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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학교는 저녁 10시까지 남을 신청자를 받아 도서관에 모아서 자율학습을 시킵니다.
저녁 8시 반에 야간 자율학습 쉬는시간이 오는데 그 동안 친구들끼리 작당해서 라면을 끓여먹고 있습니다.
6개에 3천원 하는 라면 사서 사물함에 놔두고 한번씩 돌아가며 미리 5분전에 내려와 뜨거운물을 받아두는 치밀함을 보이는 우리들은....
재밌습니다....
아예 남는 쓰레기는 친구들 보라고 쌓아놓기 시작하고
뭐. 더 심한 대박도 터뜨린 우리반인데 뭔들 못하겠냐며 이제는 당당합니다... 자기 합리화
어쨌든
재밌게 봐주십시오 마녀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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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카데미 입학시험(1)
클라우드 오브 사우스 아카데미은 신입생을 받아들일때 1차적으로는 전부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면 대게 한 3~400명정도가 모이게 된다.
하지만 한 차례의 시험을 3일간 보고 난 뒤에 면접을 통해 완전한 입학을 받기 전 까지는 아직 그 아카데미 학생이 아니다. 즉 일단 입학 표가 아닌 정식으로 발급 받는 펜던트를 받아야만이 진짜 학생이라고 보는 것이된다.
하지만 그렇게 펜던트를 받는 사람중 대다수가 시험은 대충 치르고 면접을 본 귀족의 자제들이고 평민들은 그저 죽어라 노력을 해야 간신히 붙을 수 있는 것이다.
"근데 루나의 지식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확인 할 수 있을 까요?"
이젠 당연하듯이 아침 일찍부터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사루시안. 하지만 왠일인지 시렌은 그다지 크게 화를 내거나 쫒아내지 않았다. 아마 루나의 입학이 얼마 남지 않은 덕.
"그건 왜?"
"시험을 봐야 하니까요. 우리는 루나의 배경이 되어줄 수 가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루나의 실력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그도 그렇군. 그럼 어느정도가 되면 통과를 할 수 있는거지?"
사루시안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매우 쉽다는 투로 말했다.
"환 아시죠? 단의 동생. 그녀석정도 되면 C.S.(Cloud of South) 아카데미정도는 수석으로 입학 할 것입니다."
"환 녀석은 어느정돈데?"
다시 고민의 고민을 시작하는 사루시안. 아마 이번 질문은 사루시안에게도 쉽지 않은 모양.
"제가 이 대륙 전체 학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비밀 아카데미에서 수석까진 아니라도 차석을 달렸습니다. 그런 저랑 같은 나이대로 생각해 보자면 저보다 훨씬 윗줄이군요."
잠시 둘은 말이 없이 조용히 있었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치기 시작하는 시렌에 의해 도서관은 활기(살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 비밀 아카데미에서 차석을 달린 놈보다 윗줄이라는데 우리 루나라면 말 할것도 없잖아!"
잠시 귀가 멍멍한듯 멍하게 있던 사루시안은 다시 정신을 수습하고 변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굳이 아카데미에서 수석입학을 달릴 필요는 없죠. 대게 면접도 대충 보고 통과하는 아랫줄 귀족들이 150명 정도가 된다고 합시다. 그래도 그들은 기본적인 지식은 쌓고 옵니다.
거기다가 공부도 엄청 열심히 하고 집에서 이미 모든 교과 과정을 선생들을 통해 익힌 자제들이 50명 정도 될겁니다.
그럼 모두 200명정도의 입학이 이미 확정이 됬다는 소리가 되는데. 루나는 평민들 사이에서 상위 10등정도를 하지 않는다면 절대 붙지 못한다는 결론을 갖게 되는 거죠."
"그게 그거잖아! 수석만 상관 없으면 되는거냐! 이미 상위 10등이라는게 엄청난 부담이잖아!"
도데체 대부란 사람이 왜 이렇게 막나가는 건지 걱정이 드는 시렌이었다.
"사람말은 끝까지 들으십시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죠. 카르에제씨가 루나에게 또 특별하게 무언가를 가르쳤다면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이제서야 대부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사루시안을 바라보며 시렌은 잠시간은 매우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았었다. 아주 잠시간 말이다...
"도화는 파라딘이었다고! 지식따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
"대게 파라딘들은 교양을 따로 배워두지 않나요?"
이제는 아주 잡아먹을듯이 멱살을 잡는 시렌에게 아주 여유로운 모습으로 일관하는 사루시안.
"그건 고위 파라딘들의 일이지! 게다가 그는 고위 파라딘을 눈앞에 두고 아내와 이곳 어딘가에 있는 산맥으로 숨어들어갔다고!"
사루시안의 얼굴도 조금 굳어지기 시작했다. 무식한 파라딘이라.. 그건 옛날 이야기 에서나 나올 법한 존젠대 이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니...
"그럼 그의 아내라는 사람은?"
"그의 아내?..... 엄청난 백치에 머릿속에 든건 깡통밖에 없는 여자야!"
갑자기 화를 내는 시렌. 괜스레 위축된 사루시안은 결국 며칠 시험이 며칠 남지도 않은 지금이 자신 인생의 최대의 위기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불법 과외인건가...."
한편 얼마전 부러진 곳이 다 나아 이제 퇴원을 하는 가르시아 형제들은 힐러의 배웅을 받고 있었다.
"나 참. 나도 힐러짓 10년 가까이 해 봤지만 니들처럼 비정상적인 녀석들은 처음이다. 아무리 애들이 금방 금방 낫는 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거 아냐?"
"낸들 아냐? 남들보다 조금 일찍 붙는 뼈를 탓하지 말아달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단을 힐러는 아예 무시하며 고개를 돌려 환을 보았다.
"그런데 환이는 이번에 아카데미를 들어간다고?"
"그래. 이미 수석은 따놓은 당상..."
"... 이라고 사루시안이 말해줬겠지."
이미 상대의 대화 패턴을 간파한 힐러는 매정하게 말을 끊어버리고 드디어 자신의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뭐 이웃에 오랫동안 같이 지낸정이 있으니..."
"야 정은 무슨 맨날 치료비 뜯어가는 주제에."
아까의 복수를 위해 말을 중간에서 끊는 단.
"야 인마! 치료가 쉬운 일인줄 알아? 정신적 육체적 노동에 의한 보상이 그정도도 안된다고 생각하냐 이 머리까지 근육으로 찬 자식아!"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나와? 그리고 라루만 일이 쉬운줄 알아! 그 직업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더욱 크다는걸 넌 모르는거냐!"
갑자기 서로를 향해 핏대 세우는 그 둘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듯 한숨을 내쉬는 환.
"에휴. 그러니까 힐러형. 하려고 했던 말이 뭔데요?"
"으.. 응? 아 그거 말이지. 그래. 이거다. 내가 힐러 공부 시작할 때 부터 쓰기 시작한 펜인데. 이거 너 주려고. 아주 좋은거라 앞으로도 몇년은 끄떡 없으니까. 공부 잘해야 한다."
"네."
이렇게 일이 옆집 힐러형의 선물로 좋게 일단락 되면 얼마나 좋으려나....
"나참 내 동생은 네 구질구질한 펜 없어도 이미 그 아카데미의 장학금은..."
"나가."
"어때 할 수 있겠어?"
지금 사루시안과 시렌은 루나가 방금 풀어본 시험지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귀족 놈들이 30명만 더 없었어도 승산이 있을텐데..."
그러자 갑자기 사루시안의 뒤편에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하. 30명. 30명만 없어진다면 우리 루나가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다고?"
안광을 빛내며 당장이라도 바깥으로 튀어나가 30명이 아니라 300명을 쓸어버릴것 같은 기세로 검게 타오르는 시렌.
그런 시렌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는 사루시안. 나참 저렇게 쉽게 흥분해버리다니.
"마음은 알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죠. 괜히 일 저지르지 마시고 가만히 계세요."
괜히 말꺼냈다는 생각에 앞으로 저 마녀 앞에서는 무슨 말도 함부로 못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단 제가 가르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르쳐 보도록 하겠습니다만 아직 어린 아이니까 심하게 할 수도 없고... 여러모로 힘들겠군요. 3일이라니..."
"그런데 루나가 면접보는 날은 언제지? 면접은 이미 시작이 되었잖아."
사루시안은 루나가 본 시험지를 곱게 접어서 갈무리하면서 대답을 했다.
"그 면접은 로비입니다. 귀족들이나 보는 면접이죠. 그리고 그게 끝나면 루나 같은 아이들이 시험을 보고,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루나의 면접 차례가 오겠지요."
"복잡하네..."
이제 사루시안은 루나에게 가르칠 몇가지 기본 지식을 담은 책들을 도서 목록에서 찾아보고 있었다.
"뭐 그리 신경 쓰실건 없습니다. 루나는 비록 저래 보여도 잘 해낼 겁니다. 상위 10등은 왠만해선 면접으로 떨어질 염려가 없는 그나마 안정권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 운이 좋다면 저 정도 실력을 가지고도 충분히 붙을 수 있으니 그 운에 맡겨 볼 수 밖에요."
"결국..."
시렌은 평소 버릇처럼 던지듯 의자에 몸을 싣으며 말했다.
"운에 맡겨볼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형제는 먹을 것을 한 아름싸들고 돌아온 집의 싸늘한 냉기와 마주쳤다. 식탁에는 그저 사루시안이 남겨놓은 '갔다온다' 라는 아주 간편하고도 이해가 쉽게 가지 않는 메모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형. 이거 봐바."
동생 녀석이 갑자기 형을 불렀다. 단은 뭔데 그래? 라고 말 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환은 씨익 웃어보이더니 자신의 환수를 바닥에 놓고 뒤로 물러서고나서 명령을 했다.
"가람! 변해봐."
가람이라고 불린 환수는 몸을 둥글게 말더니 팍! 하고 쫙 펼치며 순식간에 샤냥개 크기로 변했다.
"뭐.. 뭐야?"
가람은 단순히 크기만 변한 게 아니라 외형도 늑대로 변했다. 푸른 구름을 안고 오만하다고 보일 정도로 당당하게 발을 땅에 붙이고 서 있는 늑대를 단은 흥미로운 듯 쳐다 보았다.
"어때?"
"휘유, 그냥 다람쥐가 아니라 괴물이었군."
감탄사를 날린 단은 몸을 서서히 낮췄다. 동생과 가람은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는 중에 단은 자신의 손을 내밀며 말했다.
"손!"
첼-세시리안의 아들이 운영하는 병원. 말이 병원이지 그냥 자기 집에 조촐하게 차린 약방정도의 크기였다. 그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이스트 스크롤'이라는 동방의 한 힐러가 쓴 책을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발전한 의술로 카노에 에서 먹고 살고 있었다.
그 의술은 약 뿐만이 아니라 '침'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치료술로 유명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실제로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손대지 못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고향에서는 아직도 침술을 사용한다는 말이 있어 세시리안은 갓 성년식을 마친 아들에게 약방을 맡긴채 여행을 떠나 그 아들이 지금도 약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럼 오늘 일은 여기서..."
"어이 힐러. 미친 개한테 물린덴 어떤 약이 좋냐?"
갑자기 불쑥 나타나 피가 철철 흐르다 못해 넘치는 손을 불쑥 들이대면서 묻는 단.
"으아아아 뭐야 이거!"
"쯧쯧 벼룩의 간댕이를 가졌나."
"야 인마! 노크는 하고 들어와야 할것 아냐! 그리고 '벼룩의 간을 내어먹어라' 겠지."
"깐깐하긴."
아무래도 이러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아 힐러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상처를 보았다.
"조금 심하게 물렸다. 뭐 약이나 빨리 발라줘."
"조금이 아닌데? 아마 보통 사람이 물렸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걸?"
"그거 칭찬이냐?"
"당연히 아니지."
"....."
이렇게 둘이서 미친 개한테 물린 상처를 열심히 보고 있을 무렵 도서관에서는 루나의 불법 과외(?)가 막 끝났다.
"루나야 어때? 재미있었어?"
"응, 엄청 재미있었어."
늘 그렇듯 해맑게 웃는 루나의 얼굴을 보며 시렌은 잠시 행복감에 빠졌고 멀찌감치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 지친 루시는 아예 난로가에 드러누워 일찌감치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선생님께선 별로 재미 없으셨나봐?"
벌써부터 강제로, 억지로, 막무가내로 공부를 시키면 루나가 무지 지루해 하거나 흥미를 잃을 염려가 있어 그는 루나가 이해하기 쉽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분량의 공부를 시키느라 굉장히 머리가 띵했다.
"그래도. 기본 지식은 있는 모양이네요. 쉽게 쉽게 알아듣는걸 보니...."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의 보람이라면? 상대가 그걸 스펀지 물 흡수 하 듯이 잘 이해해주며 참여하는것이 아닐까? 아마 그런 면에 있어서 루나는 썩 나쁘지 않은 과외 상대였을지도.
"그럼 루나가 아카데미에 들어가는건 시간문제.... 일까?"
조심스럽게 사루시안의 표정을 살피며 묻는 시렌. 루나는 자신의 이야기 인걸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르러 책의 숲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평민 아이들의 실력이 가장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상업이 발달한 카노에의 아이들은 대게가 루나정도 아니면 그 이상의 지식은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알았으니 그만 엄살부리고 일어나지?"
사루시안은 과연 어떻게 있었길래 그럴까? 바로 계단의 앞에 그대로 발라당 누워서 대자로 뻗어 있었다. 얼굴에는 생기가 하나도 없었으나 보람이라는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그는 시렌의 툭툭 건드리는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떠들었더니 기진 맥진 한게... 잠시만 누워있을테니 가만 나둬 주시지요."
하지만 가만 놔두라고 놔둘 시렌인가? 그녀는 더욱 사악하게 괴롭힐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뭐, 그렇다면야 잠시 누워 있으라고."
순순히 몸을 돌려 자리에 앉는 시렌. 그러나 그녀가 자리에 앉는 순간 시동어는 외쳐졌다.
"trick!(장난!)"
그녀의 말같이 장난스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루시안이 누워있던 카펫이 미친듯이 울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앗!"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몸을 가누지 못하는 스테파노를 마치 장난감 바라보듯 바라보며 아주 사악하게 시렌은 웃었다.
"호호호호호 이거 재밌네?"
그 와중에 사루시안은 자신과 같은 카펫 위에서 책을 읽고 있을 루나를 바라 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쳤다.
"애한테도 이러는 겁니....."
애한테도 그럴 마녀가 아니지.
"왜? 루나가 어쨌다고?"
엄청난 살상력을 지니고 있는 사루시안의 파동과는 달리 루나는 잔잔한 물결 과도 같이 루나를 간지럽 혔다.
'그렇군.. 그런거였어... 제길.'
심한 굴욕감에 시달리는 사루시안은 갑자기 마음을 안정시켰다 아니 얼렸다. 비록 몸은 맘대로 날 뛰고 있지만. 사제가 된 후 오랬동안 잡아온 그의 감정이 조용한 폭발을 하며 그의 온 몸을 싸늘하게 식혔다.
쾅!
손으로 강하게 카펫을 치자 별로 강하게 건 마법이 아닌데다가 '검은 칼' 마저도 아무런 노력없이 간단히 무화 시켜버리는 사루시안의 능력덕에 마법은 깨졌다.
"어라 끝났네?"
"이만 가보도록 하죠."
왠지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비록 말투는 겉으로 보기에 그 전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뭔가가 조금 달라졌다.
루나는 갑자기 저 사람이 왜 저러나 하고 봤지만 사루시안은 평소와 다르게 눈을 마주치지 않았으나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듯 간식이 올려진 식탁으로 걸어가고 사루시안은 조용히 옷 매무새를 만지고 들어왔던 때와 같이 딸랑이는 종소리를 울리며 나갔다.
"내가 조금 심했나?"
"심했지. 곤죽으로 만들 셈이었지?"
잠시 할 일을 찾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던 시렌은 그제서야 뭔가를 깨달은 듯 했다.
"저 사제가 루나의 대부를 그만두면 어떻하지!"
"뭐 그럴일은 없을거라고 보는데. 전에도 네가 말했잖아. 저 사제는 너를 죽여도 저 아이는 안죽일거다고..."
"....."
시렌도 조금 반성하는 기미를 보였으나 그걸 바라볼 사람은 이미 자신의 친구의 집으로 걸어갔다.
한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카노에의 라루만, 가르시아 단은 동생과 환수와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딸깍
"어, 사루형 왔네."
"저녁은 먹었냐?"
"아니. 오늘 저녁은 단식이다. 물 한잔만 갔다줘."
평소와 다르게 약간 얼굴이 초췌한 사루시안을 보며 단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 있냐?"
"아, 아카데미에 다닐 여자애 하나 만드는게 장난이 아니네."
자신이 올때 꺼내쓰는 침대위에 걸터앉는 사루시안은 로브를 벗지도 않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너 무슨 귀족한테 선생으로 초대 받았냐?"
"귀족? 귀족이라면 귀족이라고 할 수 도 있겠지."
카르에제 가문. 엄연히 귀족이다. 단지 도화의 파벌이 떨어지는 것일뿐.
"나 피곤하니까 먼저 잘게."
"야, 한잔 해야지."
그 와중에도 술을 찾는 술꾼 단. 그는 많이 마시는건 아닌데 기분을 내는걸 유달리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소망은 사루시안의 무지 피곤해 하는 얼굴과 이 한마디로 막을 내렸다.
"환 아카데미 시험 끝나면."
그리고 그대로 픽 쓰러져 자버렸다. 단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이불을 덮어주고 자신도 그만 잘 준비를 시작했다.
다음날. 날이 밝고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 도서관의 시렌과 루시는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주 중요한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그걸 꼭 해야 할까?"
"나참. 앞으로 며칠 보고 다시는 안만날 얼굴도 아니잖아. 그리고 솔직히 카펫에다 눕혀놓고 마구 굴리는거 잘못한거야. 그녀석 얼굴 못봤어? 우리끼리였으니까 망정이지 만약 대로(大路)에서 그랬다간 자결하거나 아예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지도 몰라."
바로 사루시안에게 어떻게 사과를 할까? 하는 것에 대한 의논. 하지만 고양이가 제시한 사과 방식이 매우 맘에 들지 않는 모양.
"어떻게 마녀인 내가 그런 짓을..."
"마녀는 여자 아냐? 여자의 가장 큰 무기는 눈물! 아무리 사제 녀석이라 해도 네가 눈물로 애원을 한다면 화를 풀어줄 지도 몰라."
"그 그렇긴 하지만..."
딸랑.
어김없이 울리는 종소리. 사루시안은 별로 화가 난 표정이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늘 그렇듯이 싱글벙글 헤프게 웃는 그런 얼굴도 아니었다. 마치 감정을 보이는 것도 싫다는 듯. 무표정하고 감정이라고는 깨끗이 지운 상태.
"저기... 스테파노?"
굉장히 익숙치 않는 이런 분위기에 머뭇거리는 마녀. 어떻게 하면 되냐는 눈빛으로 고양이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그저 고양이는 무책임하게 계속 하라는 표정.
"무슨 일이시죠?"
냉랭한 사루시안의 반응. 왠지 그 답지 않다.
"그러니까... 어제 일은 사과할게 받아... 줄거지?"
힘겹게 하는 말. 사루시안도 잠시. 아주 잠시지만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석고상 같은 상태가 유지되어서 그 반응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시렌.
"일단... 그 이야기는 수업이 끝나면 이야기 하지요."
당장의 대답을 피하고 책의 숲으로 향하는 사루시안을 시렌은 황급히 뒤에서 그를 잡아서 멈춰 세웠다.
엄청난 크기의 소매를 어정쩡하게 붙은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렌을 사루시안은 잠시 멍하게 바라보더니 갑자기 그녀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작스런 사루시안의 행동에 시렌은 어찌 할줄 몰라 당황했으나 그와 대조되게 사루시안의 얼굴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제 대답을 듣고 싶으신 겁니까?"
말을 할때 마다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차가우면서도 냉정하나 그 냉정에 스스로가 상처를 받는 그래서 떠돌아 다니는걸로 자신을 단련하려고 하고 오랫동안 단련을 해온 그 숨결. 시렌은 왠지 그 숨결이 자신의 얼굴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생각을 했다.
"으.. 응."
사루시안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제 저녁에 그녀의 반응에 대답할 것들은 이미 준비해 둔지 오래다. 하지만 왠지 그 반응들을 지금 보여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응?"
사루시안은 고개를 돌렸고 그 시선을 따라 시렌도 그 곳을 바라보게 되었다.
"저는 자주 해서 괜찮습니다만. 루나는 단식에 얼마나 익숙할지..."
식탁이었다. 늘 차려져 있었지만 오늘은 그녀의 고민사항 덕에 썰렁하기 이를데 없는. 그래서 루나가 굶고 있는...
"약속드리지요. 반드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잠시 참아주십시요."
그리곤 미련없이 돌아서서 책을 고르는 사루. 시렌은 아무래도 지금 대답 듣기엔 틀린것 같아서 포기하고 루나의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편 아침을 다 먹고난 환은 자신이 쓸 여러 학용품들을 늘어놓고 마치 전투를 앞둔 전사처럼 하나 하나 손질을 하며 정리를 하고 있었다.
"형 사루형은 어딜 그렇게 다니는거야?"
"사루시안? 나도 몰라. 그녀석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버리는. 그런 녀석이지. 아마 지금 다음 마을로 갔을 지도 모르고."
아침을 먹은 그릇을 씻고 있는 단은 동생의 아카데미 입학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특별휴가까지 받아서 지금 이렇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 이틀후면 시험이네."
"뭐 너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으니까 괜히 쫄지 말라고. 그런데 너 요즘 도서관에 안 가는것 같다?"
이제 그릇을 다 정리하자 앞치마를 대충 의자에 걸쳐놓고 자신의 검을 향해 걸어가는 단은 지나가듯 물어보았다.
"아, 잠시 이 환수 녀석이랑 수련을 하느라."
"수련? 무슨 수련?"
자신의 펜의 촉 상태라든가 잉크가 새는지 안새는지 확인을 마친 환은 필통을 정리하고 가방을 자신의 침대 위로 던졌다.
"그냥 몇가지 알아볼게 있어서 말야."
"네 환수의 감응력, 당분간은 아무에게나 쉽게 보여주지마라. 괜히 그런 일로 주목당하면 좋을게 없어."
이번엔 단이 자신의 무릎위에 칼을 올려놓고 손질을 시작했다. 비록 특별 휴가라고 해도 비상 소집령이라도 내린다면 바로 튀어 나갈 수 있도록.
"형 나 친구들이랑 놀다 올게."
"알았으니까 누구한테 들키지나 않게 잘해."
여기서 환의 친구들이란 괴물 다람쥐 처럼 작게 변해서 환과 같이 있지 못하는 여러 동물들을 말하는 것이다.
유달리 자연과의 친화력이 강해 지나가는 동물들과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환은 자기 또래의 남자아이들 보다 동물들과 지내기를 더 즐겨해서 이렇게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을 아침 일찍 성 밖으로 나가 한번씩 얼굴이나 보고 지낸다.
"걱정마시라고."
동생이 나가고 나자 무거운 고독이 단을 덮쳐왔다. 그러나 단은 그런 고독에 스스로 잠겨 시간이 멈춘듯한 공간에 동화되어가며 칼을 닦았다.
"그가 받아들였을까?"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혼잣말을 하는 고요한 도서관의 주인 여자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오랜 친구 루시와 인생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거의 반반이지. 하지만 만약 나였다면 아직 화가 덜 풀렸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그렇지..."
시렌은 자신의 앞에 놓인 자를 집어 들더니 아무런 의미 없는 박자로 책상을 툭툭 치기 시작하다가 문득 깨닫은게 있어서 인지 자의 움직임을 멈춰세웠다.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때문에 초조해 본적이 몇번이나 있었지?"
약간의 씁쓸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커다란 도서관을 채워나가다가 서서히 희미해지며 사라져갔다. 루시는 그런 시렌이 고민 하건 말건 바구니에 누워 부드러운 이불에 몸을 누이며 실 타래를 마구 헝클었다가 다시 뭉치기를 반복했다.
"이런 나 때문에 그가 화를 낸것일까?"
전혀 고양이 답지 않은 손놀림으로 실타래를 완성하는 놀라운 묘기에 눈길을 주지 않은채 그녀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솔직히 이제까지 도화나 루나 이외에 감정을 가져본게 얼마나 있을까?"
시렌은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보이더니 서서히 검은 오라를 발산해 보았다. 오로라가 진해지면 진해질 수록 그녀의 우수에 찬 눈동자는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이 기운 덕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피한다고 생각했었어."
검은 오라를 뿜어대는 손을 책이 쌓여있는 곳으로 뻗었다. 책들은 서서히 검은 기운에 딸려오고 그들 스스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원을 그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부모님도 아카데미의 친구들도 나의 이 모습을 보고 나를 멀리하게 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지."
책들은 이제 일렬로 죽 정렬을 하더니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는 것 처럼.
"하지만 알고보니...."
마지막 책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삶이 피곤하고 지쳤을 때 읽어주는 이야기.'
"내가 그들을 피하는 거였어.... 상처받을까봐.... 상처받기전에 피하고 싶었던 거였어..."
시렌은 무의식적으로 마지막 책이 내려앉기 전에 끌어당겨 자신의 앞으로 가져왔다. 노인과 청년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는 삽화가 눈에 들어왔다. '따뜻하겠다....'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들은.... 늘.... 내게 다가오고 싶어했었는데....."
책은 정리되었지만 정리된 것은 없었다. 오히려 복잡해졌다.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그가 사과를 하고 난 다음에 나는 뭘 해야 하는거지? 이제부터라도 착실하게 도서관의 마녀가 아닌 도서관의 사서로 지내야 하는건가?
'머리가 아파'
단순한 생활 패턴으로 지내오던 머리가 오랜만에 작동을 하려니 부작용이 있나보다 멍하다. 느낌이 없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의자에 몸을 맡겼다.
"언니, 어디 아파요?"
"응?"
어느새 수업이 끝났는지 루나가 옆에서 걱정스런 눈길로 쳐다보았다. 시렌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늘어졌던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아. 별거 아냐. 저기 루나야. 언니 심부름좀 다녀올래?"
"네."
"이거 세일이 빌려달라던 책인데 아직 갖다주지 못했거든. 그리고 이걸로 오면서 맛있는거라도 사먹어. 알았지?"
"네. 다녀올게요."
딸랑이는 소리와 문이 닫히는 소리. 세일의 의류점은 여기서도 상당한 거리이다. 시렌은 담판을 지을때 루나의 모습에 구애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는 둘을 이어주는 매개체 이기도 했지만 둘의 대화가 끝까지 가지 못하게도 했던 것이다.
"사루시안. 이제 저에게 하실 말씀을 준비하셨나요?"
'내가 그를 이름으로 불러본게 얼마나 되지?'
"네."
루나가 사라지는걸 확인한 사루시안은 그녀를 마주보며 서 있었다. 의자에 앉은 그녀도 일어나 사루시안을 응시했다. 그는 준비가 되어있겠지만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두려워....'
그녀의 이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루시안은 흠흠. 목을 가다듬더니 천천히 말을 했다. 서두름도 재촉도 없이...
"솔직히 그때 걱정했었습니다. 저 아이가 받는 편애에 익숙해지거나 차별에 무감각해지는것을... 그래서 당신과 한바탕 싸워서라도 아이를 제가 데려가 키우는걸 고려해봤습니다."
비록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느꼈을 감정은 시렌에게 확실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더 두려워했다. 이제까지 상처받지 않으려고 유지해온 자신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 느끼게 될 감정에...
"하지만 역시 당신이 키우는 것이 저 아이를 위해 좋을 것 같군요."
"어째서지? 나같이 자기 중심적이고 차별이 심한 마녀에게 너무 관대한거 아냐? 만약 동정심에서 그랬다면 난..... 거절하겠어"
마지막 말을 매정하게 외치지 못한 자신을 다시 되돌아 보는 시렌.
'왜 그랬지?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사루시안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한차례 심호흡을 했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나서 그는 한발짝씩 그녀에게 걸어나갔다.
"제가 말 했나요? 저 아이에게 제가 걸어온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다고. 버려지는 것. 한번 그 기분을 맛본 저는 해맑게 웃는 아이의 얼굴에 그런 일그러진 감정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아요."
"버려지는게 아냐. 너한테 가는거잖아. 어줍잖은 말장난은...."
"저한텐 그럴지 몰라도 루나한텐 그게 아닙니다. 그 아이는 당신과 함께 지내면서 행복해 하고 있어요. 그런 행복을 깨고도 자기 위안을 하며 지낼 용기는 제게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든 당신은 그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요."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놓이자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시렌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감정은 요동치고 있었다. 미처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나도 커다란 상대. 사루시안이 아닌 그녀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있을 그녀에게 스테파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뢰를 확실하게 보이며 말을 맺었다.
"전 그 생각을 한번 더 존중해볼 생각입니다."
존중.
'이게 나에게 가장 필요한 단어가 아니었을까?'
존중을 받고자 했으나 존중을 바라는 태도가 잘못되었던 그녀는 마치 확인을 바라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나는... 마녀잖아.... 너.... 사제가 맞는거야?"
망설임, 믿을 수 없음, 처음 이 감정들이 섞여서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 처럼 떨리는 목소리는 마지막에서 피식 웃음으로 바뀌었다.
"전 당신이 마녀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또 사제가 맞기 때문에 당신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거죠. 만약 제가 사제가 아니라 싸움만 아는 망나니였다면 이런 모습은 아마 없었겠지요."
다시 그 친절한 웃음을 보이며 손을 내미는 사루시안. 그런 모습을 시렌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자신의 자존심과 소망을 지켜준 그의 배려에 그녀는 진정으로 열린마음으로 악수했다.
어두운 도서관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 그런 모습이지만 이상하게 그들의 화해는 그 어느 도서관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중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그들이었다.
'화해라... 사제와 마녀와의 화해? 뭐 좋아. 저들이 선택한 일. 굳이 내가 바꾸게 할 필요까진 없을것 같군.'
검은 고양이 루시. 그도 그가 모르는 새에 조금씩 그들과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첫댓글 역시 소설 잘쓰십니다~! 다음편 기대할게요
와 감사합니다...
화해... 좋은 거죠//ㅂ//
아마 이번편이 저에게 가장 고비였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