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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대한문 앞을 지나면서, 그곳에서 봉헌되는 미사를 봤어요. 그곳에 모인 이들은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간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사실 저는 그곳에 어떻게 동참해야 할 지 몰랐을 뿐,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어요.” “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어요. 기숙사에는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한 분 계신데, 학생들이 화장실이나 숙소를 너무 지저분하게 쓰는 모습을 보거나, 아주머니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볼 때, 화가 많이 나요. 아주머니와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무척 반가워하시는데, 다른 학생들 틈에서는 마치 이방인이 된 것 같아요.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누군가를 ‘유령’으로 만든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11월 25일 오후 2시 양주 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관구장 고준경 수녀)에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정의평화창조질서보존모임에 참가하는 이들이다. 나이, 성별, 신분, 오게 된 이유, 이끌려오게 된 방법도 다 달랐지만, 진중하게 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같았다.
이날 모임은 성가소비녀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존모임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는 강신숙 디모테오 수녀의 강의로 시작됐다. 하느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라는 질문 “예수가 누구인가? 라는 근원적 질문으로부터 우리의 삶이 나와야 합니다. 우리는 성서 말씀을 많이 듣고 있지만 정작 그 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예수의 이야기를 더 깊이 경청하고 그분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그분을 마음 깊숙한 곳으로 초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강신숙 수녀는 “우리는 늘 성당에 앉아 예수님에게 일방적인 독백을 한다. 믿고 싶은 하느님, 보고 싶은 하느님만 찾으면서 그분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예수님의 꿈, 비전, 고민, 삶에 대해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 믿고 사랑하고 따르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강 수녀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과 같이 우리가 만나는 모든 시간과 사건에 대해 관계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만나는 사물과 사건을 깊이 관찰하고 그 안에서 의식을 열어가는 것이 바로 시간을 맞대면하고 붙잡는 길이며, 우리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간 광우병 사태, 탈핵, 강정 등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은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사태, 사건으로 바라봤을 뿐, 깊이 관여하지 않고 사건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강신숙 수녀는 “하느님은 우리와 이미 깊이 관계하고 계신다. 그 관계를 깊이 경청하는 가운데 바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정의평화창조보전’의 실천이 비롯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모임 안에서 이뤄지는 나눔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모든 시간에 깊이 관여하자. 그것은 우리 각 자의 우주 속에 들어가는 신비이며, 우리가 서로 ‘ 나 자신’임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의 후에는 ‘한 사람의 힘’이라는 영상을 함께 보고, 지난 한 달의 삶과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모임에서 주어진 과제는 ‘대한문 미사 참여’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이야기 <의자놀이> 읽기였다. 참가자들은 “다소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자신의 체험을 충실히 나눴다. 한 참가자는 “그동안 내가 속하지 않은 세상 일부분에 대해 영화를 보듯 대해왔다”고 털어놓으면서 “바라보기만 했던 태도를 돌려, 다른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거리에서 봉헌하는 미사에 참여한 소감을 전하면서, “본당 신부님이 ‘왜 미사를 밖에서 하는가’라며 질책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미사는 무섭고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두려움을 갖고 한번 다녀왔을 뿐이지만, 미사에서 피정지도 수녀님도 만났고 보편적인 진리를 통해 나의 의지로 세상을 판단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낮은 목소리에 대한 울림, 타인을 위해 울어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졌다. 지난 한달 간의 작은 변화가 기분 좋다”고 고백했다.
나의 신앙은 어떻게 삶이 되고 있을까? 매 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2시는 예수를 믿고 따른다는 우리의 신앙이 각자 삶의 자리에서 어떤 실천으로 이뤄지는지 듣고, 나누고, 식별하는 시간이다. 현재 이 모임은 3부로 나뉘어 주제 강연과 묵상, 영상을 통한 묵상과 기도 그리고 생활 나눔으로 진행된다. 11월 모임에는 강신숙 수녀의 주제강연을 듣고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한 영상을 함께 보며 지난 한 달간의 생활과 체험을 나눴다. 모임의 실무를 맡고 있는 조진선 수녀는 “이 모임은 내용뿐만 아니라 진행 방법도 모두가 주체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지향한다”면서, “이 모임에 동반하는 모든 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고 성장과 더불어 모임의 내용이나 형식도 점점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JPIC는 오는 12월 30일 오후 2시, 송년파티를 겸해 진행된다. 내년 3, 4월경에는 피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참여의 기회는 삶과 신앙을 고민하는 청년 모두에게 열려 있다. (문의: 성가소비녀회 의정부 관구 031)850-8800. 담당 조진선 수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