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의 잠언록
내 마음 속에는 쇠말뚝이 하나 있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영원한 진리를 위해 일체를 희생한다.’
나는 진리를 위해 불교를 선택한 것이지, 불교를 위해 진리를 택한 것은 아닙니다. 참으로 진리에 살려면 세속적인 일체 명예와 이익은 다 버려야합니다.
사람이란 물질에 탐닉하면 양심이 흐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종교든지, 물질보다 정신을 높이 여깁니다. 부처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호사스런 왕궁을 버리고 다해진 옷에 맨발로 바리때 하나 들고 여기저기 빌어먹으면서 수도하고 교화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교화의 길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의 삶에서 때묻지 않은 정신이 살아난 것입니다.
사람들이 한 말씀이라도 해 달라고 산에까지 저를 찾아옵니다.
“그럼 내 말 잘 들어, 중한테 속지 말어. 나는 승려인데 스님한테 속지 말란 말이야.”
이 한마디 말밖에 나는 할 말이 없습니다.
나는 본시 산중에 사는 사람이라 늘 대하는 것은 푸른 산, 흰구름입니다. 푸른 산이 영원토록 변하지 않고 흰 구름이 자유로이 오고 가는 것을 보며 사는데, 거기에서 모든 것의 실체를 볼 수 있고 무궁무진한 변화도 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모든 것을 쉬어버렸습니다. 이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뭐든 구하는 생각, 이것이 마음속에 들어있으면 아무리 섭생을 잘 해도 소용이 없겠지요. 그런 구하는 생각을 어느 정도 떨쳐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쉬고 사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깁니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죽음으로 저것이 죽습니다.’
이는 두 막대기가 서로 버티고 섰다가 이쪽이 넘어지면 저쪽이 넘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일체 만물은 서로 의지하여 살고 있어서, 하나도 서로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이 깊은 진리는 부처님께서 크게 외치는 연기의 법칙이니 만물은 원래부터 한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시려고 오신 것입니다. 자신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한 자신 안에 모든 진리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참 나는 영원하므로 종말이 없는데, 참 나를 발견 못한 사람은 세상의 종말을 두려워하며 헤매고 있습니다. 욕심이 자취를 감추면 마음의 눈이 열려서 순금인 자신을 재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출처 ; 김세중 / 무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