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4일 토요일 날씨:하루종일 구름, 저녁 때 1시간정도 우박을 동반한 소나기
-산타마리아 Santamaria- 오후
조금 앞에 마을이 보인다 아네Ane라는 마을이다
오늘은 산타마리아까지는 너무 멀어서 이마을에서 잘 계획이다
마을에 들어가서 알베르게 표시를 따라갔더니 문이 잠겨있다
다시 돌아나와서 마을 회관같은 곳으로 갔다
건물 앞에 서너명의 남자들이 서서 이야기들을 하고있다
스탬프 찍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한 남자가 회관 뒤쪽으로 갔다가 나오더니
나를 보고 그리로 오라고 손짓을한다
바 처럼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막 점심을 끝냈는지 열댓명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자리를 뜬다
그 중 한 사람이 스탬프를 가져와서 찍어준다
알베르게를 물으니 문을 닫았다면서 산타마리아까지 가란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진다
그 곳까지는 앞으로 10km는 더 가야만 된다
그러나 어쩌리...어떻게든 가야지...
시간은 걱정없다 해는 9시30~10시나 되야 지니까
스페인 사람들이 왜 시에스타(낮잠자는시간)가 있는지
스페인을 오기전에는 이해가 안됐는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낮시간이 이렇게 기니까
낮에 두세시간 잠을 자거나 쉬지 않으면 정말 피곤하겠다
근데 지금까지 잘 참아주던 날씨가 비가오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그늘을 만들어 주어서 뜨겁지않게 편하게 걸을 수 있었는데
점점 하늘에 먹구름이 시커멓게 끼이더니
천둥번개가 치면서 우박을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진다
지금까지 살면서 TV뉴스에서나 보고 들었는데
팥알만한 우박을 직접 맞기는 내 평생에 처음이다
팥알만한 얼음덩이가 땅바닥에 굴러 떨어지는것이
처음에는 참으로 신기하고 보는것이 재미있다
그것도 잠깐, 길 방향이 왼쪽으로 바뀌면서
뒤에서 맞던 우박과 소나기가 정면으로 때리니
모자를 쓰고 우의를 입고 배낭을 맸으니 상체는 괜찮은데
무릎아래로는 우박을 맞으니 따가울 정도로 아프다
이제는 빗줄기도 더욱 굵어지고 우박도 콩알만하다
바람도 불고 천둥번개가 계속 친다
빗물이 신발 안으로 들어와서 양말까지 다 젖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마을이라고는 보이지않고
시커먼 구름으로 덥힌 넓은 하늘과 땅이 경계도없이
마치 샌드위치처럼 나를 가운데 두고 찍어 누르는것같은
그래서 나는 그 가운데에서 헤어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꼴이다
내 평생에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그래도 웬지 그리 무섭지는 않다
단지 배낭의 무게와 한발한발 떼기가 발목이 너무 아파서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싶은 생각뿐이다 ㅠㅠㅠ
이런 상황으로 세시간 동안 걸었다
겨우 마을에 도착...
빨리 어디라도 들어가서 주저앉고싶다
화살표를 따라서 부지런히 간다
마을회관 같은 곳을 지나는데
바에서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가 들려서
무조건 문을 밀고 들어가니 열명도 넘는 남자들과
두세명의 여자들이 모두 동시에 쳐다본다
몇명의 남자들은 술을 마셨는지 취기가 있어서 계속 떠들고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
아마 내 모습이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라 의아했을것이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알베르게를 물으니
두명의 남자가 밖으로 나와서 어느방향으로 가라고 가르켜준다
죽을힘을 다해서 가르쳐 준 곳으로 가니까 성당이있다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없는지 대답이없다
화살표가 보이길래 따라갔더니 이방향은 마을을 벗어난다
다시 되돌아와서 아까 가르켜준 사람들은 못 미더워서
두리번거리니까 건너편에 다른 바가 보인다 또 무조건 문을 밀고 들어갔다
이 곳에도 술에 취한 사람들이 떠들고 있다
카운트로 가서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호텔이 어디있느냐고 물었다
그 여자는 내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한쪽 테이블에서 카드를 가지고 놀고있는
나이가 좀 든 여자에게 가서 뭐라고한다
그 녀가 카운트로 가면서 전화 해 줄테니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비옷을 벗어서 배낭에 걸쳐놓고 의자에 앉았다
곧 쓰러질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정신이 좀 든다
그런 와중에 술취한 남자 하나가 다가와서 "카페, 카페"라고한다
아마도 커피를 한잔 사 줄테니까 마시라고 하는것 같다
커피는 한잔 마시고 싶지만 저녁 때라 마실 수도없다
스페인의 커피는 어찌나 진하든지 아침에 한잔 마셔도 그 날밤에 잠을 못잔다
입도 띨 기운이 없어서 고맙지만 사양한다고해도 계속 뭐라고한다
전화를 한참 하더니 그녀가 나한테로 와서 호텔에서 사람이 온다고 잠깐 기다리란다
호텔비가 아무리 비싸도 무조건 들어갈 작정이다
힘들어서 죽을것 같은데 돈이 문제냐...빨리가서 침대에 눕고싶다
조금 있으니 남자 한사람이 문을 밀고 들어온다
그녀가 그사람을 따라가란다
돌덩이같이 무거운 배낭을 힘겹게 둘러메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 남자를 따라 나섰다
그 남자가 뭐라고 스페인어로 하는데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조금 걸어 가더니 호텔이 아니고 일반 가정집 같은곳을 열쇠로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는 열쇠 꾸러미에서 열쇠를 한 개 떼서 나를 준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이층침대 세개가 나란히있다
가만히 안을 살펴보니 봉사자들이 운영한다는 알베르게이다
그 남자가 누구한텐가 전화를하더니
한시간 후에 영어를 하는 사람과 같이 올테니 그 때 문을 열어주란다
순간 온수기 스윗치를 올려주고는 좀 기다리면
뜨거운 물이 나올거라면서 그 때 샤워를하면 된다고...
그리고 순례자카드를 확인하고 스탬프를 찍어주고 갔다
한 쪽에 도네이션 바구니가있다 숙소비는 기부제다
시계를 보니 오후7시이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침낭을 꺼내 들어가서 누웠다
침낭 안에 들어가 자는것이 이렇게 편한줄 처음 알았다
아마 엄마 자궁 안이 이렇지 않을까...좀 살것같다
그런데 왼쪽 어깨 목덜미가 근육이 뭉쳤는지 아프다
머리도 아프고...발목도 아프고...온몸이 장난이 아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약을 먹기위해서
우선 남아있는 빵을 버터를 발라서
절인 올리버랑 함께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고는
근육 이완제 두알과 감기약 한알을 먹고
발바닥과 발목 전체에 멘소레담을 듬뿍 바르고 다시 누웠다
오한도 좀 난다 담요를 침낭 위로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잠깐 잠이 들었나...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문을 여니 아까 그 남자랑 또 한 남자랑 서있다
안으로 들어 오더니 자고 있었냐면서 깨워서 미안하다고 영어로 말한다
계시판을 가리키면서 규칙을 읽어봤냐고 묻길래 읽었다고...
고맙지만 대답하기도 귀찮아서 빨리 내 보낼려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식사는 어느쪽으로 조금가면 레스토랑이 있으니 그곳에서 먹어면 되고
이것저것 몇가지 알고 있는것들을 더 설명해 주고 편히 쉬라고 하고는 갔다
추워서 전기히터를 켰다 조금 있으니 따끈따끈하다
젖은 양말과 장갑 그리고 바지 아래 쪽만 빨아서 히터에 걸쳐놓고
젖은 등산화도 얹어놓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밖은 아직 흐리지만 어둡지는않다
시계를보니 9시가 조금 넘었다
내가 스페인에 온 후로 밤을 본 적이없다
캄캄해지기 전에 잠자리에 들어서 아침에 일어나기 때문에
정말 낮이 길다
처음으로 알베르게라는 곳에 들어갔다
알베르게 봉사자도 참으로 친절하고 알베르게도 깨끗하다
힘들었던것이 싹 풀리는 기분이다~
약 33km를 걸었다
오늘은 정말 길고 긴 하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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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마을, 오늘은 이 마을에서 묵을 작정이다~아침 8시부터 걸어서 지금 4시다.
8시간째 혼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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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것인지 마을 입구에 놓여 있는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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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찾아가 본 알베르게라는 곳 그러나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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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 들려서 물으니 묵고 가는 순례자가 없어서 문을 닫고 여름에 문을 연다고...
스탬프만 찍었다. 다음 마을까지는 두시간 이상 가야하는데,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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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던 날씨가 갑자기 변해서 소나기와 우박이 쏟아지다니...
그래서 이후의 사진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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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빗속을 한시간 이상 걸어서 겨우 마을에 도착...
그렇게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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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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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경비- 0
첫댓글 안녕하세요 여행방 회원님들 여러분~그 동안 장기여행으로 중지했던 스페인 카미노 여행기 다시 올림니다~~~^*^
잘 다녀 오셨군요. 스페인 여행기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카페지기님~~~^*^
대단하신 둥근돌님..
정말정말 대단하십니다..
언니 더운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카미노 데 산티아고~~ 여행기 다음 편!! 아주 궁금 했어요.발칸 반도 잘다녀 오시고 건강한 모습
반갑습니다~~ 몇번이고 다시 보기를 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