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이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어요.
가정에서 아빠가 자기를 때렸던 것을 그대로 배운 것 같아요.
어른인 저도 아이가 감당이 안 되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화를 내면 저를 때릴까봐 무서워요.
왜,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폭력적인 아이가 된 건지 모르겠어요..."
## 폭력성과 공격성에 대한 이해
공격성은 진화론적으로 한 개체의 생존과 종의 존속의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렌츠는 인간의 행동 양식에서 중요한 4가지 본바탕으로 식욕, 번식욕, 도주욕과 함께 ‘공격욕’을 뽑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진화의 역사에는 폭력성에 대한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대다수 포유동물은 상대를 죽이는 행동을 하고 다른 동물을 막무가내로 해칩니다. 인간의 ‘도덕성’이라는 개념은 사실 먹이를 획득해야 하는 생물체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개념일지도 모릅니다.
공격성에 기여하는 MAO 유전자
이처럼 공격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었고 생물체의 유전자에 고착되어 있습니다. 폭력성은 진화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형성된 행동 양상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유전학자들은 공격적인 행동이 50~70% 유전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여기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유전자 한 개가 있습니다. 바로 MAO 유전자(monoamine oxidase)라고 불리는 유전자가 그것입니다.
MAO 유전자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을 줄여주는 핵심 효소입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이 유전자가 적게 생산되는 사람(특히 남성)은 폭력성이 강하며 이것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았습니다. 반대로 이 효소 수치가 높으면 폭력성을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유전자가 부정적으로 변이할 가능성이 있는데 유년기를 불우하게 보낸 사람이 이 경우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학대를 당한 사람들 중 80%는 청소년 시기에 이미 반사회적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반면 유년기에 학대를 당했지만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20%만이 반사회적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는 곧 선천적인 범죄자는 존재하지 않지만, 특정 유전자 소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경험을 한다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즉,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적 조건과 불리한 유전자가 조합되었을 때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스콘신대학의 심리학자 앨리슨 프라이스(Alison Fries)는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양육자가 무관심하고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 애착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의 수치가 영구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옥시토신이 부족하면 타인을 불신하며 공격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연구진은 생애 초기의 경험의 영구적인 영향력을 “일단 총구를 떠난 총알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다”는 말로 표현하였습니다. 충분한 애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아동은 평생 애정결핍 속에서 살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 폭력성, 공격성과 관련된 뇌 영역
폭력적인 행동을 제지하는 뇌 영역으로는 전두엽(prefrontal lobe)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전두엽과 다른 뇌 영역 사이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로스앤젤레스 폭력 연구’에 의하면 반사회적 인물의 전두엽에는 회색질이 더 적은데 이는 곧 전두엽의 신경세포조직이 일반인보다 얇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편도체는 양쪽 측두엽 전방에 자리잡고 있는데 대개 3개의 부분(basolateral, central or centromedial, and superficial or cortical)으로 구분합니다. 편도체의 기능을 통해 우리는 경험한 사건(특히 냄새)을 판단하고 감정을 일깨우며 이 감정을 사실과 결부해 이후 겪은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편도체 영역의 뇌 활동이 균형을 잃을 경우, 통제하지 못한 공격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학의 의사 버논 마크(Vernon Mark)와 프랭크 어빈(Frank Ervin)은 <폭력과 뇌 Violence and the Brain>이라는 저서에서 간질성 발작이 있던 환자의 편도체에 전류를 흘려보내자 갑자기 환자가 하던 일을 중단하고 의료진을 공격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기록하였습니다. 이 환자의 오른쪽 편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이후에는 폭력적 행동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뇌 중앙에 위치한 변연계(limbic system)는 위험에 처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초기에 반응하게 해 우리 몸을 경보 상태로 바꾸어 놓는 역할을 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변연계가 활성화되고 호르몬을 방출하여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분노에 따른 공격적 행동은 변연계이 손상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동 양상입니다. 변연계의 손상이 있는 사람들은 욱하는 경향이 있고 화를 버럭 내며 다른 사람들은 침착한 상황에서도 분노를 폭발시키는 등 감정의 불균형을 보였습니다. 베른하르트 보게르츠(Bernhard Bogerts)라는 심리학자는 이를 두고 “변연계가 손상된 환자는 감정의 균형이 깨질 경우 건강한 사람이라면 반응하지 않는 아주 미미한 자극에도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시상하부(hypothalamus) 역시 폭력적인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상하부에 있는 핵들 역시 편도체와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공하는 데 관여합니다. 크기는 불과 몇 mm로 작은 편이며 뇌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 이 시상하부를 자극하면 불가항력적으로 폭력성을 표출하였고 상대를 죽이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드러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합니다.
## 청소년기가 중요한 이유
청소년기는 제대로 돌봐 줄 '제2의 기회'입니다. 청소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1. 사춘기의 특징적 행동, 예를 들어 굉장히 충동적이거나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것은 주로 호르몬 때문이다?
아닙니다. 전두엽이 리모델링 중이기 때문이고,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아동기나 성인기에 비해 40퍼센트 정도 적게 분비되는 것도 원인입니다.
2. 청소년은 어른처럼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닙니다. 운동화 끈 두 개를 세탁기에 넣고 한 시간 동안 세탁한 학생의 경우처럼, 대체 청소년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관심을 둡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노래를 들으며 컴퓨터도 하고 공부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잠깐씩 관심의 대상을 옮기는 것입니다.
3. 청소년은 아동이나 성인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훨씬 높다?
그렇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데, 그런 호기심이 음란물이나 폭력물 같은 것에 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식욕이 왕성한 아이에게 불량식품을 주지 말아야 하듯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이나 영화를 권하고, 좋은 경험이나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4. 청소년의 부적절한 행동을 다룰 때는 경고의 눈빛을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닙니다. 어른들은 '내가 이런 의도를 갖고 점잖게 쳐다보면 자기가 스스로 깨닫겠지?'하고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합니다. '남에게 해로운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처럼 분명하게 말로 한계를 지어줘어야 합니다.
5. 청소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주로 자기주장과 고집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닙니다.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그렇게 밖에 생각을 못하는 것입니다. 좀더 포괄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는 도로망이 아직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청소년들은 도로망이 다면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경험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생각의 폭이 좁아서 그런 것입니다.
6. 뇌는 사춘기에 구조적으로 완성된다?
아닙니다. 남자는 평균 서른 살, 여자는 평균 스물 네 살 정도 돼야 뇌가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사춘기는 뇌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시기입니다. 이때 무엇을 자주 보고 먹고 생각하고 행하느냐에 따라 뇌회로의 구조와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우리 아이와 더 가까워지는 비폭력 대화법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서로의 소통을 위한 대화를 위한 비폭력 대화법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서로 간의 대화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은 자녀들과의 대화에서 판단하고 평가하는 언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는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가 하는 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소개할 '비폭력 대화'는 상대를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어떤 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든 그 말 뒤에 있는 느낌과 그 사람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듣는 대화 방법입니다. 다음은 비폭력 대화의 핵심요소입니다.
첫번째, 관찰하는 말
관찰하는 말이란, 어떤 상황에서 있는 그대로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관찰한 그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자녀와의 관계에서 적용을 해보면 자녀의 행동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을 떠나 관찰한 바를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관찰하는 말이 중요한 이유는 부모님이 본 것에 대한 평가를 추가하면 듣는 아이들은 이것을 비판으로 듣게 되고 따라서 저항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두 번째, 느낌을 표현하는 말
어떤 행동을 보았을 때 어떻게 느끼는가를 말하는 것이 느낌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느낌을 표현하면서 부모님들은 자녀들과 더 원활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실제 우리의 느낌을 표현하는 말과 우리의 생각이나 평가, 해석을 나타내는 말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부모 마음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엄마/아빠는 지금 화가 나."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생각이나 평가, 해석 등을 보류하는 이유는 많은 경우 이런 말이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필요/욕구를 표현하는 말
자신이 포착한 느낌이 내면의 어떤 욕구와 연결되는지를 말하는 방법으로, 다른 방법에 비해서 조금 난이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필요나 욕구를 표현하는 말은 상대방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더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예를 들면, "엄마가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네가 조용히 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네가 계속 떠들면 속상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요청/부탁하는 말
요청이나 부탁을 하는 말은 특히 부모님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자녀가 해 주기를 바라는 행동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직접 말함으로써 긍정적인 행동을 해줄 것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떠들지 마."가 아니라 "조용히 해 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출처:
1. <살인자의 뇌 구조>, 알마 시그눔 출판, 한스 J. 마르코비치, 베르너 지퍼 지음, 김현정 옮김, 2016년.
2. <자녀와 쿨하게 소통하기>. 박성희, 이재용, 장희화, 김기종, 이동갑, 남윤미, 김경수 공저, 학지사 출판, 2014년.
3. <최성애 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사랑의 기술>, 최성애, 조벽 지음, 해냄출판사, 2012년.
사진출처: 구글 재사용 가능 이미지 (Unsplash)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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