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보 꼭 걸어야 할까? 많이 걸을수록 좋다는 믿음의 진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걷기 운동. 그런데 많이 걷는다고 무조건 좋은 걸까?
걷기는 가장 쉽고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다.
운동화만 있으면 되고,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다.
스마트워치나 휴대전화로 걸음 수를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하루 1만 보는 건강한 생활의 기준처럼 여겨졌다.
나 역시 걷기 운동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몸에 좋은 것 아닐까?
하지만 나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걷고 나면 손과 발이 유난히 붓는다는 것.
평소 부정맥으로 심장내과 진료를 받고 있던 터라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날 진료를 보면서 교수님께 여쭤봤다.
“교수님, 저는 걷기 운동만 하면 손이 너무 부어요.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랬더니 교수님이 웃으시면서 하신 말씀.
“걸을 때 에버랜드 직원처럼 손을 들어서 흔들면서 걸으세요.”
ㅋㅋㅋㅋ.
순간 웃음이 났다.
교수님 진료 중에 농담도 하시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한 의사가 걷기 운동에 관해 설명하는 영상을 보다가 문득 그 말씀이 떠올랐다.
많이 걷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정말 하루 1만 보가 건강의 정답일까?
01. 하루 1만 보, 누가 정한 기준일까?
사실 하루 1만 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의학적 필수 기준이 아니다.
1960년대 일본에서 출시된 만보계의 마케팅과 함께 널리 알려진 숫자로 설명되곤 한다.
물론 많이 움직이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강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 반드시 1만 보를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의학 학술지 《The Lancet Public Health》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하루 약 7,000보가 여러 건강상 이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2,000보를 걷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7,000보를 걷는 사람들은 전체 사망 위험이 약 47% 낮게 관찰됐다.
다만 이것은 관찰연구들을 종합한 결과다.
7,000보를 걸으면 누구나 사망 위험이 47%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 건강 지표에서는 걸음 수가 늘어날수록 추가적인 이득이 점차 완만해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러니까 하루 7,000보를 걸었다고 해서 3,000보가 부족한 하루는 아니라는 것.
02. 많이 걸으면 활성산소가 생겨 오히려 독이 될까?
얼마 전 본 의사의 영상에서는 지나친 운동과 활성산소, 염증 반응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운동을 하면 산소 소비량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활성산소 생성도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활성산소가 생긴다고 해서 운동이 곧 몸에 해롭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몸은 활성산소를 조절하는 항산화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적절한 운동은 오히려 이러한 방어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장시간 걷거나,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을 반복하면 근육 손상과 일시적인 염증 반응이 증가할 수 있다.
문제는 걷기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체력과 회복 능력을 넘어서는 운동이다.
따라서 가볍게 한 시간 걸었다고 해서 활성산소 때문에 몸에 독소가 쌓인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03. 걷기만 하면 손이 붓는 이유, 교수님 말씀에 답이 있었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걷다 보면 손가락이 통통해지고 반지가 꽉 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심장 때문일까 걱정했던 나에게 교수님은 에버랜드 직원처럼 손을 흔들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 말씀이 단순한 농담만은 아니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운동 중 손이 붓는 현상은 비교적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운동할 때 혈액순환과 체온 조절을 위해 혈관이 반응하면서 손이 붓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더운 날씨에 오래 걷거나 팔을 아래로 늘어뜨린 상태로 움직일 때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이럴 때 손가락을 폈다 쥐거나, 팔을 가볍게 움직이고, 때때로 손을 심장보다 높이 들어주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에버랜드 직원처럼 손 흔들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물론 이 방법이 모든 부종을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다.
운동 중 손이 붓는다고 해서 반드시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반대로 모든 부종을 단순한 운동 반응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특히 발과 다리까지 심하게 붓거나 부종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평소와 다른 호흡곤란이나 피로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고 아프거나, 가슴 통증 또는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이제 나는 걷다가 손이 붓는 느낌이 들면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오늘도 에버랜드 직원처럼 한번 흔들어볼까?
생각만 해도 조금 웃음이 난다.
04. 너무 많이 걸으면 무릎 관절이 닳을까?
걷기는 일반적으로 관절에 부담이 비교적 적은 운동이다.
오히려 규칙적인 걷기는 근육을 강화하고 관절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거리와 속도가 적절한 것은 아니다.
평소 거의 걷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 2만 보씩 걷거나,
무릎과 발목이 아픈데도 목표 걸음 수를 채우기 위해 계속 걷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신발이 맞지 않거나 운동량을 너무 빠르게 늘리는 경우 발과 관절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걸음 수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통증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운동량을 찾는 것이다.
05. 그렇다면 하루에 얼마나 걷는 것이 좋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빠르게 걷기를 일주일에 5일, 하루 30분 정도 하는 방법이 있다.
중강도 운동은 대체로 숨이 조금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라고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처음부터 하루 30분을 무리해서 채울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10~15분씩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시간과 속도를 조금씩 늘려도 좋다.
그리고 걷기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근력운동이다.
WHO는 성인에게 주 2회 이상 주요 근육을 사용하는 근력운동도 권장한다.
결국 건강한 운동 습관은 걸음 수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걷기, 근력운동, 휴식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06. 걸음 수보다 중요한 세 가지
첫째, 꾸준히 걷기.
하루 1만 보를 채우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평소보다 조금 더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둘째, 내 몸의 신호 살피기.
걷고 난 뒤 기분 좋은 피로감이 드는지, 통증이나 심한 부종이 생기지는 않는지 확인하자.
셋째, 무리하지 않고 오래 지속하기.
운동은 하루에 얼마나 많이 했는가보다 몇 달, 몇 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건강한 걷기
1MINUTE | 오늘의 생각
우리는 건강을 숫자로 확인하는 데 익숙하다.
하루 1만 보, 운동 1시간, 소모 칼로리 500kcal.
목표를 달성하면 뿌듯하고, 채우지 못하면 괜히 부족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하지만 몸은 스마트워치 속 숫자처럼 단순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좋은 운동이 나에게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고, 어제의 나에게 적당했던 운동이 오늘은 버거울 수도 있다.
앞으로는 걸음 수를 확인하기 전에 내 몸부터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걷다가 손이 부으면?
교수님 말씀대로 에버랜드 직원처럼 손을 한번 흔들어볼 생각이다.
물론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먼저 확인하고. :)
건강은 더 많이 해내는 경쟁이 아니라, 내 몸과 오래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 메리골드메리
첫댓글 건강은 더 많이 해내는 경쟁이 아니라, 내 몸과 오래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