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바람길 내고 도시숲 조성… "뜨거워진 도심을 식혀라"
[2021 이제는 Green Action!]〈3〉기후변화 적응 나선 도시들
반사판 아래 노즐을 설치해 도로에 물을 뿌리는 쿨링&클린로드.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 등 도로 내 날림먼지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왼쪽 사진) 건물 벽면을 식물로 덮어 태양열 에너지를 차단하는 벽면 녹화. 넝쿨식물이나 다육식물을 활용한다.(오른쪽 위 사진) 대기 중 물을 분사해 열기를 떨어뜨리는 쿨링포그. 동아일보DB
지구 연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보다 1.5도 상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1일 국립기상과학원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어떤 기상 변화를 가져올지 분석해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극한 고온(연간 가장 높은 온도의 상위 10% 값) 기준치는 지금보다 1.1도 올라간다. 현재의 극한 고온이 33도 수준이라면, 지구온난화에 따라 극한 고온 기준이 34.1도로 올라가는 셈이다. 반대로 날이 추운 한랭야(일 최저기온이 연중 하위 10%)는 현재보다 2.4일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 최대 24년 앞당겨진 기후변화
그렇다면 지구 온도 1.5도 상승 시기는 언제쯤일까? 그 도달 시기는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과학원은 이르면 2028년, 늦어도 2034년이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018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예측한 1.5도 상승 시기(2030∼2052년)보다 최대 24년 앞당겨진 것이다.
기후변화가 빨라지면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대한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이란,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고 관련 위험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가 발생하면 폭염이 잦아지고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현상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도로에 그늘을 만들고, 배수가 잘되도록 도로와 하수도의 설계 구조를 변경하는 게 대표적인 기후변화 적응 정책이다. 폭염에 취약한 노약자들의 무더위 쉼터를 만들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생활 속 적응 대책이라 볼 수 있다.
실제 각 지방자치단체는 기후변화 적응 정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선정한 ‘스마트 그린도시’ 지자체 25곳 중 절반 이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변화 적응에 나선다. 스마트 그린도시는 지역별 맞춤형 녹색 전환을 돕는 사업으로, 지자체별로 관내의 기후·환경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환경 분야 사업을 실시하도록 돕는다.
○ 물길 만들어 온도 낮추기
지자체들이 애용하는 대표적 기후 적응 대책은 ‘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을 잘 이용하면 지역 내 온도를 떨어뜨리거나 빛을 반사·차단할 수 있다. 도로에 물을 뿌려서 주변 열기를 식히는 ‘쿨링&클린로드’, 안개처럼 물을 분사해 길을 걷는 시민들에게 시원함과 쾌적함을 주는 ‘쿨링포그’, 도로에 도료를 발라 콘크리트가 흡수하는 열에너지를 반사시키는 ‘쿨페이브먼트’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방법은 기존 건물과 도로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어 리모델링이나 재개발보다 적은 비용으로 도시 기온을 낮출 수 있다. 온도가 낮아지면 에어컨 가동에 소모되는 에너지도 줄어든다. 기후변화 대응이 곧 온실가스 감축으로도 이어지는 셈이다.
경북 상주시는 인구밀도가 높은 냉림동 및 북천 인근 도로에 쿨링&클린로드와 쿨링포그를 설치한다. 기온은 해마다 올라가는데 더위에 취약한 65세 이상 고령화 비율이 31.2%로 높아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해마다 폭염에 시달리는 경남 밀양시, 충남 공주시도 도심에 쿨링&클린로드와 쿨링포그, 쿨페이브먼트 등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쿨링&클린로드는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에 물을 뿌려 열섬현상을 완화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 및 도로 내 각종 오염물질들을 씻어내는 효과도 있다.
○ 도시숲 조성으로 그린 인프라 구축
도심 속에 숲을 조성해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기온을 낮추려는 지자체도 있다.
최근 경남 김해시는 구도심을 통과하는 폐철로 구간을 정비해 물길과 바람길을 만들기로 했다. 현재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철로 주변은 그늘도 없이 방치돼 있어 악취와 열섬현상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해시는 이곳에 나무를 심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주변으로 흐르도록 정비할 방침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물길이 흐르는 숲을 조성하면 더위에 취약한 구도심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가는 쉼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전주시도 산업단지와 주거지 사이에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열기와 미세먼지를 숲이 막으면 주거지가 쾌적해진다. 공공건축물의 옥상과 벽면에는 식물을 심어 열에너지가 건물에 적게 흡수되게 할 계획이다. 또 집중호우 시 도로에 물이 넘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물이 잘 흡수되는 투수성 블록으로 길을 정비한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역별로 다른 산업·인구 구조에 맞춰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열섬 현상이 많이 일어나는 곳에 그늘·물길로 열기를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도로를 지하화해 보행자들이 폭염에 노출되지 않게 도시 설계에 반영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나와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탄소중립
한정애 환경부 장관
미래세대에게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을 보호해 달라는 호소를 뛰어넘는 생존의 문제다. 전 세계에서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대표적인 미래세대 기후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뿐 아니라 건강한 기후 보장을 요구하며 미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제이미 마골린 등 많은 청소년들이 기후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 106개국 청소년들이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는 학교 기후파업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도 현재 진행 중이다. 청소년들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등에서도 세계 정상들을 향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활동 역시 활발하다. ‘청소년 기후행동’을 비롯해 미래세대로 구성된 기후·환경운동 단체들은 기후 헌법소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한다. 특히 기후위기 방관이 미래세대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미래세대가 기후변화를 제대로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환경 교육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우리 어른들은 이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미래세대의 환경 감수성을 함양하고 또 이들이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는 미래세대가 지속적으로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기후·환경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 1월부터 시행 중인 제3차 환경교육 종합계획에 따라 유치원 및 초중등 교육과정에 기후변화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육부와 함께 기후변화 심각성 인식 및 저탄소 생활습관 확산을 위해 기후행동 실천 애플리케이션(앱)인 ‘기후행동 1.5℃’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환경교육포털을 통해 연령별 탄소중립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환경동아리 및 교원 양성 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한 기후·환경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6월 5일 ‘환경의 날’이 올해로 26번째를 맞는다. 이번 환경의 날 주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탄소중립 실현’이다. 미래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 탄소중립 달성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자는 약속의 의미다. 이 약속을 흔들림 없이 지키기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한편, 학령기부터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해결을 위한 실천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후·환경 교육도 한층 강화하고자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 우리 미래세대를 보듬는 일에는 지금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삶 속에서 진행 중인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나부터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고 미래세대의 기후·환경 교육을 지원한다면 우리 모두를 위한 탄소중립의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