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의 입회자는 선풍기뿐 바람이 그녀의 몸 위를 두리번거리네 어젯밤 이 방에서 움직이던 두 개의 장난감 중에 하나는 멈추고 하나만 남아서 여전히 심벌즈를 두드리듯 바람의 손뼉을 치고 있네 방은 뚜껑이 열리지 않는 유리병처럼 밀봉돼 있고 냉장고 안에선 생선이 썩고 그녀의 입 속에선 혀가 썩네 좌로 한 번 우로 한 번 몰려다니는 통에 고장 난 그녀는 도저히 잠깰 수 없었다네 몸속에 플러그처럼 박힌 아기를 잘라버리자 이제 열린 책처럼 알몸으로 펄럭거리는 그녀 아무것도 더 할 일은 없었다네 들숨 날숨 바쁘게 공기를 갈아줄 일도 없었다네 전력 회사와 아직도 연결된 불쌍한 선풍기만 벙어리 증인처럼 그녀의 뺨을 이쪽 한 번 저쪽 한 번 밤새도록 갈기고 있었을 뿐
첫댓글 죽은 사람에 대한 사물화와 움직이는 사물에 대한 의인화가 등가적이어서 죽은 여자가 고장 난 물건이 되는 것과 함께 움직이는 선풍기는 살아 있는 인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