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입니다.
30년 전 광주항쟁이 있었던 날입니다.
잠시 지리산엘 갔습니다. 여긴 지리산 자락 신촌마을입니다.
제주에도 신촌이 있습니다. 48년 3월 '신촌회의'라고 부르는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던 마을입니다.
'신촌회의'의 결정이 궁금하신 분은 저에게 따로 물으시기 바랍니다.
지리산에 와서도 제주 이야기가 나오는 군요.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꿍꿍이 풀로 알고 있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나오질 않는군요.
아시는 분?
다음에서 '꿍꿍이 풀'로 검색하는 모니터 첫 화면 MY소셜에 이런 글이 링크되어 있군요.
http://cafe.daum.net/nocement/SRGr/112
'트윗 강정당' 당주인 김세리님의 글입니다. 아주 명문입니다.
제가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이 글은 정말 칭찬합니다.
전남도지사와 맞짱뜬 그리고 공사중지 약속을 받아낸 김세리입니다.
글 내용 중에 '꿍꿍이'가 들어 있어 검색에 걸린 모양입니다.
내용 중에 나오는 사진의 섬진강가 푸른지붕 집이 제가 사는 곳 입니다.
산골 다랭이논들은 모내기를 위한 물대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제주사람들에겐 낯선 풍경입니다.
제주엔 논이 없기 때문입니다.
강정마을에 조금있었지만 그야말로 '코따까리' 정도입니다.
육지껏들은 그런 논들을 '삿갓배미'라고 부릅니다.
삿갓 하나 걸치면 감춰질 정도로 작은 논이라는 뜻이죠.
그래도 강정에선 자랑이 대단합니다.
이런 보리밭 풍경도 드뭅니다.
아니 제주에선 볼 수 없습니다.
'보리밭에 부는 바람' 이라는 켄로치 감독의 영화가 있습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땅과 자유'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켄로치의 영화들을 구럼비바닷가에서 상영하면 멋들어지게 어울릴것 같습니다.
방법을 모색해 봐야 겠습니다.
삼화실마을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마을에 공연을 왔더군요. '구멍난 양말' 이라는 밴드입니다.
지리산 악양에 사는 친구들 입니다. 가운데 놈이 작년에 초딩이었는데 중딩이 되었다는군요.
멋진 놈들입니다.
6월 둘째 주 토요일 구럼비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곧 강정마을 입구에 '구멍난 양말' 공연 현수막을 걸겁니다.
강정의 초딩 중딩 고딩들 다 불러 모아 함께 놀아봅시다.
삼성과 대림은 먹고 살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지만
전 먹고 살기 위해 자연과 함께 합니다.
구럼비에 시멘트를 쳐붓는 삼성건설 공사관계자의 자조적인 한마디가 기억납니다.
"그러고 보니 발길 닿는 곳 마다 자연을 파괴하고 있네요."
자연 파괴 전문가들입니다.
19일 새벽 지리산에서 일출을 찍기 위해 올랐지만 도와주질 않는군요.
이 또한 제주에선 만날 수 없는 풍경입니다.
굼틀거리며 수없이 이어지는 산들. 능선들.
구럼비의 모든 분들께 지리산의 정기와 바람을 전합니다.
지리산에서 내려와
09:4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광주로 달려가는데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긴급상항! 경찰병력 투입! 주민들 체포!"
12:28분,
상황은 이미 끝난 뒤 였습니다.
백여명의 경찰병력과 서귀포경찰서 형사들 삼성 대림 공사하는 놈들이 동원된 군관민 복합 작전이었습니다.
저놈들이 지금 만들고 있는 해군기지도 '관민복합 미항'이라고 떠들고 있지요.
그 자리에 있었거니 늦게 달려온 구럼비 지킴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덟명을 불법체포해 갔더군요.
내려오면서 머리 속에 그렸던 그대로 군요.
대책위원장 고권일, 최성희, 정경보, 김종환 .... 그리고 넷.
당연히 잡혀갔어야 했던 '송박사'가 빠졌군요.
고권일 최성희와 양윤모 다음 구속자로 일이번을 다투고 있었는데 의외였습니다.
하우스 지붕에 쇠사슬로 목을 묶어 버텼더군요.
그 많든 현수막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저 놈들이 다 가져갔습니다.
제 집도 없어 졌습니다.
제주의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꽁꽁 묶어두었던 끈들을 모조리 끊어버리고 구석에 쳐박아 놓았더군요.
다른 건 몰라도 전 오히려 고맙웠습니다.
이 놈들이 텐트를 옮기면서 폴대를 부러트렸더군요.
또하나 텐트 안에 두었던 삼각대도 망가트렸더군요.
비닐에 쌓여있는 저 작은 텐트 얏보시면 안됩니다.
히말라야 로체사르 정상에 갔다왔던 텐트입니다.
제게 준 그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마운틴하드웨어 트란고'라는 제품이고 가격은 990,000입니다.
그리고 트라이포드, 그냥 삼발이 라고 부릅니다.
텐트 안에 두었던 삼발이, 지 놈들도 졸라 삼발이 찍어내고 있으면서 제 삼발이는 부서놓았습니다.
맨프로트 116Mk3 라는 제품이고 가격은 270만원입니다. 요것도 이름값 하는 놈입니다.
아는 사람은 압니다.
95년에 샀으니 나와 함께 16년을 산 놈입니다.
그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진 놈이죠. 그러다보니 엄청 무겁습니다.
요즘은 카본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볍죠. 대신 그만큼 더 비쌉니다.
한라산 백록담 촬영을 갈 땐 둘이서 번갈아 들고 올랐습니다.
이런 역사를 품고 있는 텐트와 삼발이를 망가트렸으니 제가 참을 수가 있겠습니까.
월요일 요 쌍놈의 새끼들 다 고소할 겁니다.
형사 민사 둘 다 걸겁니다.
그동안 이 자식들이 '업무방해'로 벌금 때린 것 보단 약하지만
정신적 피해보상과 촬영 업무방해 까지 천만원 손해배상 청구할 겁니다.
저 놈들이 만드는 삼발입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외우지도 못하겠습니다.
모양도 무게도 기능도 다 다른 삼발이들이 쌓여갑니다. 언젠간 우리가 물러넌더면 바다에 투하될 놈들입니다.
삼발이를 샇아 둘 터를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범섬까지 밀어버릴 태셉니다.
몇 일 전까지 문화재청에서 지표조사하던 곳 입니다.
몇 년 전까진 강정사람들이 논밭으로 사용하던 터 입니다.
이 바다 끝에서도 농사가 가능했던 건 물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정이었고 그것도 일강정이었습니다.
담수가 부족한 제주에서 강정은 사시사철 흐르는 천을 둘이나 가지고 있습니다.
악근천과 강정천입니다.
강정은 척박한 제주 땅에서 '상대적' 풍요의 싱징이기도 했지만 그기엔 또한
그만큼의 땀과 눈물이 필요했을 겁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뿌린 만큼 거두었겠죠.
"강정애긴 곤밥 주겐 허민 울곡 조밥 주겐 허민 안 운다."
제주엔 이쁜 말들이 많습니다. 옛 고어들도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깍, 소, 여, 개,....
가운데 있는 것이 모살덕입니다.
꼭대기엔 비석이 있었고 비석 아래에 130여년 전에 돌아가신 하원마을 강 씨 어르신의 무덤이 있었지만
해군기지 건설 때문에 2010년 6월 24일 이장했다고 합니다.
'개구럼비당'입니다.
지금은 많이 허믈어지고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제주에서 한다하는 '한진오'를 모셔다가 일부러 여길 보여줬더니만 한다는 소리가...
"이게 뭔 당 이우꽈? 이전에 쓰던 해안초소 같은 거지...."
아주 지랄을 합니다. 지랄을. ㅎㅎㅎ
가방 끈도 길고 풍물 민요에도 일가견 있는 한진오가 말입니다.
돌고래를 여기선 곰세기라고 부릅니다.
세 번이나 만났지만 너무 멀고 빠르게 지나가 제대로 찍지를 못했네요. 언젠간 만나지겠죠.
저 바닷속엔 연산호가 군락을 지어 살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나팔고동, 둔한진총산호, 금빛나팔돌산호, 자색수지맨드라미, 해송도 살고 있습니다.
요즘들어 구럼비 바위들이 부쩍 붉어졌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겠죠.
'블루힐' 친구들입니다.
점점 다가오는, 내내 시끄러운 굉음을 내는 불도저를 바라보며 다들 열받습니다.
밤까진 다들 풀려날거라는 소식을 들으며 다시 돌아섭니다.
20일 06:50분
송박사입니다. 송강호.
구럼비의 아침을 기도로 여는 사람입니다.
하루밤 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방방곡곡의 구럼비동지들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들어 보내준 감동의 현수막입니다.
되돌려 받은 건 받은 거고 현수막을 불법철거해 가져 간 놈들을 고소했습니다.
현수막은 우리들의 사유재산입니다.
이건저들이 절도에다가 강도짓을 한 겁니다.
공사하는 놈들은 불법적으로 현수막을 가져갔고
경찰놈들은 체포영장도 없이 불법적으로 사람들을 체포해 갔습니다.
전국의 시민단체 대표와 실무자들이 다녀갔습니다.
최우선적으로 '전국적인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금은 범도민대책위원회지만 곧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겠군요.
해무가 밀려옵니다.
늘 그렇지만 구럼비 바닷가의 변화무상과 사시사철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는 것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구럼비 바위 틈에서 꽃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위들이 민물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품안에 꽃들이 피어납니다.
나도 저 처럼 누군가의 품이 될 수 있을까요?
갯까치수영입니다.
노란 유채꽃이 지고 샛노랗든 벌노랑이가 시들어가니 새하얀 갯까치수영이 피어납니다.
물냉이. 유채꽃, 벌노랑이, 물솜방망이, 암대극, 염주괴불주머니, 갯장구채, 땅채송화, 순비기, 가는잎부들, 무릇,
땅나리, 부처꽃, 선인장, 닭의 장풀, 흰꽃여뀌, 고마리, 개머루, 골등골나물, 띠, 억새, 들국화, 갯사상자, 층층고랭이 ....
이미 구럼비에서 만났거나 앞으로 만날 꽃들입니다.
삼발이들이 점점 쌓여갑니다.
여러분들의 구럼비방문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랍니다.
너무 늦어버린다면 저 삼발이들과 시멘트들만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서둘러 주십시요!"
"도와 주십시요! "
"들리지 않습니까?"
"보이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 달려와 주십시요! "
제가 꽃들의 품이었듯이 제 품이 되어주십시요!"
"저들을 막아 주십시요!"
체포 연행되었던 최성희님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어제 제주지법에서 양윤모 3차 공판이 있었습니다.
김세리님이 변호인측 증인으로 참가했습니다.
대기실을 지나다 우연히 최성희님을 만났습니다.
포승줄에 수갑까지 채워져 있더군요. 양옆으로 경찰 둘이나 지켜 서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이 놈의 민주공화국의 인권은 일제강점기 때와 하나도 나아진게 없습니다.
변화만 있었을 뿐입니다.
개자식들입니다.
와락 눈물이 났습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겨우 한마디 내뱉었습니다.
이제 좀 쉬시라고... 우리가 또 이어갈테니...
잠시 침묵으로 말할 때 누군가 대기실로 들어섰습니다.
서귀포경찰서 지능범죄 수사팀 중 한 '분'입니다.
느닷없이 최성희님이 주먹을불끈 쥐고 고함을 지르더군요.
"저 놈이야! 깡패새끼 서귀포경찰서에서도 가장 나쁜 놈이야!"
그 놈이 누군지는 다음에 한번 제대로 다루겠습니다.
자료를 모으는 중입니다.
현수막은 대부분 회수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한 땀 한 땀으로 만들어진 현수막
끝까지 지켜내겠습니다.
옥중 단식 45일 째 입니다.
영화평론가 양윤모를 석방하라! 해군기지 불법공사 중단하라! 폭행경찰들 징계하라!!
서명 부탁드립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06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