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걷않다
스압주의
BL주의
(bl물 흥행에 관한 다른 관점에서의 이슈는 부디 다른 글에서 이야기해주시길 여시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드라마 시맨틱에러(이하 드에러)의 성공 이후에
본격적인 BL 실사화, 양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취향의 파편화 양상에 따라 재편되고 있는 세계 콘텐츠 업계의 흐름에 발맞춰
근래 한국 BL 웹드 제작은 꾸준히 있어왔고
그만큼 조용히 망하고 묻힌 작품들도 수두룩함
그렇다면 한줌단인 기존 BL 소비층의 열광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의 파급력을 가져온 드에러는
다른 작품들과 어떻게 결이 달랐을까?
BL계 초인기작인 원작소설, 배우들의 서사 비하인드 등
과몰입 삼박자가 아주 잘 맞아 떨어진 작품임도 확실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신드롬의 중추에는
93년생 김수정 감독(이하 갓수정)의 심미안과 세련된 연출력이 있음
울긋불긋 단풍이 든 캠퍼스를 찍고 싶어
크랭크인 날짜도 무르익은 가을로 미리 확정해뒀다는 갓수정
배경을 통해 캠퍼스 청춘물 특유의 영상미를 예쁘게 살렸고
시청자들 또한 BL 장르의 매니악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청량한 로코물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움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함
극중 이성적이고 냉철한 공대생 추상우를 상징하는 파란색
자유롭고 감정에 솔직한 미대생 장재영을 상징하는 빨간색
대비되는 두 색상을 미장센으로 활용한 연출이 인상적임
상우가 조별과제에서 프리라이딩한 재영의 이름을 빼버린 일로 졸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재영의 일방적인 괴롭힘으로 시작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의상에서부터 철저하게 대비되는 두 사람의 색채로 표현됨
매일 캡모자를 눌러쓰고 다니는 상우의 젖은 생머리를 처음 본 순간
재영의 머리 뒤로 쏟아지는 황홀한 푸른빛 조명과
상우의 뒤로 흘러들어오는 따스한 주황색 가로등 불빛
각자의 프레임에 상대방의 컬러가 스며드는 연출을 통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함축적으로, 시각적으로 구현함
상우가 재영에 의해 의상실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스위치를 밟아 화려한 크리스털 조명이 켜지는 이 씬은
'상우가 재영의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여졌다'는 원작의 문장을 이미지적으로 구현한 것
"다채로운 빛으로 상우의 얼굴을 물들이면서 상우가 재영에게 감정적으로 동요되고 흔들린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재영의 컬러인 붉은 조명까지 켜진 아슬아슬한 공간에서
재영의 거침없는 플러팅에 성적인 끌림을 느끼는 상우
그런 두 사람의 첫키스는
빨강과 파랑이 섞여든 완연한 보랏빛 속에서 이루어짐
한편 배우들과 캐릭터에 대한 갓수정의 배려도 돋보였는데
우선 장재영 역의 박서함(신장 193cm)
비주얼로 다 죽일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겠다는 원작작가와의 약속을 위해 삼고초려 끝에 캐스팅함
177로 작지 않은 키의 박재찬이 먼저 캐스팅되었기에
상대역인 장재영의 싱크로율을 살리려 매우 고심했다고 함
그리고 추상우를 짝사랑하는 류지혜 캐릭터
두 남자 사이에 낀 여자 캐릭터가 방해꾼처럼 느껴지지 않게, 이용당하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얄밉거나 멍청해보이지 않으며, 할 말 다 하고 당당한 류지혜로 가자는 디렉팅을 김노진 배우에게 줌
그렇게 만들어진, 원작 대사에서 살짝 추가된 연적 씬
"그러니까 포기해. (상우에게 고백)해봤자 대답 뻔하잖아.
'미안, 그런 데 낭비할 시간 없어'."
"조언은 감사한데 참견이 좀 지나치시네요.
뭐 선배나 저나 비슷한 처지 같은데 제가 포기할 이유는 없지 않아요?"
추상우 역의 박재찬은 01년생, 촬영 당시 만 스무살
갓수정은 키스씬 촬영을 앞두고 구도에 참고할 레퍼런스 영상을 박서함에게 보냈으나
박재찬에게는 죄를 짓는 것 같아 차마 보내기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고 함ㅋㅋㅋ
대신 연애경험이 없어 스킨십에 서투른 상우의 내면을 섬세한 연출로 표현해냈는데
작업실에서 잠든 재영에게 충동적으로 입을 맞추고 도망갔던 상우가
쌔끈하게 입은 재영을 보며 자신의 뽀튀를 회상하는 씬에서
연기 디테일이 아주 살짝 다른 ng컷을 넣어
자신의 스킨십을 실제 한 것보다 미숙하고 어색한 것으로 왜곡하여 생각하는 상우의 서투름을 연출함
화제가 된 재영의 예쁜 얼빡샷은 상우의 시선을 투영한 것
재영이 눈을 뜨고 빼어난 미모가 주는 감흥이 극대화될 때
상우가 당황하는 감정이 시청자들에게도 이입되길 바랐다고 함
그리고 원래 대본상에는 키스씬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음
포옹이나 마주보고 웃는 정도로 하이라이트 장면이 마무리되는 것이 좀 아쉽지만
배우들에게 추가적인 스킨십을 강제할 수 없다고 여긴 갓수정은 액팅 지도에 있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해감
다행히 박서함과 박재찬이 서로 친하고 작품에도 진심인 덕에 여러 장면에서 키스씬과 애정씬이 추가되었고
모두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음
상우가 재영의 마음을 완전히 받아들인 순간
박재찬의 의견으로 추가된 농구장 뽀뽀씬
뽀갈 후 민망해하는 상우의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들여다보고
다시 끌어안으며 기뻐하는 액팅은 박서함의 아이디어
에필로그에서 재영이 노트북을 던지고 상우를 눕히는 것도 배우들이 현장에서 고민해 만들어낸 애드립
손깍지를 끼운 뒤
상우가 맞잡을때까지 기다렸다 쥐는 액팅은 박서함의 애드립
에필로그는 원래 마주보고 훈훈하게 웃다가 끝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여기서 키스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것 같다'는 로코 덕후 박재찬의 의견으로 키스씬이 추가됨
정해진 답이 있었으나 차마 먼저 꺼내지는 못하고 있던 갓수정은 그 말을 듣고 헤드폰을 집어던지며 감독실에서 뛰쳐나왔다고...ㅋㅋㅋ
추가로 소소하게 귀여웠던 연출
"(장재영과의 연애) 2주 정도는 괜찮지 않나..."
→ 옷에 yes! 👍
마지막으로 촬영현장 스탭들도 대다수가 여성들이었다고 함
결국 여성들이 향유하는 판타지인 BL을 여성들의 시선에서 매우 섬세하고 편안하게 구현했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결론 : BL 실사화를 할 거면 적어도 남감독들은 눈독 들이지 말자
(갓수정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다작하시길)
첫댓글 애초에 원작 저수리... 비엘 개많이 봤지만 시에러가 원탑임
ㅁㅈ 원작 자체가 저수리작인 것부터 .. 그리고 여성감독이라서
@열받으면눈알흔들림 ㅇㅈ 감독님도 잘 만났어
22... 원작선정도 기깔났음 졸라 재밌고 무게 잡는 가오쟁이공 아니라서 그나마 실사가 괜찮았지
나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김조광수가 비엘드라마 연출한다는 얘기 듣고 기함함
이 기사 보고 기함해서 이 글 썼잖아 세상에
오.. 그래 어차피 만들거면 여성감독만 만들어라
삭제된 댓글 입니다.
와ㅋㅋㅋ이런날이 다오네 여성감독을 선호하는판이라니 감독판 유리천장 장난아닌데ㅋㅋ
ㅇㄱㄹㅇ 남감독이 무슨 비엘을 찍어ㅋㅋㅋ진짜 업계 사람들이 더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뭔 이번에 유명작들 드라마화 되는거 보니까 걍 벨판에 대해서 1도 모르더라 ㅉㅉ
맞아 지금 흥행하는 다른 비엘 드라마인 나의 별에게도 여성감독인 황다슬 감독임 일단 감수성이랑 디텔이 달라 보는데 그 각도와 감정묘사는 진짜 뭐라 말할수없어 앞으로 많은 작품 부탁드립니다ㅠㅠ
비엘과 퀴어(맞나? 김어쩌구 감독 느낌말야)는 다릅니다.. 드라마화 안좋아하지만 할거면 시에러처럼 해라..
1차 비엘 소비 여성들이하는데 특히나 인기많고 비엘계의 바이블이라는 말까지 듣는 작을 만약 남감독이 했다?
여자들이 소비했던 포인트 뭔지도 제대로 못잡고 개같이 망쳤을 거라고 생각
사실 난 1차비엘 실사화에 긍정적이진 않지만 할 거면 무조건 여성감독이 해야됨
비엘을 남자가 감독하는게 말이 안 되지
누가 그걸 좋아해서 보는지 생각해보면
솔직히 캐스팅부터가 ㅈㄴ납득
앞으로도 시에러 뛰어넘을 비엘 없을듯
오.
이거 안봤지만 벨 아닌 헤테로 작품만봐도 왜 트와일라잇 1만 평이좋은지 아직도 남감독들은 이해못하고있나봄 모르면 외우던가 좀 꺼지던가 여성감독이 성공하니까 저정도는 할만한것처럼 보여서+돈벌어먹으려고 덤비는거 너무뻔함
22ㅋㅋ;;;
이거ㄹㅇ임 퀴어나 벨드에 편견있었던게 예전에 봤던 김조광수의 느끼한 연출때문이었었는데 거의 십년만에 첨본 시에러는 그런게 없더라고..시에러 이후로 계속 작품 잡혀있는걸로 알고있는데 앞으로도 승승장구 하셨으면
오호
맞아 영상미 굿.. 글고 원작이 졸라 재밌더라 혐관에서 스며드는과정 개잘씀 대사도 톡톡튀고ㅋㅋㅋ드에러땜에 리디 첨으로 결제해봄ㅋㅋㅋ
오……… 미쳤다
오...와 이래서 흥행한거였구나
연출 진짜 섬세하더라..캐스팅 고심해서 한 것도 그렇고 여자 제작진들이라 가능한 일
와 여시 글 잘쓴다...!공감하면서 봄..
섬세 천재 ㅠㅠ
레알쌉인정임 ! 갓수정없었음안됐음
진짜 여성의 점유물인데 배우가 남자인건 장르 특성상 당연할 수 밖에없지만 진짜 감독과 제작진은 무조건 여자여야한다고 다시 느낌
저기 여캐들 다 매력적이야
ㅠㅠㅠ 진짜 갓수정... 원작 연출 배우 삼박자가 미친듯이 잘 맞아떨어짐
불편한 장면 1도 없이 아름답고 아련하고 사랑스러웠음!! 감독님이랑 제작진 개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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