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으로 만든 달콤한 브라우니와 따뜻한 코코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감사해야 할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나마에 있는 미국 스미소니언열대연구센터(STRI) 연구진은 카카오나무 묘목을 건강한 카카오나무에서 가져온 미생물에 노출한 결과 카카오나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역병(Phytopthora palmivora)에 감염될 확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국제학술지 ‘로열소사이어티B’ 7월 5일 자에 소개했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바깥으로 나오면서 엄마의 산도를 지난다. 이 과정에서 엄마가 가진 세균과 곰팡이 등 각종 미생물을 몸에 지니고 태어나게 된다. 이들 미생물은 아기의 면역시스템을 강화시키고 몸을 더 튼튼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한 나탈리 크리스천 미국 인디애나대연구원은 “식물에서도 유사한 과정이 일어난다”며 “어른 카카오나무 역시 보호자 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어린 카카오나무로 전달한다”고 말했다.
STRI 연구진은 20년 넘게 나무와 미생물들의 상호작용을 연구해왔다. 이들은 열대 숲에서 사는 카카오나무의 모든 나뭇잎이 수백 가지 종류의 곰팡이와 세균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숲에서 카카오나무를 위협하는 각종 병원균을 막아낼 만한 미생물을 카카오 나뭇잎에 직접 넣어보고 관찰했다. 그 결과 ‘콜레토트리쿰 트로피칼레’라는 독특한 세균이 카카오나무를 여러 병원균과 나뭇잎을 갉아먹는 해충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치 사람처럼 미생물이 나무의 방어기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식물 내부에 기생하는 미생물이 숙주의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알아냈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월 3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스콧 맨간 STRI 박사후연구원이 쓴 논문 한 편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12개국 연구자 50명이 참여한 논문이 발표됐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가까이 붙어 있는 친척 나무들은 서로 나쁜 이웃을 형성하고 특히 열대 숲에서는 친척 나무끼리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열대 숲의 생물다양성이 높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가까이 있는 친척 나무끼리는 서로 잘 대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종의 나무들이 자리를 채울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앨런 히어 STRI 연구원은 “어떤 종이 번성한 곳에서는 그 천적이 함께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며 “엄마 나무는 자식 나무에 병균을 감염시킬 수 있고 결국 가까이 있는 그들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연구는 오히려 그 반대로 부모 나무가 자식 나무에 좋은 미생물을 공급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