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훌륭한 검객은 검의 눈에 잡히지 않는다.(2)
상황을 보다 못한 원정선사가 장염과 영천상인을 향해 다가왔다.
'아미타불, 아무래도 서로 불필요한 싸움을 벌이는 것 같소. 상인의 말씀
처럼 먼저 시주의 사문(師門)을 밝히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원정선사의 입장에서는 한참을 양보한 것이었다. 감히 팔대문파의 장문인
들 앞에서 드잡이질을 벌인 젊은 사내가 이처럼 정중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던가. 원정선사가 이처럼 많은 양보를 하게 된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
었다.처음부터 사내의 기도에서 사마외도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까
그가 뽑아든 검을 본 후로 그 느낌은 확신이 되었다.
'저 사내의 등에 걸린 보검은 분명 공동파의 청명검이다. 공동파의 보물
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자가 명문정파의 후예라는 것은
분명하다.'
사내가 명문 정파의 후예라면 그의 사부와 사문을 생각할 때 조금 더 신
중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염은 춘양진인을 힐끔 바라보았을 뿐 끝내 사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장염으로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무당파 진원청의 제자라고 하기
도 어려웠거니와, 무당파가 그간 자신을 외인 취급했기에 굳이 무당파를 사
문으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영화 소저가 무당파에서 축출 되었다는 이
야기를 들은 뒤부터는 더욱 그랬다.
'...'
원정선사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현재 무림맹은 신흥사대문파가 주
도적으로 일을 벌이고 있었다. 이 사대문파의 눈에 벗어 나서는 무림에서
정파로 제대로 행세하기도 어려웠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무당파의 위세가
땅에 떨어진 것을 들수 있었다. 비록 사내의 무공이 뛰어날지라도 한 손으
로 무림 팔대문파를 당해낼 수 없다. 그러므로 이쯤에서 적당히 타협 할 줄
도 알아야 하건만, 사내는 의기(義氣) 하나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에 대
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고집스럽게 닫혀있는 장염의 입을 바라보던 원정선사가 마침내 침중한 음
성으로 말했다.
'아미타불, 끝내 그러시겠다면 본승도 더 이상 시주의 일을 도와 드릴수
가 없소.'
원정선사가 말을 마치고 굳은 얼굴로 장염을 마주 보았다. 더 이상 도울
수 없다는 말은 이제부터 무림맹의 일원으로 장염을 치리(治理)하겠다는 것
이었다.
'선사께서 아무리 좋게 말씀을 하셔도 이미 저 젊은이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소. 그의 무공이 하늘에 닿았으니 어찌 일개 장문인들의 말을 따
르겠소?'
조롱이 가득 담긴 영천상인의 말이 끝나자 운기(運氣)를 마친 삼대 문파
의 장문인들이 다시 거리를 좁혀 왔다. 장내에는 다시금 살갗이 따가울 정
도의 긴장으로 가득찼다.
그들을 바라보는 장염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
일까? 자신은 단지 영화소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이곳에서 벗어나려 했지
만, 상황이 자꾸만 원치 않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어
긋 난 것은 과연 나의 고집 때문일까? 절정의 무공을 얻음으로 자신도 모르
게 독선적으로 변해 버린 것은 아닐까? 장염이 생각해 보니 무공이 없었다
면 이렇게 까지 되지도 않았겠지만, 그대신 온통 가슴 미어지는 고통속에
지내야 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아, 무공이란 있어도 괴롭고 없어도 괴로운 것이로구나...'
장염은 상념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적의로 가득찬 원로
고수들이 보였다. 이 모든 일이 꿈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바람이었다. 전신으로 쏟아지는 살기(殺
氣)는 행복한 상상마저 오래 허락 하지 않았다. 지금이 무공을 앞세워야 되
는 상황이라면 어쩔수 없다. 무림인들과 어울려 드잡이 질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휴우! 말이란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므로 마음은 바로 말의 원천이라 할수
있소. 그대들의 마음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어 나와 영화소저를 엉뚱한 곳으
로 몰아가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무림의 공의(公義)란 말이오?'
장염이 영화의 손을 살짝 놓고 몇 걸음 앞으로 나섰다. 생각할수록 한숨
이 흘러 나왔다. 그렇지만 걸핏하면 팔대문파를 조롱한다는 말로 진실을 왜
곡(歪曲)하려 드니 화가 나기도 했다.
그 순간 신룡진인이 태을검(太乙劍)을 뽑아들고 외쳤다.
'이미 저 자는 무림맹이 금역으로 선포한 영빈관에 침범하여 천마후를 무
단으로 데리고 나왔고, 또다시 팔대문파를 대상으로 검을 뽑아 들었소. 이
미 그 죄 만으로도 무림의 공적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오늘 여기서 저
악적을 처단하지 않으면 무림에 혼란이 가중 될 것이오!'
신룡진인은 은연중에 장염을 무림의 공적으로 몰아갔다. 신룡진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천상인과 현천검객 그리고 파운신권이 '옳소이다!'라고
받으며 장염을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사대문파가 정식으로 장염을 공적(公敵)으로 선언하고 합공(合攻)할 태세
로 돌입하자 원정선사는 당황했다. 무림맹의 수뇌로써 질서를 따르지 않는
사내가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림공적으로까지 만들 생각은 없
었다. 젊은 나이에 저만한 공력이라면 뼈를 깍는 고통이 수반되었을 것인
데, 무림의 공적으로 낙인이 찍히고 나면 더 이상 무인으로서 희망이 없게
된다. 더구나 아직 그 스승이 누군지 알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사내를 공적으로 규정한 사대문파의 뜻을 거스르기도 어려웠다.
사대문파와 장염의 시비(是非) 사이에서 원정선사가 머뭇 거릴 때였다.
'아하하핫! 언제부터 무림의 사대문파가 제멋대로 공적(公敵)을 만들었다
는 말인가!'
비웃음 속에는 무시못할 공력이 담겨 있어서 원정 선사는 물론 사대문파
의 장문인들도 움찔하고 놀랄 지경이었다. 장내의 사람들이 소리가 터져나
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영빈관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 공동파의 현무검이다!'
일찌감치 굉료를 알아본 몇몇 무림인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무리들 중 제
일 앞에서 걸어 오고 있는 사람은 공동파의 굉료였다.
원정선사는 일찍이 고인(故人)이 된 태허자에 의해 차기 장문인으로 내정
되었다는 굉료를 바라보았다. 이제와서 멸문했다는 공동파의 제자들이 나타
나 무얼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인지. 그렇지만 얼마전까지 함께 무림의 대
소사(大小事)를 의논했던 처지라 제지 할 수도 없었다.
'쯧쯧, 그저 자신들의 처지를 알고 조용히 지낸다면 동정이라도 받으련
만...'
원정선사가 내심 혀로 끌탕질을 치며 등장 한 인물 하나 하나를 살펴 보
았다. 아무리 보아도 저들의 미약한 힘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방도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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