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는 마을 버스안은 항상 내게 있어 무겁고 지치는 데
그건 하루의 삯을 끌고 온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어서다
내가 사는 곳은 마을 버스의 종착역이다 종착역은 태평양 약국 다음이다
단골로 가는 과일 가게가 있다 태평양 약국 옆이다
밴드가 떨어지면 나는 태평양 약국으로 간다 가끔 후시딘이나 소독약도 산다
태평양 약국은 허름하다 약국의 문도 청소되지 않는 먼지낀 구정물 투성이의 미닫이 유리 문이고
골목의 모서리에 어느 방향 똑바로 눈뜨고 있지 못하는 약국은 태평양 약국이라는 커다란 간판만 지고 내가 마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몸이 돌아가는 차가 돌아가는 바람이 돌아가는 그 구석에서 태평양 약국은 나를 본다
모르겠다 이건 뚝뚝 떨어질 만한 소소한 일상의 재채기 인지 아주 작은 일에 마음이 쓰이거나 요즘처럼 날씨까지 추워져 내 삶이 가엷게 까지 여기는 그런 저녁에 나는 태평양 약국을 휘감아 돌며 마을 버스 안 한쪽으로 기울어져 포개어져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약국에서 약 하나 살 수 있을까-
여기 이 마음은 반투명 밴드가 필요해요
아저씨 후시딘 주세요
아저씨 박카스랑 진통제 주세요 카페인 없는 걸로요
아저씨 오늘 하루는 참 허덕이는 아파하기에도 힘든 하루 였어요 아저씨 작은 간편한 약하나 추천해 주세요
그럼 태평양 약국은 예의 그 멋들어진 간판 어구의 드넓은 포구처럼 무언가 희끄무레한 약을 건네 줄 거 같다
"이번 정거장은 태평양 약국, 다음 정거장은 종착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