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벵거 감독이 아스날을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그가 구축해놓은 소위 ‘프렌치 커넥션’ 선수들의 대탈출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유발할 공산이 매우 크다.
아스날의 지금의 선수단은 ‘돈’이 아닌 닥터 벵거 개인의 장악력에 의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있은 벵거 감독과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구단주의 만남에 대해 아스날 구단이 신속하게 평가절하하고 나선 것도 바로 벵거 감독 1인이 아스날에 있어 차지하는 중차대한 의미를 반증한다.
비록 앙리와의 계약 연장에 성공했다고 하나, 불과 1년의 계약만을 남겨놓은 파트릭 비에이라가 “아스날에 머무르는 것이 목표”임을 누차 반복하고 있는 자신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스날과의 새로운 계약에 서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며, 역시 1년의 잔여 계약 기간만을 남겨둬 새로운 계약이 필요한 로베르 피레스 또한 아스날의 선수 영입이 더 활발해질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 애를 먹인 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을 한데 결집시켜온 장본인인 벵거 감독에 대한 불필요한 소문들이 나도는 것은 아스날 구단으로선 결코 바라지 않는 일.
‘번뜩이는 재능’ 티에리 앙리와 더불어 특별히 ‘중원의 캡틴’ 파트릭 비에이라는 아스날로선 ‘대체불가능’한 두 선수인 것처럼 여겨지고, 그러한 비에이라가 현재 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값어치에 걸맞는 프리미어쉽 정상급 수준의 주급이다.
따라서 아스날이 올 여름 프리-시즌 동안 달성해야만 하는 목표를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하자면, 첫째는 02-03 시즌의 어처구니없는 실패를 야기했던 취약 부문들의 전력 보강을 이루는 동시에, 둘째로는 실력과 공헌도에 비해 낮은 액수에 머무르고 있는 비에이라의 주급을 3배 가량 인상시켜주는 새로운 계약을 성공리에 체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만한 돈이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
‘미래의 꿈’은 필연적으로 ‘현재의 희생’을 야기한다.
아스날은 이미 애쉬버튼 그로우브 대형 프로젝트에 5000만 파운드가 넘는 거금을 쏟아 부었고 이로 인한 은행 융자액 또한 4200만 파운드까지 늘어났다.
이러한 과중한 소비는 아스날의 선수 영입 및 기존 선수들과의 연장 계약 계획들에 치명적인 금전적 제약을 가할 수밖에 없다.
올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틀림없이 해결해야 하는 전력상의 약점들, 붙잡아야만 하는 선수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벵거 감독의 손에 새로이 쥐어질 수 있는 자금은 약소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
물론 벵거 감독 자신이 이러한 클럽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따라서 그는 최대한 경제적이면서 최대한 효율적인 마술을 부리기 위해 오늘도 고심 중이다.
일단 프리-시즌 이적 시장에서 벵거 감독은 아스날 구단으로부터 1000만 파운드 가량의 사용가능한 금액을 부여받게 될 것으로 알려지나, 이것이 벵거 감독이 구상하는 선수 보강에 충분한 액수인지 자체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근년에 이르러 프리미어쉽의 중하위권 클럽들조차 이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액수를 사용하고 있음에 비추어), 여기에 추가적으로 아스날은 비에이라, 피레스와의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결국 필요한 목표 달성을 위해 아스날이 취할 수 있는 방도에는 사실상 어느 정도 그 가닥이 잡혀있다.
돈이 새로이 솟아나올 데가 별로 없다면, 돈을 마련하는 기본적인 방안은 두 가지이기 때문.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팔아 돈을 늘리는 것, 그리고 현재 소비되고 있는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이다.
우선 클럽의 ‘노병’들에 대한 효과적 처리는 벵거 감독에게 있어 나가는 돈을 절약함으로 인해 비상금을 축적할 수 있는 일종의 돌파구다.
첫째로 벵거 감독은 고액급에 해당하는(40000 파운드 가량) 주급 수령자인 노장 골키퍼 데이빗 시먼을 더 이상 클럽의 중추적인 선수로서 보유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벵거 감독이 FA컵 준결승과 결승에서 결정적인 몫을 해내며 클럽의 컵 2연패에 공헌한 시먼에게 하이버리에 잔류할 수 있는 모든 문을 걸어잠근 것은 아니다.
다만, 시먼이 계속 아스날에 남아있기 위해서는 우선 반드시 주급의 액수를 낮추어야 하며 그러한 주급에 걸맞는 ‘넘버 2’나 ‘넘버 3’ 수문장 자리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벵거 감독이 시먼에게 원하는 것은 이제 골키핑 코치로서의 역할, 백업 요원으로서의 역할이다.
만약 시먼이 현재의 주급에 준하는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한 시즌 더 ‘넘버 1’으로서의 활약을 원한다면, 그는 아스날을 떠나 그의 가치를 여전히 인정해주는 다른 클럽으로 옮겨야만 한다.
공격의 데니스 베르캄프와 수비의 마틴 키원은 (어차피 이제 한번은 대체되어야만 하는) 골키퍼 시먼에 비해 여전히 매우 ‘긴요한’ 선수들로 간주되지만, 아스날의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이들 또한 클럽에 계속 머무르기 위해서는 주급 인하 내지 ‘플레이에 따른 성과급’ 유형의 계약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
얼마나 많은 경기에 출전하여 얼마나 꾸준하게 활약할 것인지가 불투명한 노병들에게 아스날은 무턱대고 지금까지와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베르캄프와 키원이 모두 아스날에서 계속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것은 물론, 벵거 감독 또한 이들이 팀에서 제거되기에는 곤란한 의미가 있는 노련한 기둥들임을 인정하고 있는 눈치지만, 만약 이들이 아스날이 요구하는 액수의 대우를 선선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스날은 도리없이 이들과 헤어지는 길을 택할 공산이 크다.
물론 그럴 경우, 매우 아쉽게도 베르캄프는 축구화를 벗는 것이 유력하다.
또한 노장은 아니지만 팀에서 겉돌고 있는 잉여 자원을 처분하는 것도 자금 절약, 자금 마련을 위한 긴요한 방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인물들은 과거부터 이적설이 나돌아왔던 레이 팔러, 은완코 카누, 프란시스 제퍼스, 이고르 스테파노프스 등이다.
이들은 아스날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나, ‘꽤 낮은 가격’이라면 이들을 필요로 하는 다른 클럽들이 존재하는 인물들.
아스날은 어떻게든 이러한 ‘비주전’ 쪽에 가까운 일부 선수들을 처분함으로써 소정의 이적료를 건지거나 혹은 적어도 이들에게 소모되는 급료를 절감할 필요가 있다.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최후의 선택지는 ‘비주전’ 쪽이라기 보다는 ‘주전’ 쪽에 속하는 선수들을 처분하는 것으로서, 특히 이 선택지에 있어서는 벵거 감독의 지능적인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될 것이 요구된다.
이것은 전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큰 돈이 필요한 경우, 혹은 소위 ‘비싸게 팔고 그 대신 더 좋은 대안을 싸게 데려올 수 있거나 유망주를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 있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전략.
만약 아스날이 이러한 경우들에 해당되는 상황에 직면할 때, 우선적으로 처분가능한 것으로 간주될만한 인물들은 특히 잉글랜드 밖 클럽들의 관심을 끌어온 실뱅 윌토르 혹은 프레드릭 륭베리일 공산이 크다.
이들의 처분은 비주전급 선수들의 방출과는 달리 소소한 수준을 넘어서는 금액을 벵거 감독의 손에 안겨주는 효과가 생기는 까닭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돈을 비에이라나 피레스와 같은 선수들에게 (주급의 형태로) 몰아줄 것인지, 어떠어떠한 새로운 우수 선수들을 보강하는데 사용할 것인지 등의 ‘용처의 현명한 결정’이 바로 벵거 감독에게 부과되는 숙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보다 미묘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인물이 어쩌면 로베르 피레스일런지도 모르겠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묘책을 짜내야 하는 아스날의 올 여름 비즈니스에 있어, 피레스는 윌토르에 비해서는 대체불가능하지만 앙리나 비에이라에 비해서는 어쩌면 대체가능한 대상자일 수 있다는 일부의 관측이 존재하기 때문.
실력에 비해 현재로선 적은 주급을 받고 있는 두 선수, 비에이라와 피레스가 동시에 재계약 협상을 끝없이 끌어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스날과 벵거 감독은 피레스 쪽을 포기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이야기다.
비에이라든 피레스든 두 선수 공히 표방하는 기본적인 목표는 각자가 원하는 주급을 받으면서 아스날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지만, 현재로선 38,127명에 불과한 유료 관중을 받는 클럽 아스날의 입장에선 두 선수 모두의 구미를 완벽하게 맞춰 주기가 다소 껄끄러울 수 있으며, 둘 중 한명의 선수에게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만약 다른 한명이 클럽의 제안을 끝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그는 불가피하게 방출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스토리.
아스날과 벵거 감독은 과거에도 절대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선수들을 방출, ‘절묘한 장사’를 했던 경력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의 공짜로 데려왔던 니콜라스 아넬카(현 맨체스터 시티)를 레알 마드리드에 넘길 당시 아스날은 원가의 25배 이상을 거둬들였으며, 마르크 오베르마스(현 바르셀로나)-에마뉴엘 프티(현 첼시) ‘패키지’의 바르셀로나 이적 당시에는 두 선수에 투입했던 원가의 3배를 거둬들였다.
물론 피레스의 연령, 그리고 ‘기준시가’ 자체가 크게 하락해 있는 현재의 이적 시장에서 액면 그대로 예전과 같은 장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새로운 선수들을 사오는 가격 또한 마찬가지로 내려가 있음을 감안한다면 피레스를 통한 또 한번의 ‘깜짝 비즈니스’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론 적어도 현재의 아스날의 기본 목표는 선수 당사자들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비에이라와 피레스 ‘모두’를 잔류시키려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오히려 현재로선 (40000파운드 선에서 타결이 가능해 보이는) 피레스가 재계약에 좀 더 가까와져 있는 상태다.
클럽의 염원인 애쉬버튼 그로우브 대형 구장을 성공리에 보유하게 된다면 아스날은 지금과 같은 ‘돈 문제’로 인한 걱정에서 벗어나는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날에 한 발짝 더 다가서기 위해 지금의 아스날에게 요구되는 것은 구단 측과 벵거 감독 모두의 ‘신기묘산’이다.
첫댓글 돈 없으면 한국애들이나 대려오지.
아스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잘 되기를...
아스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