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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자식한테 무엇을 물려주지?
대학을 나와 군대 갔다 왔다니 서른쯤 된 것 같다. 칠은 물론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고 나이 든 아저씨들에게 커피도 타 바치고 일이 끝나면 빗자루를 들고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고 맨 나중에 현장을 뜬다. 주인아저씨의 외아들이라고 했다. 힘에 부쳐 가게를 아들에게 넘기려고 밑바닥 일부터 배우게 했다는데, 아들도 선뜻 응했고 학원에 다니며 건축사 일, 실내디자인 일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아주 작고 단순한 칠 가게였던 곳을 업그레이드시켜 2대가 계속해서 가게를 할 생각을 하니, 남의 일인데도 뿌듯했고 가게에 신뢰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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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들 알 것이다.
저런 자식을 둔 부모는 얼마나 행복할까. 잘 키웠다고 생각했다.
큰 손자가 여섯 살인데 아침 여덟 시에 학원에 간다. 떨어져 사니까 못 보지만 뻔하다. 어린 게 얼마나 일찍 일어나기 싫을까. 처음에는 저항(?)을 하더니 이제는 체념했는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직접 물어보고 싶지만, 손자 녀석 마음 아파할까 그만뒀다.
▲ Photo by Rikarus |
아들한테 그거 안 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난감한 얼굴이다. 남들 다 하는데 안 할 수도 없고 며느리가 우긴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에게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며느리 마음도 이해한다. 젊은 애들이 남의 자식들과 왜 비교를 안 하겠는가. 내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무랄 수도 없다. 설사 그것이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해도. 과외비 마련하느라 파출부 일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친구들도 말한다. 집에 어린 손자 놈들 밤늦게 파김치가 되어서 들어오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단다. 자신들이 초등학교(초등학교) 다닐 때 저러지들 않았어도 학교 잘 다니고 중 고등학교 대학교 다 잘 마쳤는데 요즘은 왜 저 지랄들인지 모르겠다고 한탄이다.
더 말할 것도 없다. 제도 때문이다. 제도를 만드는 사람 때문이다.
교육제도가 그렇게 되어 먹었다. 경마장에 경주마처럼 옆은 가리고 앞으로만 달리게 해서 이겨야 산다. 투견처럼 이겨야 산다. 투계처럼 이기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표현이 좀 심하지만 까놓고 말해 오십 보 백보다.
공정택 같은 사람은 지금 죄짓고 벌 받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사람이 교육대통령이라는 서울특별시 교육감 자리를 차고앉아서 황제처럼 맘대로 권한을 휘둘렀다.
그러니 교육이 제대로 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공정택 같은 사람을 누가 뽑았는가. 우리 국민이다. 자식들이라면 벌벌 떠는 사람들이 어째 교육감 선거에는 그토록 신경을 끄고 있었을까. 공정택 사기에 걸린 것이다.
6.2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전국 교육감 선거는 공정택 같은 사람 뽑지 말자는 선거다. 어떻게 안 뽑는가. 안 찍으면 된다. 뭘 알아서 안 찍는단 말인가. 알려고 들면 금방 안다. 지금이 인터넷 시대가 아닌가.
지금도 인터넷에서 BBK 탁 치면 죄다 나온다. 숨기지 못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 알아야 좋은 교육감 뽑는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3일 오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
5월 3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 기자 회견장에 갔었다. 무슨 얘길 하는지 직접 한 번 들어보려고 갔다. 알아야 찍든 말든 할 것이 아닌가. 먼저 놀란 것이 있다. 기자 회견장에 앉아있는 분들이 장난이 아니다. 대단한 분들이다.
여기서 대단한 분들이라는 것은 높은 벼슬을 했다는 것이 아니고 돈이 많다는 것이 아니다. 모두들 소신을 가지고 양심적으로 살아온 분들이라는 것이다. 말이 꺼낸 김에 외람되게 함자를 거론한다. 야단치셔도 달게 받겠다.
한완상 전 부총리,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고은 시인, 함세웅 신부, 문규현 신부, 청화 스님, 여연 스님(백련사 주지), 김상근 목사, 이해동 목사, 정상덕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대표,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전 민변 회장), 조영황 전 국가인권위원장,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소선 여사(전태일 열사 모친), 임기란 민가협 상임고문,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경북대 교수),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최갑수 전 민교협 상임의장(서울대 교수), 박도순 한국교육네트워크 이사장(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오성숙 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주경복 전 서울교육감 후보(건국대 교수), 이범 교육평론가,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이석태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윤준하 6월민주포럼 대표(전 환경운동연합 대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금수 전 한국방송(KBS) 이사장,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용태 전 민예총 이사장, 박우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태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김용철 변호사,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대표(한성대 교수),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김귀식 전 전교조 위원장, 최상재 언론노련 위원장, 박재동 화백, 임옥상 화백, 이철수 판화가, 신학철 화가(민예총 이사장), 공지영 작가, 안도현 시인, 공선옥 작가, 송기원 작가, 문성근 영화배우, 권해효 영화배우, 김영동 국악인, 소리꾼 임진택(전 민예총 부회장), 이일훈 건축가, 조건영 건축가, 정지영 영화감독, 임미례 영화감독, 변영주 영화감독
이분들 함자를 보고 다른 후보들이 사퇴하지 않을까 생각도 되지만 정말 대단했다.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 사람만 보지 말고 그 옆에 누가 있는가를 보라고 했다.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라고 했다.
거의 맞는다고 했다. 직접 경험했다. 그 말이 맞았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내게 한 말이다. 늘 가슴에 새기고 산다.
곽노현 후보를 알아보고 교분을 쌓아 온 사람들이 이분들이라면 곽노현 교수를 어찌 믿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얘기는 들으나 마나 라고 생각하고 나오려다가 말이라도 좀 듣자고 앉아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특권교육, 경쟁만능교육이 학생들을 무한경쟁의 질곡에 허덕이게 하며, 학부모들을 사교육의 족쇄에 매인 안타까운 삶으로 만들었다고 진단하고, ‘서울특별시’를 ‘교육특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합니다.
사교육이 발붙일 수 없는 ‘교육특별시’로 만들고, 사교육에 빼앗긴 학부모들의 인생 되찾아 줄 것을 약속합니다.
사교육에 짓밟히고, 학교 잡무에 시달리고, 심지어 마녀사냥의 희생물까지 되는 학교 선생님의 현실을 바로잡아서, 선생님들이 오로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합니다.
불합리한 교원 인사체제를 바로잡고, 교육 비리를 뿌리 뽑아 스스로 징검다리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교육을 바꾸지 않고는 사람을 바꿀 수 없고, 사람을 바꾸지 않고는 사회도 바꿀 수 없다며, 자신의 교육혁명은 IT혁명처럼 신명나고, 재미있고, 놀라운 혁신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서울시민에게 6월 2일 시작되는 행복한 교육혁명의 대장정에 우리 모두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박수를 쳤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누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공정택이 다시 나와 교육개혁을 입에 담는다면 고양이에게 먹히기 직전에 쥐도 웃을 것이다. 곽노현 후보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기에 제대로 전달이 되는 것이다.
정말 교육감 선거 우습게 알다가는 낭패한다. 우리 자식들 먹이는 문제부터 고교 평준화와 특목고 세우는 것까지 권한이 진짜 어마어마하다. 오죽하면 서울시장보다 교육감이 더 세다는 농담이 있는가.
이런데도 관심이 없단 말인가. 적당히 투표할 것인가.
없는 돈 처들이고 애들 건강 다 잡아먹고 확실한 보장도 없는 사교육을 확실하게 잡아 줄 수 있는 정책을 가진 사람을 외면하고 누굴 교육감으로 뽑는단 말인가.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보석처럼 소중한 자식들이 잘못된 교육을 받고 머리는 있으되 가슴은 없는 인간이 된다면 어쩔 것인가.
친구도 이웃도 모르고 심지어 부모조차도 모르고 오로지 출세만은 바라보며 코뿔소처럼 달려갈 때 자식 잘 길렀다고 칭찬할 용기 있는가. 돌아서서 후회하며 눈물을 흘릴 것인가.
늙은 부모를 요양원에 던져두고 돈이나 몇 푼씩 대주며 마치 효도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우리의 잘난 자식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 자신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교육은 지식만 담아주는 퍼 넣기 작업이 아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사는 세상에 우리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사람을 키우는 숭고한 일이다.
그래서 교육을 국가 백년대계라고 하지 않는가.
2010년 5월 4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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