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성모님이 나타나셨어요 - 프랑스 루르드
루르드 성모, 죄인들 회개 위한 기도 당부
대구대교구청내 성모당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제 제29호)
초대 교구장 드망즈 주교는 부임 직후 루르드의 성모님을 교구 주보로 선포하고,
성모님께서 주교관과 신학교를 건립하고 주교좌성당을 증축하도록 도와주시면
루르드의 성모동굴과 닮은 성모동굴을 지어 바치겠다는 허원을 드렸다.
그 세 가지 청이 모두 이루어짐에 따라 드망즈 주교는 허원한 대로
성모당을 건립하여 1918년 10월 13일에 축성하였다.
동굴 위쪽에는 허원한 연도인 1911과 그 허원을 채운 연도인 1918이 새겨져 있으며,
두 숫자 사이에 새겨진 ‘EX VOTO IMMACULATAE CONCEPTIONI’는
‘원죄 없으신 잉태께 바친 허원에 의하여’라는 뜻이다.
1789년 프랑스에서는 대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혁명 주동자들은 프랑스 국교였던 가톨릭교회를 완전히 파괴하려 했습니다. 당시 가톨릭교회의 상징이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훼손됐으며,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추방되고 살해됐습니다. 이토록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던 프랑스에 성모 마리아는 자주 발현하셨습니다. 가톨릭교회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프랑스 교회를 걱정하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나타나실 때마다 눈부시게 빛나셨지만, 표정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루르드에 발현하신 성모님
1858년 2월 11일,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기슭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루르드 근처 마사비엘 동굴에 성모님이 나타나셨습니다. 1854년 12월 8일 복자 비오 9세 교황이 성모님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을 믿을 교리로 선포한 지 3년 2개월 되던 때의 일입니다.
가난한 물방아 집에 태어난 성녀 베르나데트(벨라뎃다)는 13살이 됐을 때, 마사비엘 근처에서 땔감을 줍다가 동굴 가운데 나타난 거룩하고 아름다운 젊은 부인을 보았습니다. 바로 성모 마리아였습니다.
흰옷을 입고 허리에 푸른 띠를 두른 성모님은 손에 흰 구슬과 금줄로 된 묵주를 쥐고 계셨습니다. 아울러 맨발로 장미꽃 두 송이를 밟고 서 계셨습니다. 놀란 베르나데트 성녀는 곧장 묵주 기도를 바쳤습니다. 묵주 기도가 끝나자 젊은 부인은 사라졌습니다. 베르나데트는 집에 돌아와 마사비엘 동굴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였으나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부인(성모님)은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18번에 걸쳐 베르나데트 앞에 발현하셨습니다. 2월 25일 9번째 발현 때, 성모님은 베르나데트에게 “샘물을 마시고 얼굴을 씻으라”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셨습니다. 그쪽을 바라본 베르나데트는 의아했습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물이 나올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 가리킨 곳을 파보니 물이 솟아올랐습니다. 이 물은 지금까지도 병자들을 영적으로 치유하고 있습니다.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16번째로 나타나신 성모님은 베르나데트에게 당신이 ‘원죄 없이 잉태된 자’라고 밝히셨습니다. 이로써 성녀는 부인이 성모 마리아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성모님은 “이곳에 성당을 세우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베르나데트에게 “앞으로 많은 고초를 겪을 것”이라며, 그 보상으로 이 세상이 아닌 하느님 나라에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베르나데트는 그 말씀대로 성모 발현 목격 후 많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거나, 성모님을 이용해 큰돈을 벌고 있다는 의심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성녀는 이처럼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수군대는 많은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베르나데트는 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 감사하며,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22살이 되던 날인 1866년 7월 8일 그는 느베르 애덕 수녀회에 입회해 평생 자신을 감추며 침묵과 기도·희생·봉사 속에 수도생활을 했습니다.
성모 발현 목격자로서 성녀 베르나데트는 특별한 은혜와 주님의 각별한 사랑에 감사하며 순명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가톨릭교회는 1862년 성모 발현을 공식 확인하고, 1891년 첫 발현일인 2월 11일을 기념일인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로 정했습니다. 이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요청하기 위해 1992년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정하고, 병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0월 20일, 박모란 클라라(인천교구 박촌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