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빅 시사회.
좋은 시사회를 마련해 주신 익스트림 무비에 감사드립니다.
쌍제이의 야심작.
스타트랙 인투 다크니스를 보고왔습니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칸'이 악당으로 나온단 첩보로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죠. 지난 리붓 아닌 리붓 비기닝의 성공으로 그 기대치가
더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 다크니스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커크와 스팍은 여전히 툭탁거리면서도 나름 즐거운 우주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커크의 즉흥적 판단력이 문제가 되어 엔터프라이즈의 선장직에서 물러나게되죠.
우울해하던 찰라 스타플릿 시스템을 노린 테러가 일어나고 대책회의까지 기습당하는
멘붕상태가 벌어집니다. 범인은 스타플릿 소속의 엘리트 존 해리슨
분노와 복수심에 그를 잡으로 출격한 커크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단걸 알게 됩니다.
자수한 존 해리슨은 커크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죠. 그건 바로 스타플릿 내부의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저는 사실 스타트랙의 팬이 아닙니다.
스팍이라는 이름과 그의 흥미로운 헤어스타일과 인사법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뭔가 스타트랙과 관련된 창작물을 보며 흥분하거나 감동한 일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제대로 접한 결과물이라고 해봤자. 쌍제이의 비기닝 정도가 되는 겁니다.
저처럼 짧은 인연으로 이 프랜차이즈를 접한 사람과 원래 팬덤에 속해 있다가 리붓 아닌 리붓이 된
성공적인 지난 극장판을 접한 사람들은 아마 감회가 다를 거에요. 저는 그 분들의 감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겠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지난 극장판이 시대의 뒤처짐을 따라잡기에도 성공했고
그러면서 발생하는 웃긴 세계관의 변화 : 왜 지난 시리즈와 같은 세상 속의 캐릭터들이 확 세련되어졌나?
(그러니까 스타워즈 123에선 더욱 심각하게 발생했던: 왜 지난 시리즈보다 과거인데 더 빠르고 멋진가?)
또한 웜홀을 통한 평행우주를 따오면서 재미있으면서 능률도 좋게 해결했다. 라는 겁니다.
스타트랙 다크니스(이 후 걍 다크니스)는 이 평행우주 속에서 벌어진 칸과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편을 보지 않았거나 제대로 보지 않았다면 평행우주에 대한 기본적 전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을텐데
영화는 중간에 대놓고 '저번엔 어떻게 이겼수?' 라고 물어보며 이 영화 밖 상황을 이용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것이 영화의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면 티비시리즈-구극장판-신극장판(엥? 에바냐?) 를 섭렵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굉장히 불친절한 영화가 될 수 있겠지만 그냥 떡밥 정도로만 언급이 될 뿐입니다.
저처럼 예전 창작물을 전혀 보지 못한 관객도 다크니스를 따라가고 즐기기에 무리가 없단 얘기죠.
하지만 여전히 불친절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칸은 설정상 유전자 공학으로 탄생된 우울한 개체이고
그 우월한 패밀리들과 함께 체제전복을 시도했다 추방당한, 비운의 야심가죠. 영화상에서 찔끔 찔끔
언급이 되지만 그렇다고 이 설정이 인상깊게 느껴질 정도의 연출은 없습니다.
에이 알고 있잖아 뭘 그래. 하는 거죠. 대신 설정상의 모호함은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네딕트 컴버배치의 훌륭한 카리스마로 덮어지곤 합니다. 그가 화면에 나와서 뭔가 멋진 걸 하고 있으면
저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눈을 뗄 수 없구나. 라고 중얼거리게 되는거죠.
쌍제이의 영화가 언제나 그러했듯 영화는 어떤 균질적인 웰메이드를 지향하기보단
부분부분의 큰 매력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블록버스터로서의 위용이 느껴지는 이미지적 과시는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기존 설정과 새로운 설정을 마음껏 활용하는 시나리오도 영리하지만
어떤 극적인 갈등문제는 사실 허무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고
그건 영화의 운명이 달린 클라이막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쌍제이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 3이 분명 매력있고 재미있었지만
토끼발 탈취씬과 클라이막스에서의 악당 처리를 어떻게 했었는지를 돌이켜보면
대충 어떤 뉘앙스인지 아실 겁니다. 미묘한 문제는 이게 단지 쌍제이의 연출실력 부진이 아니라
이 양반이 클라이막스 배치를 흔드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고 있단 인상이 짙단 겁니다.
물론 이 기존구도와 맞지않는 갈등해소를 들고 나오면서도 그가 쫄지 않는 건
그걸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즐거운 대중영화를 만들 수 있단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고
대부분의 경우 그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먹히곤 했다는 겁니다.
물론 클라이막스의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말이죠.
어쨌든 이렇게 큰 규모의 싸이파이영화를 볼 수 있단 건 즐거운 일이에요.
차후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로 갈아탈 쌍제이의 행보가 참 부럽기도 합니다.
잘 살린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도 그가 떠난 후 훌륭한 감독선정으로 승승장구 했으니
스타트랙도 괜찮은 감독을 물색해서 앞으로 몇년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길 바래보겠습니다.
이런, 쌍제이와 칸에 대해 얘기하느라 우리 엔터프라이즈 식구들에 대해선
제대로 얘기도 못했군요. 그런데 정말 그런 영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