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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5월25일, 날씨: 구름 그러나 대체로 맑음
- 산타마리아의 하루 -
맨소래담의 효능을 예전에 정말 몰랐다
어제밤, 왼쪽어깨 근육통과 양쪽 발목에 맨소래담을 덤뿍 바르고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짓말처럼 말짱하다
눈은 떴지만 침대에 누워서 생각에 잠겼다
오늘 다음 목적지로 출발을 해야 하나
아니면 별로 볼것도 없는 이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쉴까 하고...
알베르게는 마음에 들었다
아마 하루에 5유로 정도 놓고 가면 될것같다
그리고 어제는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랬지만
왁자지껄한 그 바도 마음에 들어서 저녁에 한번 들려보고 싶기도하고...
방명록에 기록한것을 보니까 내가 643번째 묵고가는 순례자이다
이 알베르게는 2006년 8월에 오픈했다고 기록되어있다
혹시나 하고 처음부터 살펴봤더니 코리안은 내가 처음이다
대부분이 스페인 내국인들이고 가끔 가까운 유럽인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한국인으로써 내가 처음 이길을 간다는것이 뿌듯하다^^
명분을 가지고 명예롭게 그리고 당당하고 본보기가 되도록 처신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결정했다 이 곳에서 하루 더 쉬기로...
사실 어제 33km을 걸어서 힘이 들었다
다음 목적지까지 20km이상을 걸어야 하는데 무리일 것같다
8시30분,일어나서 세수도 하지않고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이 맑다, 우선 슬슬 걸어서 동네 바깥쪽으로 한바퀴 돌았다
동네가 작아서 한바퀴 돌아보는데 한시간 정도 걸렸다
가다가보니 어제 들렸던 바 앞을 지나길래 안을 힐껏 쳐다보면서 지나쳤다
그랬더니 어제 그 봉사자가 안에서 나오면서 나를보고 들어오라고 손짓을한다
들어가니 어제 본 젊은 친구들 몇명이서 아침 해장을 하는지 떠들고있다
봉사자가 뭐 마실꺼냐고 묻는다 그래서 커피를 시켰다
조금 있으니 아줌마들, 아저씨들이 들어와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떤다
외국영화나 소설같은데서 본 풍경이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봉사자랑 스페인어 회화책을 꺼내서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이름이 뭐냐?"
"호세 안토니오..."
"나이는?"
"48세..."
"결혼은?"
"독신..."
"누구랑 살고있나?"
"부모님은 돌아 가시고 혼자 살고있다..."
"아이엠 쏘리...직업은?"
"농부..."
신상조사 끝 ㅎㅎㅎ
이 친구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뭐 특수작물이 아니고 기계를 사용해서 밀농사만 짓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단다
키도크고 인물도 괜찮구만 왜 장가를 못갔나...
내가 빵도 사야하고 물도 사야하는데 수퍼가 어디있느냐고 물으니
수퍼는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다면서 자기가 빵집을 가리켜 주겠다면서 일어났다
내가 커피값을 내려고 하니까 손을 내 저어며 자기가 낸다
고맙다는 말을 회화책에서 찾아서 스페인어로 말했다
빵집으로 가서 바게뜨를 하나사고
물은 주유소 매점으로가서 1.5리터짜리 한병을 샀다
그리고 헤어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영어하는 친구가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할 수 있다고했다
아까 호세에게 물어니 아마 11시쯤에 문을 연다고...
바게뜨빵을 조금 먹고 11시까지 침대에 다시 누웠다
11시다 창문으로 밖을 보니 햇빛이 보인다
이번에는 양치와 세수만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나왔다
성당앞을 지나는데 문이 열렸다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문을 열어놓았나 보다
안으로 들어가니 코로 들어오는 메케한 곰팡이 냄새같은게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과연 놀랍다!!!
세고비아에 있는 대성당처럼 구조는 비슷한것 같은데
정원을 둘러싼 사각으로 된 회랑에 세워진 기둥 윗쪽의 조각들이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 때의 생활상을 잘 표현해놓았다
배가 고파서 레스토랑으로 가려고 밖으로 나오니
길 건너편 바 앞에 안토니오가 서있다
그도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며 나있는쪽으로 온다
그러더니 내가 안들어 가 본 줄알고 안으로 들어가자네
그래서 나도 안 들어가 본 척하면서 다시 따라들어갔다
사실 한번 더 보고싶은 조각들이었다
이 성당이 지은지 600년이 나 되었단다
안토니오는 입으로는 스페인어로 말하면서
바디랭귀지로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해 준다
어쨌던 나도 잘 알아 듣는다^^
다 돌아보고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미사가 있다면서 본당으로 데리고간다
본당입구 바닥에 노란 꽃들과 보라색 꽃들을 뿌려놓았다
들꽃들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허브향이 코로 들어가서 온 몸을 정화시켜서
기분이 날아갈것같고 상쾌하다
본당입구 문위에 장식된 성자들의 조각들도 너무나 정교하다
그러나 아깝게도 머리들을 많이 부셔놓앗다
내가 계속 뷰티풀를 날리니까 안토니오도 우쭐해 하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이 성당도 다른 성당과 마찬가지로 앞쪽은 화려하지만 분위기가 다르다
바닥이 두꺼운 통나무로 되어있는데 오래되어서 밟으니 삐거덕 소리를 낸다
나무판은 크기가 관뚜껑처럼 보이고 손으로 열 수 있게 홈이 파져있다
내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모두 무덤이란다 어림잡아 뚜껑이 200개는 넘어보인다
흐미야!!! 우리가 관위를 밟고 돌아 다니다니...
마드리드에서도 어느 성당같은 곳을 들어갔을때
바닥이 무덤으로 되어있는데 대리석이었다
내가 너무나 흥미로워하니까 안토니오가 점점 신이났다
미사를 준비하는 한 남자에게 가더니 뭐라고 하고 오더니
나보고 이층으로 따라오란다 이곳은 성가대들이 성가를 하는곳으로 알고있다
한쪽에는 거대하고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너무 오래되어서 많이 낡아보인다 그래서 사용은 안하고있다
지금까지 내가 여행하면서 여러 성당들을 방문해 보았지만
웅장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섬세하고 품위가 있어 보이는 성당은 처음이다
마드리드 순례길을 개척한지가 10여년이 좀 넘었고
이 곳 알베르게가 오픈한지가 2년정도...겨우 하루에 한명정도 묵고갔다
물론 자전거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았을것이다
그들은 대부분이 스페인 내국인들이고 산티아고 가는것이 목적이라
이런 굉장한 성당을 못 보고 그냥 지나갔을것이다
미사가 1시에 시작하는데 10분정도 남았다
안토니오가 나를 성당 뒤쪽으로 데리고간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천정이 원형으로 된 곳인데
현재 전시회나 세미나실로 사용하는것처럼 보인다
안에는 한 남자가 신문을 보고있다
동네가 작아서 다들 서로 아는사이다
안토니오가 여기는 와인을 보관했던 곳이라고 하는것 같다
그러면서 마시는 흉내를낸다
마침 사람이 있어서 안토니오랑 기념 사진을 한장 찍었다
시계를 보니 1시다
다시 본당쪽으로 오니 미사를 보려고 남녀노소가 다들 차려입고 안으로 들어가고있다
어제 저녁때나 오늘 아침에 동네를 둘러볼 때 조용하니 사람들이라고 안 사는 것 같았는데
이런 시골 작은 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멋있는지...
마침 어제 영어를 하는 친구를 만났다
미사를 잠깐 보려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안토니오는 안 들어간단다
왜 그러느냐니까 표정이 좀 애매모호하다 그러면서 손을 흔들고는 갔다
내 생각에는 나이가 들도록 장가를 못갔는데
모두들 가족과 함께 손에 손을잡고 미사를 보는데 좀 거시기했나보다...
잠깐 들어가서 한쪽에 앉아있다가 배속에서 꼬로록 소리가나서 나왔다
레스토랑으로 가는데 몇집들이 대문앞에 성모마리아 상이나 예수님 상을 놓고
단을 꾸며놓고 그 앞에는 방석을 놓고 주변은 성당 앞처럼 꽃들을 뿌려놓았다
참으로 신기하고 궁금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니까 생선과 갈비 요리 두가지가 메인이다
내가 밥을 찾으니까 스페인 전통요리 빠예야를 권한다
마드리드에서 한번 먹어봤는데 입맛에 맞길래 그걸로 시켰다
바게뜨빵 한조각과 함께 나왔다
콜라 한병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배가 부르다
근데 참 희한하다 왜 서양음식은 먹고나서 물을 마시면 이상할까
한국에서도 피자나 스파게티를 먹을 때는 꼭 콜라를 마시게된다
나는 평소에는 절대로 콜라를 안마시는데...
레스토랑을 나와서 숙소로 가는길이 성당쪽으로 가는데
이런 휭재를~~~마침 미사를 마치고 앞쪽에 사제라고부르나...?
젊은 남자 아이와 여러명이 깃발을 들고 그 뒤로 화동 세명이서 장미꽃잎을 뿌리고
그 뒤에는 남자 네명이 신부님 위로 흰포장을 들고 있고
그 뒤를 많은 사람들이 행렬을 지어서 따라오고있다
이런 광경은 처음본다
이 행렬은 아까 지나가면서 궁금해하던 대문앞에 차려놓은 곳으로가서
신부님이 준비해놓은 방석위에 꿇어 앉아서 기도를 해 주신다
너무나 멋지고 재미있어서 나도 사진을 찍으면서 따라갔다
그렇게 차려놓은 집이 다섯집이었다
내생각에 아마도 좋은 일로 축하기도를 해주는것이 아닌가싶다
뭔지몰라도 나도 기쁘고 행복하다
그 행렬은 이렇게 동네한바퀴를 돌고 성당으로 들어갔다
너무나 감동적인 광경이었다
이마을에 현대문명의 잔재인 아스팔트와 자동차가없고
말과 마차들이 있었다면 완전히 중세시대의 모습이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뭘하고 하루를 보낼까했는데
이 얼마나 보람차고 멋진구경을 했는지...일요일이라서 가능하다
앞으로 이 순례길이 알려지고 많은 순례자들이 지나간다면
오늘 내가 올라가본 이층 성가대는 아마도 출입금지가 될것이다
산타마리아는 꼭 토요일에 도착해야 일요일날 성당을 방문할 수가있다
오후 5시30분,지붕으로 난 창으로 햇빛이 들어온다
일기를 쓰다가 잠깐 누워서 햇빛을 향해 눈을 감았다
어제 생각하면 햇님이 너무 반갑다
일분도 채 안되어서 작은 창으로 햇빛이 지나가버렸다
밀린 일기를 다 쓰고 쉬고 그리고 저녁을 먹었다
9시쯤 바로갔다 안타깝게도 문이 잠겼다
바가 마음에 들어서 분위기를 카메라에 좀 담으려고 갔는데...아쉽다
할 수 없이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방명록에 첫번째 방문한 한국인이라고 글을 남기고
내일아침에는 일찍 떠나야하기 때문에 기부금 바구니에 이틀치 10유로를 담아놓고
안토니오에게 회화책에서 찾아서 스페인어로 호의에 감사하고 즐거웠다고 쪽지를 남겼다
오래 돼 보이는 투우경기장...카메라 렌즈에 다 안들어가서 반으로 나누어서 찍었다^^
납작한 돌들로 벽을 얼마나 잘 쌓았는지 안을 볼 수가 없다...겨우 뚫어진 돌벽사이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공동묘지-유럽에는 공동묘지가 동네 가까이에 주로있다
600년 된 성당...
입구에 들어서는데 오래된 건물에서 나는 매케한 냄새가 난다
시계는 작은데 부속품은 엄청크다 ㅎㅎㅎ
1861년에 제작된 종...안토니오가 바디랭귀지로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회랑의 돌기둥 위에 그 때의 생활을 정교하게 조각해 놓은것...
본당앞에 뿌려놓은 허브향의 꽃들...향기가 너무좋더라~
성자들의 모습을 새긴 조각들인데 머리를 많이 부셔놓았다
화려한 성당 앞쪽...나무관으로 된 바닥과 대조적이다
한쪽 벽면에는 프레스코 벽화도있다...
너무오래 되어서 부서진 파이프오르간...
비록 부서지고 먼지를 뒤집어서고 한쪽에 방치되어있지만 노란 금장식은 빛이 난다...
이층 성가대에서 본 교단...
이층 성가대의 나가는 문...
성당안의 오래된 무덤들...알고보니 좀 오싹한 느낌,
그러나 매주 일요일마다 이곳에서 미사를 올리니 죽은자와 산자가 늘 가까이 한다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
성당 안에도 허브향이 가득하다~
미사를 보기위해서 정성껏 차려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간다...
왼쪽에 키큰이가 안토니오,오른쪽 남자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 두사람 다 호스피탈리오이다
예쁜 우체통~
집앞에 차려놓은 예수상...
안토니오가 준 허브...
도네이션 소쿠리옆에 있는 노란 화살표 마크를 하나를 안전한 순례를 위해서 작은 가방에 달았다...
오후 5시30분, 정확하게 해가 지붕으로난 창을 지나간다
*tip - 성당안과 이벤트를 보려면 꼭 토요일 저녁에는 도착해야함
*일일경비- 빵,물: 1.30 점심: 8.00 오렌지쥬스: 1.50 알베르게 기부금: 10.00
합계- 20.80유로
첫댓글 잘 보았어요.. 편하게 구경 잘했네요 ㅎ
둥근돌님 수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