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네티즌 사이에서 박찬호와 관련된 큰 쟁점은 두 가지였다.하나는 직구구속 저하에 대한 염려였고,또 하나는 언론들이 보도하는 것처럼 과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서 연봉 20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느냐였다.
박찬호와 관련해 이런 사안이 쟁점이 됐다는 것은 그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크고,이에 미치지 못했을 때의 허탈감에 대한 염려라고 풀이할 수 있다.박찬호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투수이고,그의 승리에 수많은 팬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그러다 보니 마운드에섰을 때 평범한 다른 투수들보다 정신적인 부담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박찬호는 풀타임 메이저리그 6년을 뛰면서 아직 꿈의 승수인 20승을 달성하지 못했다.지난해 거둔 18승이 최다다.올해는 20승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15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LA 다저스 짐 트레이시 감독은 올해 승패 없이 물러난 10경기를 고려해 “박찬호는 확실히 20승을 거둘 수 있는 투수”라고 강조했다.그러나 냉정하게분석했을 때 현재의 경기 방식으로는 20승 달성이 여의치 않다.
시즌 도중 한국야구위원회 선동열 홍보위원과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김기범전 LG투수는 박찬호의 경기를 관전한 뒤 한결같이 “바깥쪽 직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하면 20승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직구의 중요성과 의도대로 꽂을 수 있는 제구력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박찬호의 변화구는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으로 꼽히는 무기”라고 평가했다.메이저리그에서 해마다 15승을 거둘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틀림없지만 슈퍼스타로 도약하기에는부족한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로서는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상 애리조나),그레그 매덕스(애틀랜타) 등과 견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심지어 다저스의 에이스인 케빈 브라운과 비교해도 다소 기량이 처진다.
그러나 박찬호가 20승을 거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아직은 박찬호의 눈높이를 정상급보다 한 단계낮은 쪽에 맞춰야 하는 게 그래서다.
20승은 기량을 갖춰야 함은 물론 운도 따라줘야 한다.해마다 20승 달성 가능성을 거론할 수 있는 투수라면 정상급 투수로 평가할 수 있다.위에 열거한투수들이 바로 이런 예에 속한다.이미 20승을 한 차례 이상씩 달성했고,클레멘스는 40세를 눈앞에 두고도 20승을 거뜬히 달성하고 있다.이들은 진정한메이저리그 정상급투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정상급,즉 20승을 달성하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선동열 홍보위원과 김기범이 말했듯이 기술적으로는 바깥쪽 직구와 제구력을반드시 보완해야 한다.두번째는 완투능력을 키워야 한다.완투능력이 없으면20승은 어렵다.점수 차가 근소하거나 동점일 때 아메리칸리그라면 몰라도내셔널리그 감독은 선발투수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이렇게 놓치는 승리도 무시 못한다.
박찬호가 올해 26차례씩이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작성하고도빛이 바랜 이유는 완투력 부족이 결정적이다.완투경기는 두 번뿐이었다.올해완투게임을 번번이 놓친 데 대해 짐 콜번 투수코치는 기량보다는 심리적인면을 지적했다.박찬호 정도의 선발투수라면 “오늘 이 게임은 무조건 내가완투한다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