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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 인물, 단체, 사건 등은 실제와 전혀 무관한 허구입니다
울랄라남양 님 인물표 제공♡
쁘띠망크림 님 캘리그라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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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검은 절벽
Writer . 쁜틳♡
Start . 12. 01. 10
불펌. 도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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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절벽 >04
한 떼의 조폭 무리가 야심한 밤을 틈타 서인석의 선거캠프사무실을 습격했다. 시설들이 처참하게 부서졌고 서류들이 대부분 섞이거나 상하거나 도둑맞았으며 사무실에서 밤을 새가며 일하던 사람 둘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날 사라진 이들은 선거 결과에 쐐기를 박을 결정적인 전략을 연구하고 있었다고 했다. 당연히 그들이 사라진 것과 동시에 그 전략들도 깨끗하게 모습을 감춰버렸다. 엉망이 된 사무실을 마주한 서인석 측은 이 일이 외부에 새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한편 배후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예민한 시기에 이런 위험천만한 계획을 실행할 배후라고 해봐야 한창 하향곡선을 달리고 있는 보수당 후보 측 뿐이었겠지만, 그쪽도 애가 닳아 추잡한 짓거리에 매달릴 정도로 절박했겠거니 하는 생각에 결국 일을 덮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소문이 퍼지면 서인석의 평판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사무실 정리가 대충 끝나갈 무렵엔가 바닥에 떨어진 낯선 USB가 발견되고 나서부터 일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USB에는 다름 아닌 서인석을 비롯한 창조당 의원들의 비리들을 모두 모아놓은 문서가 들어있었다.
ㅡ 우리 쪽 피해는 고사하고 보수당이 그런 엄청난 일을 계획하고 있던 겁니다. 어젯밤 일은 이거에 비하면 애들 장난도 아니었어요. 서둘러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빨리 와주세요.
영운은 옷 안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없었다. 알코올에 찌들어 쪼개질 것 같던 머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기억은 놀랍게도 생생했다. 바로 어제 일이다. 시위가 잠잠해진 틈을 타 영운과 지호경은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와 병원에 들렀다가, 경위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다음에 술을 마시러 갔었다. 지호경은 상처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덧나게 된다고 그를 말렸지만 그는 갈 거면 너나 가라면서 그녀를 뿌리쳤다. 무슨 사단을 내서라도 기어코 끌고 갈 줄로만 알았는데 무슨 속셈인지 그녀는 더 이상 말리는 걸 포기하고 그의 맞은편에 앉아버렸다. 서로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다가 라이브로 재즈 음악이 나오자 저도 모르게 음악에 취했고, 또 술을 마시다가 분위기에 취해 지호경이 혀 꼬부라진 음성으로 몇 마디를 흘렸다. 어차피 별 시답잖은 주정이었다. 그때 그는 단 한 톨도 취하지 않았고 정신도 물에 씻은 듯이 말짱했다. 그런데 그때는 무슨 일인지 그녀를 보고는 몸이 달아올랐다.
그는 잔뜩 취해 제대로 몸도 못 가누는 그녀를 세게 잡아끌어서는 아무 빈 방이나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지호경이 다친 팔이 아프다며 칭얼거렸다. 이렇게 약한 소리도 할 줄 아는 여자였는데, 그까짓 서인석 때문에 속으로 꾹꾹 삼키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더 괴롭혀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이 여자의 밑바닥인지 파헤쳐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단지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어느 샌가 그녀의 옷을 반쯤 벗겨놓은 뒤였다. 그녀의 어깨며 목덜미에는 동전 크기의 멍울이 잔뜩 져 있었다. 그는 돌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것처럼 멍해졌다.
언제였는지는 희미한 기억이다. 그는 조금 열린 문 뒤에서 숨죽이고 서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문틈으로는 가냘픈 비명이 넘쳐흘렀다. 지호경의 하얗다못해 창백한 전라의 몸뚱어리 위로 퉁퉁하게 살집 잡힌 남자의 몸이 타고 앉아 있었다. 소파 옆 책상에 놓인 명패에는 ‘서인석’이라는 이름이 궁서체로 굵게 새겨져 있었다. 거기서 그는 우연찮게 부모의 불륜 장면을 목격해버린 꼬마처럼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듣기에도 괴로운 정사가 끝날 때까지 그 모든 장면들을 빠짐없이 지켜보았었다.
저 멍울들은, 이 여자의 가증스럽기까지 한 충성심을 반증하려 아우성치는 더러운 증거들이다.
기억들에서 벗어나 비로소 현실감각이 되돌아왔다. 찬 공기에 맨살을 드러내놓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지호경을 도로 옷 입혀주고, 그는 감당키 어려운 기분이 되어 독한 양주만 연거푸 들이켰다. 술기운을 이기지 못해 자존심 상하게도 정신을 놓았다가 눈을 뜨니 집이었다. 지호경은 온데간데없었다.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사무실로부터 그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그는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수화기를 바로 해놓고 소파에 천천히 등을 기대어 앉았다.
옷 안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USB가 감쪽같이 사라져 지금 사무실 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했다. 덕분에 창조당 비리 문서의 존재가 서인석에게 알려져 일이 복잡하게 꼬였다. 그들은 애꿎은 보수당에게 죄를 겨냥하고 한 건 해낼 생각에 혈안이 되어 있겠지만, 지금 그에겐 그런 게 하나도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USB의 존재를 아는 건 영운과 김근학 뿐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그걸 그에게서 비밀스럽게 빼내어 사무실 바닥에 떨어뜨리고 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서인석의 비리들을 모두 정리해 신문사에 보내놓을 준비까지 모두 마쳐놓은 상태였다. 나중에 서인석을 비롯한 창조당 전체를 쥐고 흔들 수도 있는 강력한 무기가 서인석 손에 들어갔다는 건 입맛이 썼지만, 본래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범인이 누구든 아무렴 어떠랴 싶었다. 더 이상 깊게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플 테니깐. 그는 사무실로 가는 길에 신문사에 들러 준비해둔 서류를 우편함에 꽂아놓고 갔다.
오후부터 서인석은 도내 재래시장들을 돌아다니며 막판 굳히기에 들어갔다. 사무실에서는 사람을 풀어 습격 배후를 찾는데 주력하는 한편 이 일이 외부에 새나가 평판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가장 열심일 줄 알았던 지호경이 아침부터 내내 자리를 비운 것을 보고 영운은 얼핏 허전함 같은 것을 느꼈다.
ㅡ
그 후 그는 밤늦도록 또 술에 푹 절여져서는 꿈도 안 꾸고 아침까지 잤다. 여자를 끼고 잔 것도 아닌데 오랜만에 푹 잠들 수 있었다. 숙취로 두통이 밀려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층 맑아진 머릿속으로 잠이 깨면서 둔탁한 소음들이 함께 흘러들어왔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니 누군가 밖에서 문을 거칠게 두들기고 있는 소리였다. 아마 지호경이리라. 아침나절부터 돼먹지 못한 소란에 그는 욕설을 중얼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 귀퉁이가 누그러짐을 느꼈다.
이젠 아주 기어오르려는 게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술은 본심과는 다르게 제멋대로 움찔거리는 것이다. 밑에서 기다리다 못해 이젠 대담하게 집 앞까지 찾아와 문을 두들기고 있는 그녀를 생각하니 같잖으면서도 조금은 우스웠다.
ㅡ 건방지게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
밖에까지 들리도록 크게 소리를 지르자 소리가 뚝 멎었다. 그가 소파에서 일어나자마자 이번에는 달칵거리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현관문이 열어젖혀졌다. 부러질 듯 가느다란 두 다리가 디디고 서 있어야 할 곳에는 거친 차림새의 웬 사내들이 들어서있었다.
ㅡ 네가 이영운이지?
영운은 직감적으로 저 사내들이 형사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ㅡ 너를 손괴 및 납치, 폭행,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한다. 체포해.
경찰들이 재빨리 영운에게 수갑을 채워 밖으로 끌고 나왔다. 저항할 수야 있었지만 영운은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아 그들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의문은 곧바로 풀렸다. 서인석의 선거 사무실을 습격해 파괴한 장본인이 바로 영운이라는 것이었다. 그날 납치당했던 두 사람이 인근 산속에서 온몸에 멍을 휘감은 채로 발견되었고, 그들이 범인으로 20대의 건장한 남자를 지목했다고 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가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다름 아닌 현장에서 발견된 USB라는 것이었다. USB 안에는 만든 적조차 없는 선거 관련 문서들이 영운의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문서들의 날짜까지 훨씬 이전으로 되어 있는 것을 컴퓨터로 확인하자 더 이상 할 말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ㅡ 적은 내부에 있는 거라더니, 이 사람이 이따위 짓을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분명히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고의적으로 스파이로 잠입해서는 이런 온갖 추잡스런 짓들을 골라서 했던 거예요. 아우, 정말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지네!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남자가 영운을 똑바로 노려보지는 못하고 경찰관에게 하소연하듯 성을 냈다. 영운은 무슨 말이 들리든 계속 모니터만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창조당 비리 문서는 외부로 알려질 것이 염려되어 신고할 적에 미리 깨끗하게 지워버렸고, 처음 보는 문서들로 USB가 잔뜩 채워져 있다. 영운이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문서 내용, 문서에 보란 듯이 쓰여 있는 영운의 이름, 사건 시각보다 훨씬 이전으로 되어있는 문서 저장 시각. 모든 증거들이 영운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 목에 걸린 죄목보다도 더한 짓거리들을 서슴지 않고 저질러왔던 그였지만, 없는 죄로 몰려 졸지에 범인이 된 것이 전혀 아무렇지 않을 리는 없다. 더군다나 여기서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리면 비리 문서들의 출처도 자연스럽게 그가 될 것이고, 곧이어 그 배후에 김근학이 있다는 사실 역시 손쉽게 밝혀질 것이다. 서인석과 다른 경쟁 의원들에 대해 김근학이 킬러까지 이용하여 공작을 펼쳤다는 것이 알려지면, 순식간에 그는 창조당 전체의 공공의 적이 되어 이곳 정치판에서까지 퇴출당하는 불상사를 겪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김근학에게는 물론 영운에게도 절대 안 될 말이었다.
ㅡ 내가 안 했다면 어쩔 건데.
영운은 여전히 모니터를 노려본 채로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ㅡ 이날 내가 어디서 뭘 했는지 알리바이를 대면 될 거 아냐. 그럼 난 무죄가 되는 거고. 그렇지?
영운은 경찰관에게 동의를 구하듯 고개를 한 번 까딱이고는 옆에 앉은 남자에게 싸늘한 눈길을 던졌다. 비록 입술을 비집고 나온 말은 없었으나 남자는 눈빛만큼이나 싸늘히 식은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어깨를 흠칫 떨었다. 영운은 공포에 질린 남자의 얼굴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경찰관 몇 명이 뒤로 따라 붙었지만 그는 별로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알아서 경찰차에 올라타 주었다.
ㅡ C 병원 옆에, 바 있어. 거기로 가.
그러고는 시선을 창 밖 어딘가로 던져버렸다.
오픈 준비 중인 바 안은 어딘가 어색하고 한산했다. 며칠 전 손님으로 왔었는데도 주인은 대번에 영운을 알아봤다.
ㅡ 이 분 알죠. 그날 우리 가게 손님으로 왔었는걸요. 어떤 여자 분이랑 같이.
ㅡ 몇 시에 나갔었습니까?
ㅡ 가게 닫을 때 즈음이었으니까 새벽 4시 정도? 정 못 믿겠으면 영수증이라도 보여드려요?
주인 여자는 영운이 수갑을 차고 경찰관까지 끌고 왔는데도 꺼리는 기색이 아니었다. 정말로 영수증을 찾으러 어디론가 가버린 주인을 기다리면서 경찰관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새벽 네 시라면 사건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은 시간이다. 게다가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면 술에 취한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들은 주인이 찾아온 영수증을 받아 들고서야 영운의 알리바이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주인 여자는 그들 어깨 너머로 영운에게 노골적인 추파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대놓고 무시해버렸다. 그저 생각에 빠져 굳은 눈으로 가게 안을 둘러보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경찰관의 어깨 너머에서 영수증을 곁눈질로 보게 되자 잠깐 머릿속이 멍해졌다.
경찰관들이 먼저 가게를 나간 찰나에 그는 주인 여자를 붙잡고 급히 물었다.
ㅡ 이거, 카드로 계산한 거 맞지?
ㅡ 네, 그럼요. 여기 이렇게 서명도 있는 거 눈에 뻔히 보이면서.
주인은 아까의 무시의 보복인지 새침한 얼굴로 대답을 삼키려고만 했다.
ㅡ 장난치지 말고. 급하단 말이야.
ㅡ 내가 상관도 없는 댁 구해주려고 온갖 도움을 준 건 안중에나 있으시려나? 내가 경찰들을 얼마나 무서워하는데. 그런 것도 다 꾹 참고서 말이야.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이에요. 이건 무슨 뜻일까?
영운은 짜증 섞인 깊은 한숨을 삼키고는 주인 여자의 옷 앞섶에 자신의 명함을 쑤셔넣었다. 그가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는 것도 아랑곳없이 여자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을 했다.
ㅡ 그야 당신은 기억 날 리가 없겠죠. 그렇게 술에 떡이 돼가지고는 거의 실려 가다시피 했으니. 나는 여자가 그렇게 실려 나가는 건 많이 봤어도 남자가 먼저 나가떨어지는 건 본 적이 없어요. 그 덕에 당신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게 됐으니 결론적으로는 잘된 거겠지만. 뭐, 사실은 자기 얼굴이 워낙 강렬해서 한 번 보면 잊을 수 있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말이에요. 후후.
그는 영수증에 찍힌 서명을 자꾸만 곱씹어가며 보고 있었다. 등 뒤에서 경찰들이 그를 불렀다. 여자는 영수증을 받아들고 그에게 살짝 윙크를 하고는 돌아섰다.
혐의를 벗고 다시 경찰서를 나섰을 때는 오후 늦은 무렵이었다. 그를 신고했던 동료는 이미 겁을 집어먹고 도망갔다. 그는 기억을 더듬어 지호경의 집으로 바로 향했다. 가는 내내 머릿속이 무거운 돌을 얹어 놓은 것처럼 답답했다. 차창 밖으로 도시 풍경이 점점 멀어지면서 낡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에 차가 멈췄다. 그는 돈을 지불하고 까마득히 높은 계단 꼭대기에 있는 지호경의 집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벽돌의 2층짜리 빌라는 군데군데 흠이 있고 낡았다. 2층 1호가 지호경의 집이었던가 했다.
그는 다리도 이쑤시개만한 게 멋모르고 높은 곳에다 집을 지었다고 괜히 투덜거리면서 찝찝한 기분을 떨치려고 했다.
‘나는 여자가 그렇게 실려 나가는 건 많이 봤어도 남자가 먼저 나가떨어지는 건 본 적이 없어요.’
그날 지호경은 분명 꽤 많은 술을 먹고 결국엔 먼저 정신을 놔버렸었다.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욕구에 이끌려 그가 지호경을 끌고 와 옷을 벗길 때까지도, 그녀는 저항 하나 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가끔씩 앓는 신음과 주정만 입속으로 늘어놓을 뿐이었다. 결국엔 싫증이 난 그가 포기하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들이킬 때도, 그녀는 분명히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눈을 떠보니 그는 자신의 집 소파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영수증에 찍혔던 그 서명은 불분명하긴 해도 분명 지호경이라고 적혀 있었다. 주인 여자는 그와 같이 왔던 여자가 카드로 술값을 계산하고서 그를 데리고 나갔다고 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 가정이다. 사실 그날 지호경은 전혀 취한 게 아니었고, 취한 척 가증스럽게 연기를 하다가 영운이 나가떨어질 때가 돼서야 슬그머니 일어나 계산을 하고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날 서인석의 사무실이 누군가에 의해 습격을 당했고 중요한 문서들이 도둑맞거나 상했다. 현장에는 영운에게서 감쪽같이 사라진 USB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잘 짜놓은 퍼즐을 맞춘 듯이 다음날 범인으로 영운이 지목되었다.
혐의를 벗고 나서 지금 영운이 지호경의 집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이 모든 것은 역시 조금 복잡할 뿐인 우연에 지나지 않는 걸까.
마치 그가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는 문득 왜 자신이 이 여자의 집 주소 따위를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좁은 거실에 작은 방 하나가 딸려있을 뿐인 작은 집은 변변찮은 가구 하나 없이 초라하고 냉랭했다. 그는 벽지가 다 떨어진 벽을 바라보면서 침대 위에 앉았다. 맞은편에 책상과 컴퓨터, 몇몇 책들과 인쇄한 문서들이 두서없이 부려져 있었다. 발치에 떨어진 오늘자 신문에 눈길이 갔다. 그러고 보니 신문사에 보낸 자료들이 지금쯤이면 거하게 신문 면을 장식하고도 남았을 텐데, 아직까지도 조용한 것이 이상했다. 신문을 펼쳐 1면부터 찬찬히 기사들을 훑었다. 1면을 장식한 것은 불과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 관련 기사였다. 정치면에도 지방 선거 기사 외에 몇 가지 것들이 더 있었다. 쓸데없는 지면광고들까지 모두 훑어가며 신문 끝까지 전부 살폈지만 서인석이 K도에서 이례적인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는 기사 외에 비리라든지 논란이라든지 그런 단어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때 책상 옆에 놓인 쓰레기통이 문득 눈에 띄었다. 갈색 서류 봉투 끄트머리가 쓰레기통 위로 삐져나와 있었다. 그는 뭘 하는지도 모르고 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쓰레기통을 거꾸로 뒤집었다. 서류 봉투 끄트머리는 불에 타고 겨우 남은 잔해였다. 미처 타지 못한 잔해들도 뒤따라 바닥으로 쏟아졌다. 하얀 종이 위로 서인석의 이름이라든가 불법 선거 자금, 부동산 불법 투기 등 낯익은 단어들이 고개를 들었다. 영운은 처음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자 다음으로는 신문사에 있어야 할 것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의문을 던졌고,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니 스스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호경이 몰래 신문사에서 이것을 빼내온 것이다.
머리를 짓누르던 돌덩이가 이제는 목구멍을 짓눌렀다. 헛웃음이 절로 흘러나오는 것은 스스로에게 기가 막혔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적은 내부에 있었다. 가장 간단한 진리인데도 그는 한동안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무방비했던 것은 그 여자가 아니라 그였다. 우습게도 그는 순진함을 가장한 그 여자의 가증스런 손에서 놀아난 꼴이었다.
'……그래서 이젠 당신 뜻도 마찬가지로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물론 우린 적이 될 테지만, 가능하다면……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좋은 친구 사이가 될 수 있으면 합니다. 아직도 제가 싫으시다면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전 조금이나마 더 당신에 대해 알고 싶거든요. ……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기로 해요, 우리. 비겁한 술수 같은 거 그딴 건 개나 줘버리고, 오로지 정당한 수로요…….'
이 자료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USB의 존재 역시 알고 있었다는 게 되고, 그렇다면 USB를 훔쳐 사무실 바닥에 흘린 범인도 그 여자가 된다. 사무실 습격도 전부 그 여자가 꾸민 짓이고, 그걸 영운에게 뒤집어씌우는 것도 모두 다 그 여자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이었으리라. 언제부터 USB의 존재를 알았고, 또 어떻게 알았으며, 언제부터 이런 대담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 무수한 의문점들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그러고 보니 그날 이후 그는 한 번도 그 여자를 만난 일이 없었다. 하물며 목소리 한 번 들어본 적도 없다. 언제부터 이 가증스러운 여자가 모든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던 건지, 그것조차 의문이었다. 그딴 되도 않는 연기까지 짜내면서, 그렇게나 서인석에게 승리를 안겨주고 싶었던 건가.
건방진 년…….
이제껏 알량한 속임수로 그를 홀려버렸던 것이나, 이런 일들로 해서 제대로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이나, 지금 이 순간까지도 모조리 그 여자의 계획 속에서 나온 것 같은 짜증나는 예감보다도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이유였다. 서인석. 서인석. 빌어먹을 서인석! 그 여자의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서인석이라는 이름을 찢어발겨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그도 모르는 새에 가슴 한 구석으로부터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책상에 놓인 컴퓨터를 켰다. 이것 역시 계산 안이라는 듯 손쉽게 전원이 들어왔다. 미리 웹하드에 올려두었던 파일들을 내려 받았다. 지금 그의 전신을 휘감은 것은 차갑게 식은 분노였다. 그는 아주 오랜만에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고 생각했다.
ㅡ
선거 전날.
언론을 떠들썩하게 달군 추문에 대해 당사자인 서인석이 직접 회견을 열었다. 인터넷 사이트들을 통해 유포된 사진과 동영상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며,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반성하며 후보 자리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쓸쓸히 회견장을 퇴장하는 서인석의 뒷모습이 크게 박힌 신문 1면 아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젊은 정치가이자 차기 대선 유력 후보였던 그의 몰락 행보를 안타까워하는 기사들이 줄을 이루었다. 다른 신문에서는 그에 대한 풀리지 않은 의혹들을 들춰내며 비판적인 목소리로 그의 몰락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단정 지었다. 자기 선거참모와의 문란한 스캔들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인터넷상에 퍼진 상황에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도 더 이상은 무리였을 것이다. 야생마처럼 거칠 것 없이 질주하던 서인석이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게 될 줄 과연 누가 알았겠는가? 추문의 여파는 생각보다 길었고, 지방 선거에서 서인석의 필두로 창조당의 대승을 예견했던 평론가들은 보수당이 견고한 요새인 K도를 지켜내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것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ㅡ
5월 10일.
영운은 부슬부슬 흩날리는 빗줄기가 창문에 자국을 남기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전화기는 줄기차게 넓은 집을 울려댔다. 영운은 받을 생각은커녕 아무 소리도 못 듣는 사람처럼 건조한 표정이었다. 전화를 받아봤자 김근학이나 그의 다른 측근들이 차례대로 그의 귀를 괴롭힐 뿐이라는 걸 알았으므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한참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저녁 하늘이 캄캄하다. 비는 그쳤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전화기는 몇 시간 전에야 겨우 울음을 그쳤다. 그는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 정처 없이 차를 몰았다.
ㅡ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선거였습니다. 완벽한 대승을 거둔 보수당은 축제의 분위기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었습니다. 이에 반해 스캔들로 곤란을 겪은 창조당은 안타깝게 고배를 마셔야만 했습니다. 윤구진 창조당 대표는 이번 선거의 결과에 대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다며 깊은 사죄를 표했습니다. 반성의 태도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인 창조당은……
서인석을 선장으로 순조롭게 항해하던 창조당은 갑작스런 암초의 등장으로 좌초되고 말았다. 창조당은 일대 충격에 빠졌으며 서인석은 잠적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서인석도, 김근학도, 그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쳤던 비가 다시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라디오를 끄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일이 이렇게 망쳐지게 될 줄은, 지호경 그 여자도 꿈에서조차 알지 못했겠지. 그것도 다름 아닌 제 손으로 망쳐버린 꼴이 됐으니 괴로움은 배가 될 것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음성은 그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냉랭하게 식어갔다. 창문을 적시는 빗물을 바라보며 그는 괴로워할 그 여자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이었다. 죄스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을까? 분하고 원통해서 눈물이나 질질 짜고 있을까? 아니면, 이젠 끝났으니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그 지긋지긋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짐을 싸고 있을지.
그토록 증오하던 여자를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난도질 해버렸는데, 그 모습을 떠올려보는 그의 마음은 후련하기는커녕 오히려 화가 더 났다. 그는 그것이 그동안 당한 것에 비해 보복이 너무 약해서라고 결론지어버렸다. 그 여자가 다시는 숨 쉬고 싶지 않을 지경까지 괴롭혀주고 단단히 혼을 내줘야겠다고 벼르면서. 그는 핸드폰을 꺼내 낯익은 번호를 눌렀다. 이젠 번호까지 익숙하다니 더 짜증나는 노릇이다.
몇 번 신호가 갔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다. 수고스럽게 다시 걸었지만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 성질대로 핸드폰을 집어던져버릴 뻔했지만 겨우 참았다. 이젠 전화까지 안 받는다니 이 여자가 이젠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왔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생소한 초조함 같은 게 자꾸만 신경을 콕콕 찔러대는 것이다. 매일매일 질리도록 봐와서, 이젠 저 얼굴 좀 다신 안 보게 어떻게 할 수 없나 하고 짜증이 나던 얼굴을 오늘까지 합하면 무려 일주일이나 보지 못했다. 어쨌든 오늘만큼은 그는 그 여자를 꼭 두 눈으로 봐야만 했다. 아직 괴롭혀줄게 남았으니까, 그 담담한 얼굴 따위 그의 발 앞에서 살려달라고 울상 지으며 벌벌 기도록 만들려면 할 일이 산더미 같으니까, 그 여자는 보통 방법으로는 꺾을 수 없는 골 때리는 여자니까 꼭 봐야만 했다.
초조하게 엑셀을 밟은 순간 동시에 차 앞으로 웬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차가 괴성을 지르며 그림자의 바로 코앞에 멈춰 섰다. 헤드라이트가 차 안을 똑바로 노려보고 선 사람을 비춰주었다. 입 밖으로 비집고 터지려던 욕설이 거짓말처럼 얼어붙었다. 눈앞에 있는 저 얼굴이 무척이나 낯이 익었다.
ㅡ 머저리같이 무식한 건 여전하구만?
그는 우산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다. 여자는 비를 맞으며 계속 차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여자에게서 조금 떨어져 비로 온통 젖은 여자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이 천천히 그에게 향했다.
ㅡ 지호경.
그는 조금 놀랐다. 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차가움으로 굳어있었기 때문이다.
ㅡ 너,
ㅡ 당신.
그녀의 눈언저리에 떨어진 빗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차분한 음성은 어떠한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고 담담했다. 점점 더 젖어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져갔다.
ㅡ 최악이야. 이제껏 했던 그 어떠한 짓거리들보다도 최고였어.
동시에 그는 예감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서인석과의 정사 장면을 모조리 카메라에 담아두고, 그걸 인터넷에 올린 장본인이 바로 그라는 사실을.
ㅡ 최악?
그는 냉소하며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헤드라이트에 낱낱이 드러난 그녀의 얼굴에 기괴한 음영이 졌다.
ㅡ 내가 바닥까지 드러내게 한 이유가 본인에게 있다는 것부터 자각하셔야지. 최악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 그동안 같잖은 연기 나부랭이로 감히 날 손바닥에서 갖고 놀고, 결국엔 바보 병신으로 만들어버렸잖아? USB 사건은 꽤 충격이었지만 덕분에 정신 차리게 됐지. 이번 일은 경고야. 내 금 간 자존심이나 머리꼭지 돌아버리도록 찬 화를 다 풀려면 이것 갖고는 아직 멀었거든.
그는 손가락에 끼운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바닥에 던졌다. 불씨는 점점 굵어지는 빗물에 젖어 사그라져갔다.
ㅡ 그래. 그딴 추잡한 사진 올려서 네가 그토록 신봉해 마지않는 서인석 후보님 밑바닥까지 끌어내린 게 바로 나야. 내가 본의 아니게 너랑 그놈의 그런 더러운 장면을 목격해버렸거든. 나도 웬만하면 네 말마따나 정당하게 승부 보려고 했어. 근데 네가 먼저 반칙했잖아? 그러고 보니 USB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신문사에서 문서는 또 어떻게 빼내온 거고?
ㅡ 그건, 당신이 알 거 없는 일이지.
무미건조한 입가가 차츰 움직이더니 미약하나마 비웃음을 그렸다. 지금 그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더 이상 그를 겁내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던 그녀가 아니었다. 기괴하게 음영 진 얼굴에 날 선 냉소를 짓고 있는 저 여자는 그가 아는 지호경이면서 동시에 그가 아는 지호경이 아니었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산이 바닥에 떨어진 것과 동시에 여자가 차 쪽으로 밀쳐졌다. 그는 예전 그날처럼 여자의 가느다란 목을 한 팔로 짓누르고 있었다.
ㅡ 건방떨지 마. 내가 지금 가만히 있어도 속으론 네년 목에 총구멍 내는 상상을 한두 번 한 게 아냐.
ㅡ 말로만 하지 말고 진짜로 해봐. 목에도 총구멍 내고, 머리에도 내주고, 기왕이면 심장도 총으로 터뜨려주지 그래?
목을 짓누른 팔에서는 더 이상 겁에 질린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빗물에 젖어 기묘하기까지 한 여자의 눈은 심지어 그를 향해 웃고 있기까지 했다. 오히려 굳어버린 것은 그였다.
그는 무의식중에 총을 꺼내 들어 여자에게 겨눴다.
빗속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여자가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가 억센 힘으로 여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위로 올라타 목을 움켜쥐었지만 여자의 웃음은 끊일 줄을 몰랐다. 마치, 악마 같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는 기괴한 악마 새끼. 그는 총을 놓고 두 손으로 여자의 목을 부러뜨리려고 했다. 부러뜨릴 정도로 세게 목을 졸랐다. 여자는 숨이 막혀 괴로워하면서도 저항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ㅡ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발버둥 치라고! 살려달라고 발밑에서 빌란 말이다!
분에 못 이겨 그는 여자의 목을 거칠게 내팽개쳐버렸다. 그 순간까지도 여자는 한 점 무너지지 않고 똑바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ㅡ 살려달라고 구걸할 필요가 없으니까.
ㅡ 뭐?
그가 일어서자 여자도 따라 일어났다. 여자가 차갑게 코웃음 쳤다.
ㅡ 당신이 나를 구제할 수 있기나 해?
지독히도 차분하고 시린 목소리였다.
여자의 얼굴이 곧 연민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ㅡ 당신은…….
그가 총구를 다시 여자에게 겨누었다. 여자는 총이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이라도 되는 듯이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었다. 담담한 말이 이어졌다.
ㅡ 구원받지 못할 거야.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경고라도 되는 듯 이 한마디를 끝으로 여자는 완전히 등을 돌려 어디론가 걸어가 버렸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줄기는 여전히 굵었다. 어둠 속에서도 창백하고 비쩍 마른 뒷모습은 금세 점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ㅡ
여자가 모습을 감춘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영운은 사람을 풀어 여자를 찾도록 하는 한편 여자의 신상 정보를 알아오도록 했다. 오후 나절에 집에 돌아왔을 때 우편함에 명령해둔 서류 봉투가 꽂혀 있었다. 그는 안에서 열 장 정도 되어 보이는 문서를 꺼내보았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이름 지호경. S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A 신문사에 정치부 기자로 취직. 별로 중요할 것도 없는 자료들을 건성으로 훑어보다가 마지막에서 눈길이 멎었다. 그는 집으로 들어가려던 것도 잊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굳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 지호경은 네 달 전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되어 있었다.
ㅡ
그날 이후 여자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ㅡ
6개월 후.
킬러의 세계에서는 소문도 그 속도가 빠르다. 특히 은밀하면서도 자극적인 가십거리면 마른 장작에 불을 붙인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리고 만다. 요즘 이 바닥에서 종종 인사치레로 주고받는 말이라면 그 유명하다던 킬러 B에 관한 얘기였다. 요즘 뭔 일을 꾸미는지 통 얼굴을 비추지 않더라, 그런데도 손에서는 총 냄새가 가시질 않더라, 정치계에 입문을 앞두고 있는지 물밑 작업이 한창이라더라, 등등. 그가 여자를 지독히 좋아하면서도 또 지독히도 막 대한다는 사실이야 이미 모르는 이가 없을 테지만 요새는 그 성질이 더 심해졌다는 얘기들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여자가 아프다고 칭얼대는데도 뺨을 후려갈기고는 여자가 기절할 때까지 계속 밀어붙이는 거야 약과였고, 매달아놓고 고문하고 묶어놓고 괴롭히고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엄두도 못 낼 그런 짓거리를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소문이 절정에 달한 것은 호텔방에서 그와 함께 들어간 여자가 끔찍한 몰골의 시체가 되어 비밀리에 실려 나오는 걸 누군가 목격했을 때였다. 그가 한때 무슨 일을 겪고 모든 일에 무기력해졌다는 말이 나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몸소 증명이라도 해보이듯 그는 전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갔다. 평소처럼 살인을 즐겼고 마약과 술을 일삼았으며 쉬지 않고 육체적 쾌락을 좇아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다. B의 이야기를 꺼낼 때면 별종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고, 으레 그런 말을 덧붙이며 사람들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고야 마는 것이었다.
정말로 영운은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여자 하나를 끝장내버렸다. 아끼던 셔츠에 피가 묻어 버려야 할 것 같다. 요즘 들어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한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옷걸이에 걸려있는 셔츠를 잠자코 바라보고 있었다. 잘만 했으면 오늘은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노래라도 부르듯 턱을 끄떡거리고 있다가 문득 목덜미에 난 스크래치를 손 끝으로 훑었다. 죽기 직전 여자가 고양이처럼 비명을 지르며 손톱으로 긁은 것이다.
그가 요즘 불편함을 겪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면 여자와 몸을 섞고 있을 때도 불쑥불쑥 출처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의 아래에서 쾌락에 짓눌리다시피 한 여자의 얼굴 위로는 기분 나쁜 얼굴 하나가 스치듯 지나갔다. 그 시점이 되면 그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게 된 나머지, 본능적으로 여자의 목을 조른다든지 옷자락에 숨겨두었던 칼이나 총으로 여자의 가냘픈 목숨을 빼앗아가고 말았다. 덕분에 소문만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그와 잠자리를 함께 하겠다고 하는 여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희고 부옇게 번져있는 하늘 위로 먼지 같은 게 부유하더니 어느새 굵은 눈발이 되어 바람을 타고 춤을 췄다. 그는 창밖으로 그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 샌가 겨울이 찾아들었다. 올해 장마는 유난히 길었고 지루한 비가 그칠 무렵에는 가을이 소리 없이 왔다가 도망가 버렸다. 겨울이 찾아들자 세상은 거짓말처럼 얼어붙었다. 지금 내리는 눈은 길바닥이며 지붕이며 사람들 머리 위에 내려앉아 언 세상을 하얗게 칠해버릴 것이다. 열린 창틈으로 바람이 불어와 셔츠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는 또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얼굴을 생각하게 됐다. 오늘 일진이 꽤나 사나울 모양인가보군. 그는 냉소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신문을 펼쳐 읽었다.
ㅡ 공석이 된 태종건설 사장 자리를 놓고 유의범 회장의 세 아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태종건설은 태종그룹 지분의 10퍼센트 이상을 소유하고 있어 태종화학 다음으로 유착관계가 높은 기업이다. 따라서 태종건설 사장직은 아직까지 뚜렷한 후계자를 내정하지 않은 유 회장의 후계가 될 가능성이 유력한 자리라 할 수 있다. 최근 유 회장의 은퇴 선언 관련 소문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는 가운데, 10년 가까이 유 회장을 보좌한 태종화학 상무 유진아 씨가 그대로 후계를 물려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이번 태종건설 사장 임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임명에 대해 유 회장이 이사회에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사회까지 남은 기간 동안 유 회장의 세 아들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는 별 흥미 없다는 눈빛으로 신문을 건성건성 넘겼다. 몇 면인가에서 문득 기사 제목에 유도균이라는 이름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열흘 뒤면 유도균 전(前) 대통령 서거 20주기였다. 이번 년도에는 예전과 다른 꽤 큰 규모의 추모식이 예정되어있었다. 그는 그 기사를 눈여겨 읽었다. 매년 치러지는 추모식이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다름 아닌 유도균의 하나뿐인 혈육인 손녀딸 때문이었다. 서거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유 전 대통령의 아들 내외는 몇 년 전 사망 소식으로 국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존재를 알렸고, 마지막으로 남은 게 있는지도 없는지도 생사가 불분명한 그들의 딸아이 하나였다. 그 딸이 지금 러시아에서 한국에 첫 발을 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과연 그녀가 단순히 할아버지의 추모식에 참여하기 위해 오랜 공백을 깨고 국내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지, 아니면 할아버지의 이름을 이어받아 정치계에 입문을 할 계획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그녀의 정보가 국내에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였으므로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그녀가 만약 정치계로의 입문을 선언한다면 국내 정치계에 한 차례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녀가 등에 업은 유도균이라는 이름은 대단했다. 이름만으로도 대단한데 그 피를 이어받은 유일한 혈육이라면 그 여파는 얼마나 거대하겠는가? 한참 조심스러워야할 시기였기에 영운에게는 이런 혼란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는 위스키 한잔을 가져와 마시며 신문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한 장 넘기자 이번에는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었다. 아래에 작은 글씨로 ‘러시아 C 여학교 재학 시절 유 씨의 사진’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었다. 사진은 화질이 좋지 않았으나 얼굴을 구별할 정도는 됐다. 그렇게 오래되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사진 속 십대 소녀는 머리를 하나로 질끈 동여매고 흰 피부의 외국인들과 함께 단상 위에 서있었다. 하얗게 질린 소녀는 낯선 외국인들 속에서도 낯설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앞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미소는 없었다. 자세히 보니 표정 자체가 없는 거였다. 외국인처럼이나 새하얗게 질린 얼굴 위에는 눈코입만 달려있을 뿐 움직여 표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은 미처 모르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첫눈에 확 띄는 미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나이에 맞게 수수한 매력은 있었다. 영운은 위스키 한 모금을 더 마셨다. 그리고 다시 사진을 무심한 눈길로 훑어보았다. 벌써 취하는가 싶었다. 그가 사진 위 수수한 소녀의 얼굴 위로 저도 모르게 또 그 여자의 얼굴을 그려 넣고 있었다. 그는 짜증을 내며 신문을 아예 덮어버렸다.
창밖의 눈발은 여전히 굵었다. 그는 다시 신문을 펼쳤다.
사진 속 소녀의 얼굴은 무미건조한 이목구비 그대로였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어딘가 시선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오래된 사진은 아니다. 기사는 이 사진을 6년 전 그녀가 C 여학교에서 상을 받을 때의 사진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잔에 든 위스키를 전부 다 마셔버리고는 사진을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6년 전 사진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구별 짓는 데는 탁월한 동물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그에게 인상 깊은 기억을 남긴 사람의 얼굴은 더 오래갔다. 인화 전 필름과 사진을 맞추어보듯 소녀의 얼굴과 그 여자의 얼굴이 차츰 겹쳐졌다. 완전히 겹쳐진 두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여자의 얼굴은 병자처럼 말랐었을 뿐 옛적 이목구비 그대로였다. 표정을 잃어버린 이목구비, 그러나 그의 앞에서는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얼굴. 마침내 진실이 밝혀졌을 때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빗속으로 사라져버렸던 그 여자였다. 그 후 반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그의 앞에 나타난 적 없는 정체 모를 그 여자였다. 그런데도 밤이 되면 저주라도 내린 듯 끊임없이 그의 기억을 비집고 들어와 그를 돌아버리게 만들었던 그 여자. 지호경이 아닌,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여자. 왜 그의 앞에 나타났는지 이젠 그것조차 의심이 갔던.
눈발 흩날리는 어느 겨울, 그 여자가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쪼꼬맛리본 님 이름표 제공♡
빠밤. 설 끗나고 온다더니 벌써 왓습니다
막 말바꾼다고 혼내키지 말아주세요 흐륵흙
사실 요새 슬럼프란 놈이 찾아온 것 같아서 이리도 갑작스레 올려놓게 된 것이엇습니다...ㅠ.ㅠ
네.. 이제 비축분따위가 점점 읍써지고 잇어여...
HA.. 아무튼! 4편도 잘 감상하셨습니까!
사실 검은 절벽이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편까지가 1장 내용이랍니다. 아직 11장 남앗어요!!! 조, 조, 좋아해주셧음 좋겟어요..ㅎ..ㅎㅎ..
도입-전개-위기-절정-결말 순으로 따져보면
여기까지가 도입부져 이제부터 전개내용이 시작될 예정이랍니다
Aㅏ.. 스아실.. 제가 3편까지의 지호경 같은
두부같이 착하고 물렁한 성격을 그닥 선호하지 않기에..
처음 구상 즈음엔 여주인공이 좀 철딱서니 없는 성격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꼭 마녀같은 성격이 되어버렷습니다.. 하하..
앞으로 이 두 성깔잇는 주인공들 데리고
어떻게 내용을 이끌어갈지 걱정됩니다만..ㅎㅎ..
검은 절벽과 함께 달려주신 독자여러분께 하트애정백만개를 날립니다
슉슉! 슉슉!
그럼 5편은.. 아마도 설 끗나고.. 올 수 잇겟죠..?
삘 받으면 또 일찍 올릴지 몰라욬ㅋㅋ
업쪽 = B 또는 댓글!!!
SeeYou 님 코멘창 제공♡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핫 내사랑너의사랑우는님ㅋㅋㅋ 추천글받고저도 쪽지를 날리고싶엇으나 애써 맘 접엇답니다..ㅎㅎ ㅋㅋㅋ 댓글을 엎어치다니 빵터졋어욬ㅋㅋㅋㅋ 혹시라도 지호경 정체를 미리 간파하실까봐 쓰는 내내 조마조마햇는데 다행히 먹혔나보네효!! 아.. 1장부터 강렬해서 앞으로 남은 내용들이 시시해보일까봐 지금은 그게 더 걱정입니다요.. 허허.. 아무튼 만족스런글을 뽑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켜야겟습니닼ㅋㅋ 추천 감사드려요! 잇힝 검은 절벽의 기폭제♡ 설 끗나고 5편에서 뵙겠습니다! 유후!♡
B 아 진짜 너무너무 재밌어요ㅠㅠ 박진감 넘치는 전개!!!! 호경이 아니 이름모르는 여주 반전이었어요 대박... 영운이만큼 무서웠어요ㅋㅋㅋ거기다 대통령 손녀라니 정치계에 입문했으면 좋겠네요 저는ㅎㅎ 11강이나 남았다니 기쁘네요!!
언제나최고의찬사를 해주시는 예민님! 넹 이제부터 지호경 정체도 밝혀졌으니 본격적으로 정치 얘기가 시작될 예정이랍니닿ㅎㅎ 아 그리고 제가 계산을 잘못햇네요.. 11장이 아니고 10장이 남은 것이엇어요.. 죄송해요..ㅎㅎ 암툰 설 끗나고 5편에서 뵙겟습니다!
B 아 .. 지호경의 반전을 하는게 참 박진감 넘치네요 ! 영운이가 은근히 지호경을 믿고있었던거 같은데 허무하게 배신해버리니 참 안타까워요
넹 그래서 앞으로 영운이가 눈에 불을 켜고 지호경 아니 여주를 괴롭힐 거여요.. 그래도 예뻐해주셔요.. 허허.. 그럼 설끗나고 5편에서 뵈어요~
B .......아 진짜..........작가님 사랑해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런말 잘 안하는데 진짜 이거 너무 좋아여 이소설 ㅠㅠㅠㅠㅠㅠ흡 ㅠㅠㅠㅠ호경이 완전 .. 처음에는 걍 자기 일에 충실한 착한애 일줄 알았는데 이번에 반전.. 장난 아니군여 거기다 저 신문 나올때도 설마설마 했는데 호경이....ㅋㅋㅋㅋㅋ 거기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거 듣고 소름 쫙 돋앗어요 ㅠ.ㅠ 그러고보니 인물표에 이름이 물음표로 되 있었던 이유가 있었네요... 호경이는 호경이가 아닌<..... 흡ㅋㅋㅋㅋ 진짜 검은 절벽에 빠져살꺼같아옄ㅋㅋㅋㅋ 이정도가 도입이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당 ! 다음편 기다릴께욧 춫!
우수독자 엘렌님도 제 마음을 받아주세욧!!!!ㅋㅋㅋ 역시 엘렌님 인물표에서 물음표의 의미까지 알아맞추시다닣ㅎㅎ 이렇게 엘렌님이 예리하게 맞추실 때마다 저는 신명이 난답니당ㅎㅎㅎ 아 사실 제 걱정이 뭐냐면 앞으로의 내용이 빈약해서 혹시라도 엘렌님 기대를 어그러뜨리지는 않을까 싶은 건데...ㅠ.ㅠ 흙흙 그래도 이렇게 검은 절벽을 사랑해주시는 엘렌님 덕분에 열심히 글 쓸 맛이 납니다 제맘 아시죠옹♡ㅎㅎ 1편부터 쭈욱 예쁘게 지켜봐주셔서 감사드려욯ㅎㅎ 그럼 설 끗나고 5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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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사실 여주는 죽은 지호경으로 위장을 하고 잠입을 한 것이엇져..ㅎㅎ 이것 때문에 앞으로 영운이가 더더더 잔인해질 예정인데.. 허허.. 아무쪼록 이쁘게 봐주세용!! 영운이 같은 나쁜남자의매력은 조금씩 조금씩 여주의 매력에 빠져 흔들리는 거잖아요?ㅎㅎ.. 4편까지 쭉 지켜봐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설끗나고 5편에서 뵈어요!!
으헝재밋다>ㅁ<B
꺅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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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저는그저 기쁠뿐..ㅠ.ㅠ 언제나 댓글과 응원 감사드립니다 설 끗나고 5편에서 뵈어요!!ㅎㅎ
B/점점 흥미진진해지니까 빨리 보고싶어요 ㅎㅎ
넵 빨리들고올게여!!ㅎㅎ
이건 인소가아니라 문학이다ㅋㅋㅋㅋ
진짜대박이네요ㅠㅠㅠㅠ
컥 최고의찬사이십니다ㅠㅠㅠㅠㅠㅠㅠ 감사드려유흑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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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잉ㅠㅠㅠ 얼마나고생이야ㅠㅠㅠㅠ 바쁜데응원하러와죠서 고맙다잉 나의 빛과소금..♡
우와 ~ ㅋㅋㅋ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 기대할께요 ㅋㅋㅋ
기대 감사합뉘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