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주택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이지환(41)씨가 2022년 3월5일 생일날 가계부에 쓴 식사 기록이다. 이씨는 평소 하루 한 끼만 챙겨 먹을 때가 많다. 아침은 굶고, 점심은 무말랭이·김치 같은 밑반찬과 밥을 먹는다. 저녁은 또 굶거나 우유로 때운다.
건설노동자이던 이씨는 2019년 허리를 다친 뒤로 일을 못하게 됐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이 되어 생계급여(월 58만3444원)를 받아 불행 중 다행이지만, 그 돈마저 휴대전화 명의도용 사기를 당한 탓에 대출금을 갚고 통신비를 내느라 절반 이상 스르르 사라진다(표1 참조). 이씨가 어릴 때 폭행을 일삼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가족이 없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에 있다가 간신히 살아난 뒤에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심해졌다.
2월18일: 생필품 가격이 많이 올라 사기가 무서움. 너무 힘드네요.
2월19일: 반찬 6팩에 2만원 했는데 3천원 오름. 식자재 마트도 대부분 1천∼2천원 오름.
3월5일: 생일이라 미역국은 먹네요. 마음이 참…흠.
-허리디스크 앓는 이지환(41·대구)씨 가계부
4월4일: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치킨 1마리로 4명이 조금씩 나눠 먹었다. 한참 먹어야 하는 나이인데도 불평불만 가지지 않고 맛있게 먹어준 용이, 환이 고맙다.
4월12일: 우리 용이, 환이는 매일 치킨 먹는 게 소원이란다. 부족한 엄마라 미안하기만 하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나태해지지 말자.
-아픈 노모, 고등학생·중학생 두 아들과 사는 정연지(44·서울)씨 가계부
물가가 치솟으니, 이들은 식비를 아끼려 더 많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월 식비로 10만3천원을 쓴 이지환씨는 “네 팩에 1만원 하던 반찬도 2만원이 됐다. 사람이 김치만 먹고 살 수 없는데, 반찬 사기가 너무 힘들다. 반찬이나 생필품을 살 때 여러 군데를 다 돌아다니면서 가장 싼 곳을 찾아다닌다. 하루는 3만 보를 걸은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두 달 동안 4860원짜리 수입 삼겹살을 딱 한 번만 사 먹을 정도로 식비를 아꼈지만, 수입(월 78만원)이 지출(월 92만원)보다 적어 가계부는 ‘마이너스’였다(표1 참조).
박희원(44)씨도 희귀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으로 심하게 몸이 떨리는 상황이지만 차비가 걱정돼 집에서 왕복 1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 동묘시장까지 걸어간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 싸게 처분하는 햄 따위를 사기 위해서다. 햄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아껴 먹는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동묘시장의 단골손님이다. 헌 옷, 헌 신발,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과 화장품 등을 살 수 있어서다. 가계부 조사 결과를 보면, 돈을 아끼려 ‘도심 한구석에 쑥이 자라는 위치를 봐뒀다가 캐 먹는다’ ‘시장에서 못난이 채소 등 상품성 없는 식자재만 파는 가게를 기록해놓는다’ ‘복지관에서 주는 국 1인분에 채소를 넣어 몇 끼니로 나눠 먹는다’ 등 식비를 아끼려는 온갖 방법이 등장한다.
25가구 가운데 60살 이상 노인가구(12가구)가 많긴 했지만, 30~40대 가구(9가구)의 밥상이라고 상차림이 더 나은 것은 아니었다. 김민환(36)씨는 위장병, 안질환, 뇌전증, 정신질환 등으로 요리가 힘들어 두 달 동안 78회 식사를 걸렀다. 하루에 세끼를 먹는다 치면 180회 식사했어야 하는데, 절반 가까이를 건너뛴 셈이다. 그나마도 라면을 먹은 횟수만 60회나 됐다. 손떨림이 심해 칼을 쓰지 못하는 40대 박희원씨, 우울증 탓에 집에 칼을 두지 않는 40대 이지환씨는 노동이 불가능할 만큼의 건강상태 때문에 수급자가 됐지만 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근 주민센터나 복지관의 ‘반찬 나눔’ 대상이 되지 못했다.
아ㅜ미친
폰팔이 씹새끼들...
통신비만 아니어도 하..;; 진짜
통신비 와……….진짜 어케좀 해봐 ㅠ정부가
와 폰팔이미친새끼들진짜.. 무슨 26만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