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박유성 교수팀 "의학 발달에 가속도 기대수명 훨씬 늘어"
보건복지부 이상영(57) 연금정책국장은 물 맑고 볕 좋은 전남 순천에서 자라 27년간 복지부에 근무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별로 아파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혈압 정상(110/90)에 간(肝)도 좋고 당뇨도 없다. 직원들은 "국장님은 감기도 잘 안 걸리는 건강체질"이라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09년 생명표'에 따르면, 이 국장이 태어난 1954년생 남성의 기대여명(餘命)은 25.1년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평균 25.1년을 더 살고 80.1세에 숨을 거둔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평균보다 오래 사는 사람도, 일찍 가는 사람도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은 83~84세쯤 살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 국장의 예상을 앞질러 갈 가능성이 크다. 의학 발달에 가속도가 붙어 한국인의 수명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큼성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통계 전문가인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팀이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통계청의 출생자·사망자·사망원인 통계(1997년 1월~2007년 12월)를 토대로, 의학발달을 감안한 새로운 기대수명을 계산해보았다. 그 결과 한국인의 수명이 통계청 예측보다 훨씬 빨리, 더 길게 연장돼 보통 사람도 상당한 확률로 100세에 근접하는 '100세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으로 나타났다.
1954년생 이 국장의 경우, 통계청은 80.1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으나 박 교수팀은 39.6%의 확률로 98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했다.
즉 박 교수팀의 새 기대수명 예측에 따르면, 현재 살아있는 1954년생 남성의 79%(1000명 중 792명)가 20년 뒤인 2030년까지 무사히 살아남고, 이들 79% 중 절반은 그때부터 다시 22.6년 더 살게 된다. 요컨대 현재 살아있는 10명 중 4명(39.6%)이 98세 생일상을 받게 되는 셈이다. 동갑내기 여성은 더 높은 비율(46.2%)로 98세까지 살게 된다.
이 같은 차이는 박 교수팀 예측이 '예상보다 빠른 의학 발달'이라는 변수를 추가해 기대수명을 계산한 데서 비롯된다. 통계청은 출생신고·사망신고 등을 바탕으로 '현재 시점'에서 기대수명을 예측하지만, 박 교수팀은 의학 발달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사망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미래 시점'에서 기대수명이 어떻게 될지 동태적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통계청 예측을 뛰어넘어 장수하는 경향이 모든 세대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올해 만 40세가 된 1971년생 남성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 절반(47.3%)이 94세 생일상을 받고, 같은 해 태어난 여성은 더 높은 비율(48.9%)로 96세 생일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만 30세가 된 1981년생은 현재 살아있는 남성 절반(48.6%)과 여성 절반(49.3%)이 각각 92세, 95세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윗세대는 어떨까? 해방둥이 1945년생은 현재 살아있는 남성 5명 중 1명(23.4%)과 여성 3명 중 1명(32.3%)이 101세 생일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살아있는 50대 이하 한국인은 세대를 막론하고 절반 가까이가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까지 생존하고, 그보다 윗세대 역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비율로 100세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동안에도 기대수명은 통계청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장돼왔다.
지난 2000년 통계청은 "기대수명이 '2010년 78.8세→2020년 80.7세→2030년 81.5세'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5년 뒤인 2005년엔 '2010년 79.6세→2020년 81.5세→2030년 83.1세'로 수정했다. 2020년에야 돌파한다던 '80세의 벽'을 이미 2008년에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시스템과 국민 인식은 여전히 '80세 시대'에 머물러 있다. 연금·복지·보건·국가재정은 물론, 교육·취업·정년제도, 개인의 재테크와 인생플랜이 모두 '60세에 은퇴해서 80세까지 사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 즉 '20대까지 배운 지식으로 50대까지 일하고 60대 이후엔 할 일이 막막해지는' 체제다.
이것을 '평생 동안 끊임없이 배우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하는' 체제로 바꿔야 행복한 100세 시대를 맞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100세 쇼크'는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100세쇼크 [기대수명 계산하기] 인포그래픽스 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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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쇼크' 어떻게 조사했나
통계청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기대수명을 예측한다.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와 김성용 통계연구소 연구원은 2030년이라는 미래 시점을 기준으로 신(新)기대수명을 예측했다.
박 교수팀은 통계청이 작성한 월별 출생자·사망자·사망원인 집계(1997년 1월~2007년 12월)를 기초 자료로 활용해, 이 기간 동안 나이와 성별에 따라 사망원인과 사망시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변화의 패턴을 파악했다.
이 같은 변화가 20년간 누적될 경우, 2030년에는 기대수명이 어떻게 될지 따져 동태적인 변화상이 반영되는 새 기대수명을 계산해냈다. 첨단 통계 기법인 베이시안(Bayesian) 기법과 시계열 기법을 활용해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다.
’은퇴 남편 유쾌하게 길들이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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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남편과 사는 오가와 유리씨. 몸이 좋지 않아 대학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더니 의사는 2주 정도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통의 주부라면 몸이 아픈 것은 둘째 치고 남편 걱정부터 앞설 대목이다. ’남편 밥은 누가 차려주지? 빨래는 또 어쩌고? 집안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는?’
그러나 오가와 씨는 이런 걱정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이때를 대비해 남편을 잘 ’키워’ 왔기 때문이다.
’은퇴 남편 유쾌하기 길들이기’(나무생각 펴냄)는 은퇴한 남편을 자립적으로 키운 저자의 경험을 소개하는 책이다.
첫 시도는 점심상이었다. 점심을 먹는 남편에게 저자는 망설이다 단호히 말을 꺼냈다.
“내일부터 점심은 직접 차려 먹고 설거지도 하세요.”
남편은 순간 당황하더니 이내 점심상이 수고롭다면 김치와 밥만 있어도 괜찮다며 하소연했지만, 저자는 요지부동이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가르쳐줄게요. 평소 먹는 음식은 마음만 먹으면 금방 배울 수 있어요.”
그로부터 6년이 지나고 나서도 남편은 여전히 인스턴트 라면과 같은 간단한 음식 네 가지밖에 할 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점심은 직접’이라는 규칙이 정착했을 뿐더러, 그전에는 인스턴트 커피도 탈 줄 몰랐던 남편이 이 정도라도 해내는 것은 대단하다고 칭찬한다.
어쨌든 그때 이후로 저자는 단 한 번도 점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남편과 다툰 적이 없다고 한다.
이어 설거지와 욕실 청소 같은 일을 남편 몫으로 돌렸다. 또, 매주 달라지는 ’이 주의 목표’도 남편이 해야 하는 일이다. 세차하기, 욕실 천장 닦기, 정원의 잡초 뽑기…. 임무를 완수한 남편에게는 맛있는 간식이나 점심상을 상으로 준다.
저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남편은 전혀 어려움 없이 집안일을 잘해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빨래하고 이불을 말리고 청소기를 돌렸어. 아침에는 빵과 우유에다 채 썬 양배추와 토마토를 먹었어. 쓰레기는 분리해서 내놨고.”
저자는 남편을 자립적으로 키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이혼할 마음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남편은 빈둥빈둥 놀고, 자신은 수발을 드는 결혼생활을 지속한다면 오순도순 살기는 글렀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편과 집안일을 분담하는 지금은 부부관계도 더 좋아졌다. 은퇴 직후가 10점 만점에 5점 정도로, 같이 있어도 의식하지 못하는 ’공기’ 같은 사이였다면 지금은 8점 정도는 된다. 집안일을 분담하니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없고, 함께 여가를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소운 옮김. 270쪽. 1만1천원.
[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 [1] 2071년 100세 되는 장대석씨, 두 가지 시나리오…'행복일 경우'
국민연금·개인연금 수입에 주2일씩 일해 '3층 소득구조'… 행복도, 40세에 바닥 찍고 상승
기분 좋은 바닷바람에 장씨는 눈을 떴다. 발밑에서 인도양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그는 성탄절에 크루즈 선박을 타고 부산을 출발해, 결혼 73주년을 맞는 부인과 함께 따뜻한 바다에서 새해 일출을 봤다.
배를 타고 관광하면서 건강검진도 받고 요가 수업도 받는 ‘실버 크루즈’는 그 또래 노인들에게 대인기였다. 크루즈 여행뿐 아니라 다양한 여행상품이 쏟아져나와 100세인들을 유혹했다. 정부가 일찍부터 ‘건강한 고령화’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노인들 건강을 챙긴 덕분에, 요즘 100세 노인은 해외 여행도 거뜬히 해낼 만큼 팔팔했다. 이들을 가리켜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는 시사 용어도 나왔다. (산케이신문 ‘100세 시대’ 특별취재팀)
장씨는 인터넷에 접속해 조선일보 신년호를 읽었다. 국내외 석학들에게 최근 200년간 인류가 골몰한 ‘가장 바보 같은 고민’을 물은 기사가 흥미로웠다. “1위, 기차가 처음 나왔을 때 ‘인간은 시속 40㎞ 이상의 탈것을 탈 수 있도록 창조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19세기 영국 과학자들. 2위, ‘100세 쇼크가 현실이 되면 재정파탄·노인빈곤·건강격차 등이 큰 사회문제가 된다’고 경고한 2011년 조선일보 특별취재팀.”
장씨는 60대 이후 두 번 폐암·위암 진단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거뜬히 일어났다. 정부가 ‘건강한 고령화’를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은 덕분에 국민 대다수가 맞춤형 건강검진으로 각종 질병을 저렴한 비용으로 조기에 뿌리 뽑을 수 있었다.
장씨가 젊었을 때는 “미래에는 고학력·고소득·건강을 갖춘 상류 계층과 저학력·저소득·질병에 시달리는 하류 계층으로 인류가 양분된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교육’과 ‘일자리’였다. 20대에 배운 지식으로 50대까지 먹고 살다 60대 이후 은퇴하는 시스템을 깨고, 평생동안 수시로 일과 공부를 오가며 정년 없이 여러 직업을 차례로 갖는 사회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다. (스튜어트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
장씨는 100세가 된 지금도 매주 이틀 홍보회사에 나가 자문을 해주고, 나머지 시간은 역사소설을 쓰며 현역으로 살고 있다. 그는 50대부터 소설과 경영서적을 총 7권 썼는데 그중 2권이 매년 1만권쯤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인세수입·홍보회사 자문료·국민연금·개인연금을 합쳐 월 400만원씩 안정적으로 수입이 생겼다. 전문가 충고에 따라 일찍부터 노후 준비에 신경 쓴 보람이 있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틈나는 대로 자기 노하우를 전수했다.
- ▲ 새해 만 40세가 되는 장대석씨가 경기도 성남 아파트를 나와 서울 논현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동갑내기 부인과 남매를 키우는 장씨는“열심히 준비해 장수가 축복이 되는 노후를 맞고 싶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자녀 교육에 지나치게 돈을 쏟아붓지 마라. 최고의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으로 살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일해서 버는 돈에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 ‘3층 소득구조를 만들어라. 이것으로 장수리스크와 자녀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금융 퇴직연금연구소장)
장씨처럼 미리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양보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소모적인 논쟁 없이 국민연금 개혁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더 내고 덜 받는’ 대신 사각지대를 크게 줄이는 방향이었다. (국민연금운영개선위 ‘국민연금 운영개선방향’ 보고서·2008년)
장씨 부부는 크루즈 선박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뒤 갑판 벤치에 앉아 자녀들과 인터넷 입체 화상 전화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다. 참새 같은 증손주 10명의 재롱도 마음껏 즐겼다. 보육 시스템 개선으로 저출산이 해소된 덕분에, 자녀들이 아이들을 여러 명 낳고도 직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70대에 접어든 아들은 자동차 회사 사장 시절 노인 운전자들을 겨냥한 신차를 개발해 대히트를 쳤다. 운전자의 혈압·심박수·안구(眼球) 움직임을 체크해서 피로나 질병의 징후가 감지되면 곧바로 ‘자동운전’ 모드에 들어가는 차였다. (매사추세츠공대 노화연구소)
의사가 된 딸은 세계적인 노인병원을 차려 해외 환자들을 한국에 끌어들였다. 전 세계 의료기술 산업은 해마다 급팽창했고(2008년 3조2000억달러->2015년 5조2000억달러) 그중 상당 부분은 ‘의료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몫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유상·김동원 수석연구원)
장씨 부부는 신혼 같은 기분으로 바닷바람을 쐤다. 승객 중에는 장씨 부부처럼 오랫동안 해로한 부부도 있지만, ‘황혼 재혼’한 커플도 많았다. 노인들 건강이 향상된데다, 비아그라 패치가 개발돼 달콤한 연애를 즐기는 노인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장씨는 문득 젊은 시절 이코노미스트지(誌)에서 ‘행복은 U 커브를 그린다’는 기사를 읽고 반신반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미국·영국 연구팀이 전 세계 72개국 50만명에게 주관적인 행복도를 물어본 결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20대 이후 행복도가 계속 떨어지다가 40대에 바닥을 치고, 이후 나이를 먹을수록 행복도가 계속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이코노미스트 2010년 12월 18일자, 미국 다트머스대·영국 워윅대 공동연구팀)
장씨가 요가수업을 받기 위해 일어서며 부인에게 말했다.
“젊었을 땐 그때가 제일 좋은 때인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노년이 참 행복하네. 100세 쇼크는 축복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