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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재단의 도움으로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인 도문시를 방문했습니다. 도문시 일광산의 두만강조각공원에 올라 두만강 너머 북한 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남한과 북한의 긴박한 정세의 영향 때문인지 두만강 가까이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는 버스에서조차 내릴 수 없었습니다. 버스는 잠시 정차도 하지 못하고, 두만강조각공원으로 올라왔습니다. 일광산에서 바라본 두만강의 모습은 장엄하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소박했습니다. 두만강의 폭이 좁아 더욱 소박하게 보였습니다. 두만강과 북한의 국경 모습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먹먹함이 밀려왔습니다. 한반도가 주변 국가들의 영향 아래서 과거의 냉전체제로 돌아서는 시점에 방문한 것이 불행이라고 한다면 불행이었을까요.
중국 도문시 일광산에서 바라본 두만강 너머 북한의 모습. 감동보다는 씁쓸함과 먹먹함이 밀려왔다. 두만강의 폭이 좁았고, 물의 량도 많지 않아 보였다. 노젓는 뱃사공도 없었다. ©장영식
한반도는 언제나 주변 나라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주변의 나라들과 얼마나 유연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나라의 운명이 달라졌습니다. 그 사실은 과거의 역사에서나 지금의 역사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슬기롭게 대처한다는 기준은 ‘혈맹’이니 ‘동맹’이라는 위선의 구호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평화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헌법적 가치이며 국익일 것입니다. 평화 없는 국익은 없기 때문입니다.
생전에 저 길을 걸을 수 있을까.분단의 아픔을 넘고 넘어서. ©장영식
훈춘시 방천으로 이동하여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국경지대를 볼 수 있는 용호각 전망대를 방문했습니다. 북한 두만강역과 러시아의 하산역을 연결해 주고 있는 ‘조-러 우정의 다리’라고 부르는 철교를 바라보았습니다. 철교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북한이고, 왼쪽은 러시아이며 중간 지대는 중국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철교 너머로는 두만강물이 일본해와 사할린을 지나 동해로 흐르는 모습을 상상할 수가 있었습니다.
용호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러 우정의 다리(철교)"의 모습. 안개가 자욱했지만, 오른쪽은 북한 땅이고 왼쪽은 러시아 영토. 조-중-러의 국경이 맞닿은 곳이다. 두만강은 흐르고 흘러서 일본해와 사할린을 지나 동해로 흐른다. ©장영식
이 지역은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의해 봉오동 지역과 청산리 지역은 출입이 통제되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안타까움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항일독립군들은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에서 탄약과 보급품을 소진하고, 이만(달네레첸스크)과 마사노프 지역을 지나 자유시(스보보드니)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동 과정은 말을 하지 않아도 험난한 고난의 행군이었을 것입니다.
분단의 아픔을 이고지고 살아왔던 한 노인의 모은 손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장영식
지금 한반도가 겪고 있는 모든 원인은 일본 제국주의와 분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항일독립운동사도 분단으로 조작되고 왜곡되기도 합니다. 일제에 부역했던 이들이 미국에 부역하면서 일제 식민주의를 완전하고 온전하게 청산하지 못한 불행한 역사가 분단의 역사로 이어지게 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변화에 남한과 북한이 “평화”라는 화두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들도 대립과 반목이 아니라 “평화”라는 화두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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