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량권 일탈' vs "정당한 절차"…교육부, 안산 동산고 자사고 유지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자율형사립고 처리문제를 놓고 교육당국과 진보교육감들이 다시 충돌했다.
교육부는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경기도교육청의 요구를 거부한데 이어 자사고 재평가 작업에 착수한 서울시교육청에 대해 "법령에 규정이 없고 재량권을 일탈했다"며 압박했다.
이에대해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재평가는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며 자사고 재지정 권한도 교육감에 있다"고 반박하는 등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경기 안산 동산고를 자사고로 잔류시키는 등 서울을 제외한 10개 시·도교육청의 11개 자사고가 모두 재지정됐다고 13일 밝혔다. 교육부는 10개 교육청으로부터 11개 자사고에 대한 운영 평가결과를 제출받아 이같이 결정했다.
10개교는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지정'을 받아 자동 연장됐고, 안산 동산고는 경기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를 받았지만 교육부가 이에 제동을 걸면서 가까스로 구제됐다.
우선 평가과정에서 70점 기준 점수를 통과해 자사고가 자동 연장된 학교는 부산 해운대고, 대구 계성고, 광주 송원고, 울산 현대청운고, 강원 민족사관고, 충남 북일고, 전북 상산고, 전남 광양제철고, 경북 김천고, 포항제철고 등 10곳이다.
이중 광주 송원고는 성적제한 없이 추첨으로 신입생을 뽑는(현재는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30%내 추첨 선발) 등 세부 조건을 놓고 광주시교육청과 협의 중이다.
경기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탈락에 해당하는 '지정 취소'를 받아 폐지 위기에 몰렸던 안산 동산고는 교육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자사고 간판을 유지할수 있게 됐다.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경기교육청의 요구를 교육부가 거부한 것이다.
앞서 경기교육청은 자체 평가결과 기준 점수를 못 채운 안산 동산고에 ‘지정 취소’ 결정을 하고 교육부에 지정 취소 사전 협의를 요청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안산동산고에 대한 자체 평가에서 지정 취소 기준인 70점 미만이 나오자 교육부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밟았다.
교육부는 "안산 동산고의 평가결과가 기준점수 이하였다는 점은 인정되나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며 "향후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건학이념에 따른 학교운영이 가능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교육부는 "안산 동산고가 재정관련 지표에서 특히 낮은 평가를 받은데는 전국 자사고 중 유일하게 학급당 학생수를 40명으로 하고 등록금도 일반고의 2배 이내로만 받도록 한 경기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조건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산 동산고가 자사고 지정 당시의 승인 요건을 위배하거나 중대한 입학부정 및 부당한 교육과정을 운영한 사실이 없다"며 "고유한 건학이념으로 다양한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충원율이 높고 전출학생비율이 낮으며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안산 동산고의 2014학년도 학생충원율은 100%이며, 2011∼2013학년도 전출학생 비율은 1.1%(자사고 전체평균 4.1%), 학생·학부모 만족도는 조사 실시 11개교 중 5위, 교원 만족도는 8위를 차지했다.
교육부는 동산고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지 않는 대신 학급당 학생수 감축, 법인전입금 증액 등에 대해 경기교육청과 협의할 계획이다.
경기교육청은 교육부의 '부동의' 의견을 마지못해 수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이달초 기자간담회에서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에 대해 "교육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교육부는 올해 평가 대상 25개교 가운데 14개교가 집중돼 있는 서울교육청에 대해선 "지난 6월말 완료된 평가를 다시 평가해 당초 결과와 다르게 지정취소 결정을 한다는 것은 법령에 규정이 없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자사고 취소와 관련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평가대상 14개교 중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 자사고 평가지표를 전면 재검토해 이달말까지 '종합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평가 결과 지정 취소 후보 대상인 학교를 대상으로 청문회 및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10월에 최종 퇴출 학교를 발표한다. 적용시기는 2016학년도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운영 성과 평가와 관련한 협의 요청이 오지 않아 교육청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교육청과 서울지역 자사고간에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 향상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서울지역 자사고 평가가 6월말 끝났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반박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 작업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질문에 대해 "전임 문용린 교육감이 자사고 1차 평가에 대해 결제하지 않았고, 나도 2차 평가에 대해 결제하지 않았다"면서 "법적 의미에서 자사고 평가는 6월말 완료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고 재평가가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 아니라는게 자문 변호사의 판단"이라며 "황우여 신임 교육부장관이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있으니 향후 상호 존중하는 방향애서 자사고 평가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 교육감은 "이재정 교육감이 교육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은 어짜피 경기지역에 자사고가 1개밖에 없으니 교육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뜻"이라며 "그것이 (교육부는)부동의하십시오. 그러면 (교육청은)받아들이겠습니다 하는 차원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조 교육감은 "법적 자문에 의하면 자사고 재지정 협의권은 결정권이 아니며, 실제 결정은 교육감이 한다"며 "자사고 재지정 권한은 교육감에 있다"는 당초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