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날 이란다. 우리나라의 3월 1일 독립 만세 사건이랑 비슷한건데… 뭐 미국넘들을 위한 축제니 나랑 상관은 없고 구지 기쁘다면 공휴일이라서 지겹기만한 방학 중 가는 썸머 스쿨을 안가도 된다는 것… 그래서 내맘대로 맘 편히 쉴 수있다는 시간이 생긴게 기뻣다…
하늘은 맑고 햇빛이 쩅쩅 비치는 캘리포니아의 전형 날씨… 예전부터 오늘 만큼은 야구장에 꼭 가리라 마음먹었다. 오클랜드 경기장에 오늘 가면 인디펜던스 데이 기념으로 빨강, 파랑, 하얀색 바탕으로 되있는 A’s 모자를 처음오는 관객 15000명에게 준다고… 태어나서 17년 인생 동안 사은품 한번 못 받아본 나로써는 무척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5학년 때 도미노 피자 추첨행사에서 우리 아버지의 친구분이 도미노 피자 사장이여서 반 협박 겸 반 강제로 1등상을 먹어서 12단 기어 자전거를 받은적이 있지만…^^) 내가 캘리포니아로 이민 가면서 오클 경기장에 가게 된 것은 3번. 박찬호 선수 개막식전과 팀허드슨의 버블헤드를 나눠준 날, 그리고 에릭 샤베스의 버블헤드 인형을 나눠준다는 날이였다. 물론 정보가 없던 터라 제 시간에 도착해도 받을 줄 알고 느긋히 갔다가 속만 썩히고 왔지… 하여튼 이번에는 호기라 생각하고, 내 길지 않은 야구장 인생에 오늘만은 반드시 1등으로 타고 말리라… 라는 생각으로 일찍 일어났다.
모처럼 만의 휴일이라 달게 자고있는 어머니를 깨우기 너무 미안했다. 내가 항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너무 죄송할 따름이지만, 하여튼 사은품을 가지려는 생각이 너무 앞서서 죄책감 반 서두름 반으로 깨웠다.
“엄마, 1시 5분에 시작이니깐 빨리 가야되 일어나..”
참고로 경기장에는 나 혼자 간다… 내 주위에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더라고…^^ 어머니가 나를 오클랜드 경기장으로 직행하는 열차에 데려다 주신다음… 기차를 타고 10시에 도착! 전철에서 내리고 경기장이 내 눈앞 가득 메우는 순간… 순간 이상했다. 그 넓디 넓은 주차장에는 그 흔한 차가 한 대도 없고 경기장으로 통하는 통로에 사람이 나를 제외하곤 없는것이였다…
뭐야? 내가 진짜 1등으로 온 거야? 빨리 받고 기다리지 라는 생각에 헐레벌떡 뛰어갔지만… 매표소 역시 close된 상태… 마침 지나가고 있던 야구장 안내원한테 물어봤다.
물론 영어로..^^
“언제 표를 사서 들어갈 수 있습니까?” –나-
“2시에 표 파는데…” –안내원-
“2시요?” -나-
“그래 짜샤, 4시 35분이 입장 시작이고 6시 35분에 경기가 시작한다고!!”
헉! 내가 일요일 경기랑 착각했던 것이였다…6시 35분? 2시에 표를 팔어? 지금 몇시지? 지금 10시 20분… 난 어떻해야 하는거지? 순간 눈 앞이 깜깜한게… 집으로 돌아갈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막상 돌아가기에는 그 들이 나눠준다는 모자가 너무 아까워서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라는 생각에 8시간동안 경기장 주변에서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C 게이트 앞에 있는 벤치에 앉으며 죽치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다가 야구장 주변 돌고… 야구장 옆에 있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농구장도 한바퀴 돌고… 그래도 11시. 그때 나에게 말 걸어온 야구장 security 가 있어서 두런 두런 이야기를 한 후에도 11시 30분. 배가 고파서 싸온 점심을 먹고 12시. 아뿔싸!! 물 마시고 뚜껑을 잘 안 닫아서 물이 샜구나!! 뭐 잘됬지, 가방을 말려야한다는 동기부여기 있으니… 말리는데 1시간… 1시… 벤치에 노숙자 처럼 누워서 뒹굴뒹굴 누워서 30분을 흘려 보낸 뒤 매표소 앞에가서 30분동안 기다리며 드디어 2시에 표를 구입했다… 2층 홈 플레이트 뒤쪽으로… 필드에 가깝지는 않지만 전망하나는 괜찮은 곳이였다.
이제… 남은건 입장이 시작되는 4시 35분까지의 기다리는 시간뿐이였다. 자의반 타의 반으로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데… 내 뒤쪽에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여기서 일하는 멕시칸계 사람들이 웃으면서 문을열고 들어가는걸 목격했다.. 흐음… 시간도 무료하고 당해도 나는 손해볼거 없다는 생각에 형사 콜롬보처럼 숨을 죽이고 그들을 따라가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는걸 성공햇다.. 무슨 계단이 있길래 거길 따라 올라가 보니, 헉!!! 야구장 통로가 나오는 것 이었다.. 거기를 지나면 바로 5만개의 좌석이 나와있었고… 순간 아찔했다. 이거 잼 있겟는걸? 갈 때 까지 가보자 라는 생각에 이왕 이렇게 된거 오클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도 보고자 했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내 좌석을 찾아 앉아 따스한 햇빛아래 그라운드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아직 일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그라운드를 가다듬고있는데… 순간 걱정이 됬다. 경비원이 쫓아내면 어떡하지? 주위를 둘러봤는데… 신기하게 그 넓고도 많은 5만개의 초록색 좌석 중에 의자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나 해적 뿐이였다… 하하, 기분이 묘하면서… 뭔가 일어날거같다는 예감 속에 계속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앗! 그 사이에 마크 멀더가 인터뷰를 하고 클럽하우스에 되들어가는게 보이더라… 짜식 되게 크네… 그와 동시에 채드 브래드포드가 운동 장비를 가지고 나타났는데 곧 들어가더라…^^;; 야구장에 일하는 사람들이 일 다 끝나고 간단한 야구(?) 연습 같은걸 하는데, 곧 오클선수 2명이 나와 같이 야구를 했다. 하하 야구장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부러움 반, 걱정감 반 속에 지켜보고 있는 도중 시간은 3시, 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되나 보다. 오클랜드의 선수들이 모두 나와서 끼리끼리 모여가며 간단한 운동겸 이야기를 하는데… 비리비리 멀더가 아닌 건들건들 멀더, 그라운드에서 가장 까부는 테렌스 롱, 고릴라 흉내를 랜디 벌라르디 옆에서 하는 팀 허드슨, 혼자 인터뷰하고 있는 배리 지토나 비 하인드 백 패스로만 캐치볼을 하는 저메인 다이… 하하 참 재밌었다. 이런 게 자유로운 메이저리그 라는 생각도 들었다… 좀 더 가까이서 그들이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경비원에게 걸릴까봐 그냥 2층에서 보고 있던 도중… 에릭 샤베즈와 얘기를 나누던 아담 파이어트가 내 근처에 배트를 던졌다. 그것도 2층에… 아파트 2층도 아닌 필드에서 족히 40미터는 떨어져 보이는 곳에 떨어졌다. 힘도 좋은 넘… 황당했다.
“뭐 하는거야?”
이라고 소리치면서 배트를 되돌려 주려고 배트를 찾으러 간 나에게 갑자기 에릭 샤베스가 나에게 외쳤다.
“짜샤 너 내가 배트 던질 테니 받을수 있겟냐?”
뭐야..^^ 난 얼마든지 던지라고 했다. 샤베즈가 폼을 잡고 날리는 시늉을 했지만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하더라…^^ 배트를 가져 다 주러 1층에 갔다. 필드에 가까이 가니… 바로 앞에 마크 멀더와 테렌스 롱, 아담 파이어트와 에릭 샤베즈가 얘기를 나누던 도중 배트를 가지고 오는 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어떡해야하나… hi, how are you 따위의 통속적인 대화? Hey... What’s UP으로 통 크게 나가 볼까? 고분고분하게 Mr.Mulder라고 불러야 할까?? 정신이 없던 중, 파이어트가 나에게 말을 던졌다.
“야 꼬마야, 내 배트 가져도 돼, 독립 기념일 선물이라고 생각해라”
뭐야.... 나한테 독립 기념일이랑 뭔상관 이여서 나한테 왜 주는거지? 하하 배트를 주다니… 너무 기뻣다. 너무 정신이 없었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는 찰나에 갑자기 나도 모르게 하품을 했다. 이런 바보..ㅡㅡ.
그러자 비리비리한 넘인줄 알았던 건들건들한 멀더가 나한테 농담을 던진다.
“얌마 왜 그렇게 졸린척해? 어젯밤 잡쳤냐??”
이 자식이..^^ 이대로 물러 설순 없었다.
“아 띠바 너네가 캔사스 시티한테 종나 깨지는 꿈을 꿔서 잠을 못 자 피곤하잖아”
긴장되서 그냥 나오든데로 얘기했는데, 동양인의 꼬마가 당돌한 말을 던지니 재밌었나 보다. 가장 까불거리며 웃던 테렌스 롱이 나에게
“너 이 야구공도 가져라,”
이러면서 자기가 쓰는 야구공을 주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장소에 있던 4명 모두 싸인을 바랬던거 같다… 이 바보, 사인펜을 가지고 왔어야 하는거잖아!!ㅜㅜ. 사인펜을 가지고 다시 돌아올까… 싸인을 해달라 그럴까… 하기엔 난 너무 소심했나보다. 결국 건투를 빈다는 말 한마디를 건네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서 구경했다… 바보… 난 어쩜 인생에 몇 번 밖에 찾아오질 않는 기회를 걷어 차버린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색달랐다. 아침부터 힘들게 기다려온 하느님이 불쌍해서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줫나보다… 파이어트가 직접 쓰는 배트를 얻다니… 하하 운이 없다고는 하기엔 너무 아쉽지 않을까?^^;;
이넘의 글러브가 아닌...빠따를..^^;
담소가 끝나고 그들은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그걸 구경했던 나의 느낌은… 자유롭다고 해야하나? 스스로 알아서 하면서 스트레칭과 달리기를 초반에, 나중에는 캐치볼을, 그다음에 배팅연습을 하더라. 누군가가 홈런을 치면 가장 크게 소리를 질러대는 롱이 오클랜드 내에선 분위기 메이커인가보다..^^
개인적으로는 메이저리그에 갖었던 편견이 많이 깨졌던 순간이었다. 인터뷰 할 때나 경기할 때 진지한 선수들이 훈련때의 모습과 달랐다. 한 예로,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를 부를 때 모두 엄숙하게 경례자세를 하고 국기를 바라 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것이다… 이번 훈련 도중 오늘 경기 국가를 부르는 사람이 도착해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노래를 다 부르고 나자 오클 선수들 몇 명이 “BOO” 이라고 야유를 퍼부우는 것이 아닌가…(역시 롱이라 짐작한다.^^) 하여튼 재미있었다. 막상 경기 시작하니깐 진지하게 경례 하던데…ㅋㅋㅋ 이런 구단이 단 하나 밖에 없다면 할 말이 없겠다. 콩깍지가 씌였을수도 있지만, 내가 경험해본팀이 오클랜드 하나 밖에 없었지만, 굉장히 자유스러운 팀 분위기였다. 양키스나 브레이브스였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그렇게 그들의 훈련 모습을 몰두하다 보니 4시 35분.. 입장 시각이 다가 오고 있었다. 그때서야 security가 나를 발견… 쫓아내긴 했지만 뭐 상관은 없었다. 짜식 쫓아내려면 그냥 군말없이 쫓아내지 내가 받은 빠따 어디서 얻었냐고 물어보고 그래..ㅡㅡ.
다시 나갔다 표를 끊고 들어오면서 받은 그 모자… 보고 넋을 잃을 뻔했다.. 이 모자를 받으려고 8시간을 기다렸나?? 하하 편의점에서 파는 모자와 비슷한… 이번에 오클랜드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고 배트를 얻어오지만 않았더라면 나 지금 여기서 글을 쓰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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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이렇다할 추억을 가져보지 못한 나에게 이런 경험은 분명 소중하게 남을것이다… 하하, 무엇보다 주위의 시선들이 나에게 집중되고, 많은 사람들이 배트에 대해 물어봤다… 내가 대답했냐고? 물론 안했지. 내 비밀 통로를 가르쳐줄 수는 없는거니깐… 먼 산 잡는 뜬구름식의 인터뷰로 답을 회피하면서 게임을 기다렸다. 오클선수들이 있는 쪽은 사람이 너무 붐벼서 오클랜드가 오늘 상대하는 캔사스 시티쪽으로 갔다. 거기서 마이크 스위니랑 악수도 했다. 스위니 알고 보니깐 참 착한 선수더라 팬들에게 인사도 잘해주고 싸인도 많이 해주고 대답도 잘 해준다. 보통 선수들은 싸인들 잘 안해주거덩… 그 들 역시 바쁘게 훈련하는 사람이라 그들을 탓하진 않지만 유독 유명 스타가 팬들과 같이 호흡하니 기분이 좋았다. 게임이 시작할 무렵, 테렌스 롱이 나한테 준 공 가지고 폴 버드에게 싸인을 받았고.. 드디어 게임을 보기 시작했다. 결과는 다 들 아시는 대로…1:2로 뒤진 9회말까지… 만루 상황에서 하텐버그가 친 공을 1루수 라울 이바녜스가 알을까면서 3:2로 역전승을 거두며 독립 기념일의 축포를 쏘았다.
7월 7일 일요일날에도 가서, 그날 오클랜드에서 나누어주는 캣피쉬 헌터의 버블헤드 인형도 받고, 로열스의 불펜진 스캇 뮬렌, 에펠트, 그리고 일본에서 뛰었던 데릴 메이한테도 싸인을 받았다. 데릴 메이… 일본에서 투구하는걸 한번도 못봤는데, 내가 “당신 일본리그에서 봤어요” 라고 했는데, 좋아하면서 “그래? 어디 팀인데?” “자이언츠 아녔어요?” 라고 하자 너무 기뻐하더라…^^ 그래서 악수도 하고 좋았다…
끝부분이 이런 식으로 끝나니깐 허무 하다고?? 결국엔 내 자랑 같다고? 이번에 가서 얻은게 너무나도 많다… 아담 파이어트의 배트나 데릴 메이, 스캇 뮬렌, 에펠트, 폴 버드의 싸인 역시 내가 얻은 수확품이지만,
무엇보다 내가 느낀 것은… 선수와 팬, 그들은 서로 상관 관계를 가지면서 나간다는 것이였다… 팬은 선수로 인해 즐거움을 느끼며 선수는 팬으로 인해 자기 의식에 책임을 부여 받는 다는 것… 서로서로 밀접한 공생관계 속에 서로를 호흡 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판하는 그들의 이기심이나 거만함들은 그다지 필요없는 존재로 떨어질수 있다는 것… 우리가 바라는 재미있는 야구, 진실 된 야구는 비단 미국뿐만 아닌, 야구 뿐만 아닌 모든 스포츠,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들과 팬들과 함께 호흡 할 수 있다는 것 (앨버트 벨 같은 선수 빼고), 그 들 역시 괜찮은 성격과 행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리 본즈도 내 맘대로 포함..^^)… 물론 이해 할 수 없는 팬과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 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프로의식과 팬들의 성숙된 의식…그 두개의 성향이 서로서로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 굉장한 스포츠 게임을 우리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또 한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을… 부상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팬들과 함께 즐겁게 웃엇던 마이크 스위니와, 그 많은 팬들에게 일일이 싸인을 해주엇던 데릴 메이에게 느꼈다.
로열스가 좋아질려고 한다..^^
좀 더 재미있는 게임을 꿈꾸며…
Let’s go A’s 짝짝짝짝짝
-까를로스 페냐 오클랜드로 다시 복귀 시키기 협회 의장 겸 파이어트 빠따왕 해적-
P.s. MLB 이야기 CAFE 에 빨리 올릴라고 했는데, 갑자기 안 들어가 지더군요… 다음에서 까페분위기를 조금 바꾼거 같은데, 게시판에 들어가려고하면 ”글읽기 권한이 없습니다. 이러면서 아이디를 다시 치라고 하고… 회원 가입하려면 아이디 또 다시치라고 나오는데 다시 확인해도 안되고… 하여튼 힘들게 올린거니까 이해해 주세요^^